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8 (목)

이슈 끊이지 않는 학교 폭력

[탐사이다] "바지 젖었는데 기억 없다"...10대 유혹 '나비약' 범람 (영상)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향정신성 의약품 '디에타민' 부작용 심각
SNS통해 불법 루트로 구매하는 10대 늘어
전문가 "판매자·처방자 처벌 강화"




더팩트

디에타민은 단기간에 체중 감소를 유도하는 효과가 있어 비만 치료에 사용되는 향정신성 의약품이다. 해당 약품은 의사의 처방 없이 복용해서는 안 되며 만 16세 이상의 환자에게만 처방이 가능하다. /서다빈 인턴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더팩트ㅣ서다빈·이윤경 인턴기자] "학원에 갔다가 집에 왔는데 바지가 젖어 있었어요. 근데 기억이 안 나는 거예요" "제 친구들은 이거(디에타민) 먹더니 지금 당장 죽어도 괜찮을 것 같다고 그러길래 너무 무서웠어요."

'마약 청정국'이라 불리던 대한민국은 어느새 '마약 범람국'이 됐다. 최근 유명인들의 마약 의혹으로 사회적 관심이 대두되는 가운데 일부 누리꾼들은 빈번하게 올라오는 마약 기사를 보며 "나 빼고 다 마약 하네" 등의 반응을 보일 정도로 현재 대한민국은 마약에 익숙해진 상황이다. 배달 어플처럼 휴대폰 터치 몇 번으로 마약을 구매할 수 있으며 10대 청소년 마약사범 증가율 또한 무서울 정도로 높아지고 있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보호받아야 할 10대들이 의료용 마약류를 SNS와 개인 거래 등을 통해 불법으로 구매하고 있다. 최근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경찰이 검거한 10대 마약사범의 대다수는 ‘디에타민(나비약)’ 등 펜타민 성분의 마약성 식욕억제제를 구매 한것으로 알려졌다. 10대 청소년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디에타민 때문에 경찰 조사 받음' 등의 글을 남기면서 영웅담을 늘어놓기도 했다.

<더팩트> 취재진은 지난 13일부터 일주일간 디에타민을 복용했던 사람들을 만나 나비약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취재진이 만난 10·20대들은 하나 같이 부작용을 호소하면서도 디에타민을 먹은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이에 대한 합법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10대도 있었다. 그들이 나비약을 먹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더팩트

<더팩트> 취재진이 직접 처방 받은 디에타민. 취재진이 병원에 내원해 디에타민을 처방받기까지 걸린 시간은 4분에 불과했다. /서다빈 인턴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나비 모양 '디에타민' 무엇인가?

제형이 나비를 닮아 '나비약'으로 불리기도 하는 디에타민은 단기간에 체중 감소를 유도하는 효과가 있어 비만 치료에 사용되는 향정신성 의약품이다. 해당 약물은 식욕 중추에 직접 작용해 식욕을 감소시키므로 부작용 위험성이 있어 의사의 처방 없이 복용해서는 안 된다. 이런 이유로 디에타민은 만 16세 이상만 처방 할 수 있도록 엄격하게 규제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다이어트를 원하는 10대 청소년들은 트위터, 텔레그램 등 SNS를 통해 불법적으로 해당 약물을 구매하고 있었다.

디에타민이 수면 위로 올라오게 된 것은 2021년 한 지상파 방송에 나오면서부터다. 무용을 전공해 다이어트 압박에 시달렸던 이 모(20) 양은 "그전에는 아는 사람들만 알았는데 TV에 나오니까 이게 암거래되고 있고 위험한 약이라는 걸 알게 돼서 경찰 단속도 그때부터 심해졌다"며 "옛날에는 처방도 잘해줬는데 방송이 나온 뒤로 처방도 잘 안 해주고 (디에타민을) 되팔이하는 사람들도 위험수당을 얹어 더 비싸게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취재진이 만난 대다수의 사람들은 디에타민을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 트위터 또는 해당 방송을 통해 접하게 됐고 구매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더팩트

최근 3년 마약류 식욕억제제 온라인 판매 적발 현황. 2020년 1건에 불과했던 마약류 식욕 억제제 온라인 판매 적발 건이 2021년 181건, 2022년 807건으로 폭증했으며 2023년은 7월까지 369건에 달하는 불법 유통거래가 이뤄진것으로 밝혀졌다. /서다빈 인턴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손만 뻗으면 구할 수 있는 디에타민

"이전에 디에타민 먹어본 적 있으세요?"

취재진이 디에타민을 처방받기까지 걸린 시간은 4분에 불과했다. 서울 소재 내과 3곳 중 2곳은 전화 상담만으로도 처방이 가능했으며 취재진이 내원한 병원조차 너무 쉽게 처방 받을 수 있었다.

홍대 부근에 위치한 A 의원에서는 취재진이 이전에도 복용했다는 이야기를 하자 부작용 설명과 혈압 측정을 한 뒤 처방전을 내줬다. 이후 방문한 강남의 B 병원에서는 의사의 진료가 3분만에 끝났으며 의료진이 부작용 언급을 하지 않아 취재진이 부작용에 대해 직접 질문을 해야했다.

또한 A 의원에서 진행했던 기초적인 검사조차 하지 않았다. 디에타민은 다른 약물과 병용하지 않고 단독 사용을 권장한다고 알려져있음에도 B 병원 의사는 강한 효과를 원하시면 한 가지 정도 더 추가해서 먹는게 좋지 않냐며 권유했다.

두 병원 모두 BMI 확인 등의 체형 검사는 이뤄지지 않았으며 걱정과 달리 너무 쉽게 약을 구할수 있었던 취재진은 마치 병원에서 환자들의 의료용 마약류 오남용을 부추기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더팩트

디에타민을 판매하는 업자 돈을 받지 않고 유사 성관계를 요구하는 사람도 있었다. 일부 10대는 디에타민을 구하기 위해 '중고 속옷' 등의 물품과 교환을 구하고 있었다. /트위터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10대 또한 디에타민을 쉽게 구할 수 있었다. 17살에 처음 디에타민을 복용한 이 모 양은 "트친(트위터 친구)이 트위터에서 샀다고 업자를 소개 해줘서 한 알당 3000원에 구매했다"고 말했다. TV 프로그램을 통해 나비 약을 접한 최 모(17) 양 역시 중고 거래 플랫폼을 통해 한 알당 1만 원에 디에타민을 구매했다고 말했다.

취재진이 해당 SNS에 접속해 디에타민 판매자에게 "얼마예요"라고 메시지를 보내자 5분 만에 "일괄 15(만원)에 드릴게요"라고 답장이 왔다. 거리가 멀어 구매가 어려울 것 같다고 말을 전하니 이동비만 주시면 취재진이 있는 곳으로 직접 오겠다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디에타민 거래를 이유로 성적 행위를 요구하기도 했다. 돈을 받지 않고 유사 성관계를 해주면 약을 주겠다는 사람도 있었다. 일부 10대는 디에타민을 구하기 위해 '생리대', '스타킹' 등의 물품과 교환을 구하고 있었다.

서정숙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이후 마약류 식욕억제제를 처방받은 환자는 611만 명에 달했으며, 처방량은 11억 3827만 개를 돌파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2020년 1건에 불과했던 마약류 식욕 억제제 온라인 판매 적발 건이 2021년 181건, 2022년 807건으로 폭증했으며 2023년은 7월까지 369건에 달하는 불법 유통거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적발 건수의 90% 이상(1,226건)이 SNS상에서 이뤄졌으며 일반쇼핑몰은 118건으로 그 뒤를 이었다.

더팩트

'나비약' 사용 후 부작용 경험을 밝히고 있는 10대 청소년. /이윤경 인턴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손떨림, 자살 충동까지... 의사는 알려주지 않았던 부작용

"어떤 남녀가 자기 귀에 '죽어'라고 속삭였다더라고요. 환청이 들린 거죠."

의약품 검색 앱 '약학 정보원'에 따르면 디에타민을 복용할 시 어지러움, 불면증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쓰여있다. 급속으로 과량 투여할 시 환각, 공황상태를 겪을수 있으며 치명적인 중독 시 혼수 상태 및 사망에 이를 수 있다고 설명되어 있다. 하지만 취재진과 만났던 약물 복용자 대다수가 이러한 부작용에 대해 알지 못했다. 의사로부터 약을 처방 받은 20대 복용자들 역시 이 사실을 고지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SNS 속 인플루언서들을 보고 나도 살을 빼면 사진이 예쁘게 나올까 싶어 3개월가량 디에타민을 복용했던 최 모 양은 "가끔 동물 죽은 게 환각처럼 보이고 몸이 추우면서 붕 뜨는 느낌이 들었다"며 자신이 겪은 부작용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 모 양은 복용 당시 음식이 앞에 있어도 '이걸 왜 먹어야 하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또한 친구들이 자신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저는 제대로 말하고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친구들은 제 말을 하나도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친구들이 '혹시 너 디에타민 먹었어?'라고 물어봤다"면서 "길을 걷는데 비눗방울에 갇힌 것 같다"는 친구도 있었다고 말했다.

친한 친구가 나비약을 먹고 부작용을 겪은 사례를 지켜본 경우도 있었다. 홍대입구에서 만난 17세 여고생들은 "활발한 친구였는데 우울해졌다가 울고, 성격이 180도로 변한 친구가 있다"고 말했다.

병원에서 디에타민을 처방받아 5년간 복용했던 조 모(29) 양 역시 부작용을 경험했다. 약을 먹은 후부터 손 떨림이 심해졌고 술을 먹을 때마다 기억을 잃고 폭력적으로 변했다며 "의사가 말을 안 해줘서 부작용인지 몰랐다 너무 이상해서 인터넷에 찾아보니 부작용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조 모 양은 오랫동안 디에타민을 복용했던 친구로부터 마약 대신 디에타민 여러알을 먹고 환각에 사로잡힌 채로 노래를 만드는 가수의 이야기도 들었다고 취재진에게 귀띔했다.

더팩트

불법 구매로 경찰 조사를 받는 사람들을 위해 SNS에 팁을 공유하는 이도 있었다. /트위터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경찰 조사 받아도 후회없는 10대

아림 양은 2주 전 과거 트위터를 통해 디에타민을 불법 구매했던 것이 적발돼 경찰 조사를 받고 왔다고 말했다. 나비약 때문에 경찰 조사 받았다고 글을 올리니 다른 사람들한테 연락이 많이 왔다고 이야기 했다. 이어 경찰 조사 당시 중학생으로 추정되는 어린 여자아이들이 부모님의 손을 잡고 조사받으러 온 것에 놀랐다고 전했다.

SNS에 경찰 조사 다녀온 이야기를 영웅담 늘어놓듯이 작성한 10대들도 있었다. 진술서는 최대한 형식적으로 쓰고 '나 억울하고 후회하며 반성 중'이라는 내용으로 작성하라며 불법 구매로 경찰 조사를 받는 사람들을 위한 팁을 공유하는 이도 있었다.

취재진은 경찰 조사를 받은 청소년들에게 디에타민 복용을 후회하냐고 물었다. 하지만 대다수가 살이 너무 잘 빠졌기 때문에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뚱뚱하다는 이유로 왕따를 당해 디에타민을 찾게됐다는 김 모(17) 양 은 부작용이 생겨 끊게 됐지만 다시 돌아가도 디에타민을 구매할 것같다고 말했다.

학교 수업에 집중하기 힘들어 디에타민을 끊었다는 최 모양은 "식욕이 억제가 안 될때 다시 먹을까? 라는 생각도 든다. SNS에서 10만 원이 넘는 가격에도 구매할 정도면 정말 다이어트가 간절하다는 건데, 요즘 헬스장 PT 비용이 너무 비싸니깐 아무래도 학생들 입장에서 약을 구하는 게 쉬운 방법이다. 차라리 미성년자에게도 나비약 판매를 합법화 해 일주일 단위로 조금씩 처방해 줬으면 한다"며 조심스레 이야기 했다.

더팩트

병원에서 디에타민을 처방받아 5년간 복용했던 조 모씨는 부작용이 생업에 영향을 끼쳐 복용을 중단했다. /조 모 씨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10대 걱정하는 어른들

그런 10대를 바라보는 어른들은 걱정이 앞선다. 손 떨림 증상이 심해 약을 끊은 조 모씨도 살이 빨리 빠졌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소년의 복용은 강력히 반대했다. 친 동생이 디에타민 먹는 것을 보고 너무 싫어서 먹지 말라고 여러 번 말했다는 조 모씨는 "부작용이 실생활에서 해를 많이 끼치는데 미성년자는 영향이 더 클 것이고 중독도 쉽게 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내면의 건강함을 채우지 못하고 외면에만 집중하다 보면 힘든 일이 있어도 외모 때문이라고 생각하게 되고 자기 스스로에게 너무 엄격해질 것이라"며 "디에타민을 먹으면 살은 빠지지만 마음이 병드는 것같다"고 10대들의 디에타민 섭취를 걱정했다.

이진복 분당 나우리가정의학과 원장은 "디에타민은 교감신경을 항진시키는 부작용이 대부분이며 커피를 못 마시는 사람이 한 번에 3~4잔을 먹는 것과 같다"면서 "10대들에게 부작용이 더 심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청소년들의 디에타민 섭취에 우려를 표했다.

더팩트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4월 ‘온라인 불법유통 근절 위한 민·관 합동점검 실시’ 보도 자료를 발표하며 11월까지 7개 기관과 함께 민·관 합동으로 온라인상의 의약품·마약류의 불법 판매·알선·광고 행위 근절을 위해 집중적으로 점검에 나선다 밝혔다. /더팩트 DB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구매자 처벌 보다 판매자 처벌 엄격하게 필요

전문가들은 디에타민과 같은 먀약류 의약품에 대해 부작용이 제대로 고지 되지 않는 점과 부작용이 큰 만큼 판매자에 대한 정부의 관리가 더 엄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지난 4월부터 11월까지 7개 기관과 함께 민·관 합동으로 온라인상의 의약품·마약류의 불법 판매·알선·광고 행위 근절을 위해 집중적으로 점검에 나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금도 버젓이 SNS에는 디에타민이 판매되고 있었다. 또한 19세 미만 처방이 금지된 졸피드 정을 판매하는 글도 올라왔다.

현행법상 온라인을 통한 의약품 거래는 불법으로 규정되고 있다. 마약류 관리법 제 61조에 따르면 디에타민과 같은 향정신성의약품을 불법으로 구매하거나 판매할 시 구매자와 판매자 모두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심리 상담 기관 누다심센터의 김윤아 상담가는 "구매자에 대한 처벌보다 판매 또는 처방하는 사람들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마약도 판매하는 사람들이 큰 처벌을 받는 것처럼 디에타민 또한 불법판매로 이익을 보는 사람에 대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회 분위기가 마름을 추앙하면서 화면 속 아이돌들도 과거에 비해 점점 말라가고 있는 점을 언급하며 "10대 청소년들은 다이어트에 대한 욕구가 강해 부작용까지 고려하기 힘들다"고 청소년들의 건강에 타격을 주는 디에타민 섭취를 우려했다.

bongouss@tf.co.kr

bsom1@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