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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토)

의사당 폭동 가담 美 수영 스타, 금메달 덕분에 선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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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2008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켈러

법원 "감옥 가는 대신 다른 젊은이들 돕길"

집행유예 선고에 사회봉사 360시간 명령

2021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이 일으킨 이른바 1·6 사태 당시 의회 의사당 난입에 동참한 왕년의 수영 스타가 감옥에 가는 최악의 상황을 피했다. 그가 과거 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를 따 미국 국위 선양에 기여한 점을 참작한 법원이 선처를 베푼 것으로 풀이된다.

세계일보

2008년 미국 국가대표 수영선수로 중국 베이징 올림픽에 출전한 클리트 켈러가 금메달이 확정된 뒤 기뻐하는 모습. 그는 2021년 1월6일 트럼프 지지자들과 함께 연방의회 의사당을 습격한 혐의로 기소됐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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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현지시간)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1·6 의사당 난입 사건으로 기소된 전 국가대표 수영선수 클리트 켈러(41)에게 징역형 대신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그는 6개월의 자택 구금과 36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도 동시에 받았다. 앞서 검찰이 징역 10개월을 구형한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관대한 처분을 받은 셈이다.

이날 재판에서 켈러는 판사를 향해 “오늘 제가 왜 여러분 앞에 서 있는지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저는 제 행동이 범죄였다는 것, 제 행동에 전적으로 제가 책임져야 한다는 점을 이해한다”고 진술했다. 이에 판사는 “켈러가 감옥에서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다른 젊은이들이 자신의 실수에 대해 솔직히 인정하고 반성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 더 좋겠다”는 말로 실형을 선고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했다.

켈러는 2000년 호주 시드니, 2004년 그리스 아테네, 2008년 중국 베이징 올림픽에 연속으로 출전해 총 5개의 메달을 따낸 수영 스타 출신이다. 특히 2004년과 2008년에는 출전한 종목에서 우승을 기록하며 잇달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다만 선수 생활을 마친 뒤로는 사회 적응에 실패해 생활고에 시달려 온 것으로 알려졌다.

미 언론 보도에 따르면 1·6 사태 당시 2m에 가까운 장신인 켈러가 민주당 소속의 낸시 펠로시 당시 하원의장,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등을 향해 험한 욕설을 내뱉는 장면이 채증 영상에 찍혔다. 그는 자신을 의사당 건물 밖으로 밀어내려는 경찰관들과 몸싸움도 벌였다. 켈러는 당시 미국 올림픽 국가대표팀(Team USA) 전용 운동복을 착용하고 있었는데 수사당국은 이 점에 착안해 그의 신원을 밝혀냈다.

의사당 폭동으로 지금까지 기소된 사람은 약 1200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약 900명이 유죄 선고를 받았다. 다만 형량은 단지 며칠 동안의 구금부터 무려 22년의 징역형까지 다양하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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