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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내년 총선의 규칙인 선거제도 개편안을 두고 혼란스러운 모습입니다.

혁신계를 자처하는 비명계 의원들이 이재명 대표를 포함한 당 지도부의 결단을 촉구한 데 이어, 선거제 개편 논의에 가장 적극적인 의원 중 한 명인 이탄희 의원이 본인 지역구가 아닌 험지 출마까지 하겠다며 기득권을 내려놓겠다고 선언했고, 이낙연 전 대표가 가세하는 등 파열음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왔습니다.

복잡한 선거제 논의…핵심은?

이는 비례대표 배분 방식과 관련해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는 방안과 병립형으로 회귀하는 방안을 놓고 의견이 갈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의원과 비명계 '원칙과 상식' 소속 의원 등은 '위성정당 방지법' 당론 추진을 고리로 이 대표의 결단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위성정당 방지법은 선거 이후 이른바 '꼼수 위성정당'과 합당하는 정당에 대해 국고보조금을 삭감하는 내용이 핵심입니다.

거대양당이 위성정당 창당, 선거 후 합당이라는 일련의 행위를 통해 초과 의석을 확보하고 선거제도를 무력화하는 시도를 막아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또한, 이 대표가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총선용 위성정당을 방지하기 위한 연동형 및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정치 개혁을 약속한 만큼, 이를 지켜야 한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지도부 결단해야" 거세지는 목소리

이 의원은 오늘(28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내년 총선에서 본인 지역구인 경기 용인정에 출마하지 않고 험지에 출마하겠다며, 선거제 개혁에 대한 당 지도부의 결단을 촉구했습니다.

이 의원은 "연동형 비례 선거제를 사수하고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는 길, 그 길은 민주당이 기득권을 내려놓는 위대한 결단"이라며 "내일 의원총회에서 우리 지도부가 앞장서서 우리 당이 국민께 한 약속을 지키는 결단을 할 거라 믿는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원칙과 상식' 소속 의원들은 "선거제 퇴행 여부를 놓고 고민하는 것 자체가 민주당 정신, 민주당의 길에서 탈선하는 것"이라며 "선거제 퇴행은 안 된다. 이 대표의 결단을 요구한다. 이제 결단을 내려야 할 시간이 됐다. 위성정당 금지 입법을 결단해야 한다"고 성명서를 발표했습니다.

이낙연 전 대표도 참전하며 '다당제' 강조

이런 상황에서 이낙연 전 대표는 오늘 오전 싱크탱크 '연대와 공생' 포럼에 참석해 국민을 분열에 빠트리는 국내 정치의 양극화를 극복할 방법으로 '다당제 구현'을 언급했습니다.

그는 "양대 정당이 '국민 실망시키기'를 경쟁해온 결과로 무당층이 예전보다 더 두텁고 단단해졌다"며 "다당제를 통해 무당층을 국회에 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당장 할 일은 위성정당 포기를 전제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는 것"이라며 "병립형은 정치 양극화의 폐해를 극심하게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당내에서 온건파 친이낙연계로 꼽히며 직전 원내대표를 지냈던 박광온 의원도 이날 오후 SNS에 입장을 내고 "이탄희 의원의 목소리가 민주당과 한국 정치에 큰 울림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며 "위성정당을 방지하고, 연동형 비례선거제를 지키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 그것이 국민이 민주당에 바라는 모습이고, 가장 민주당다운 방식으로 국민과 함께 하는 길"이라고 밝혔습니다.

"다양한 의견 분출 과정" 신중론 속에 당내 기류는 복잡

지도부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면서도 현실론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친명계로 분류되는 지도부 한 의원은 SBS에 "당내 의견을 당연히 주의 깊게 보고 있다"면서도 "위성정당을 방지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는 의원들도 있긴 하지만 현실적으로 총선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하는 의원들도 많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이탄희 의원 주장대로라면 결국 지는 선거가 되지 않겠느냐는 의견들"이라며 "(이 의원 주장에는) 취지와 명분도 있지만 여야가 있는 문제이고 현실적인 것도 있으니 어떻게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할 것인가, '윈-윈'하는 방향은 무엇인가, 이렇게 가야 할 것 같다"고 부연했습니다.

수도권 중진의 다른 의원은 "꼭 다당제가 '선'이고 양당제가 무조건 '악'인 것처럼 볼 문제는 아니라는 의견도 많다"며 "지역주의를 완화하는 '권역별 병립형 비례제'로 가는 것만으로도 진전 아니냐는 의견도 상당수"라고 전했습니다.

이어 "원칙과 현실 사이에 지도부의 현실적인 고민이 있을 것"이라며 "그 고민을 모른 척하기도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이 대표 측은 "위성정당을 막아야 한다는 논리는 '소탐대실 말라'는 것이고, 위성정당을 피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논리는 '탁상공론 말라'는 것"이라며 "다양한 의견을 듣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이 대표는 오늘 오후 간병비 급여화 정책 추진을 위한 현장 간담회를 마친 뒤 유튜브 방송을 통해 "선거라고 하는 건, 승부 아니냐"라며 "긴 역사의 관점으로 보면 (이상적인 주장 같은) 다른 방향의 얘기도 가능하긴 한데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이 너무 엄혹하다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민주당은 내일 의원총회를 열어 당내 의견을 수렴할 예정입니다.

당내 여러 목소리가 분출하고, 선거제 개편 방향을 둘러싼 복잡한 이해관계 등을 고려하면 내일 당장 결론이 도출되긴 어렵다는 전망이 많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장민성 기자 ms@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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