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락세에 있는 수입 후판가가 협상 분수령
“조선사 입장 더 반영된 방향으로 협상될 것”
현대제철에서 생산한 후판의 모습. |
수개월 지속됐던 올 하반기 조선사와 철강사 간 조선용 후판가 협상이 상반기 가격보다 소폭 인하되며 결론 날 것으로 보인다. 조선사의 가격 인하와 철강사의 가격 인상 주장이 엇갈렸는데, 수입 후판가 하락세 지속이 이번 결정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조선업계와 철강업계는 후판가 협상을 올해 안으로 마무리 지을 계획이다. 가격은 올 상반기보다 소폭 인하하는 방향으로 결정 날 것으로 전망된다.
철강사들은 최근 철광석 가격이 톤(t)당 134달러를 돌파하며 연중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원자재 가격이 크게 상승한 만큼, 이를 후판 가격에 반영해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불황기 이후 약 10년 만에 호황기에 들어선 조선사들 역시 수익성 개선을 위해 무작정 후판 가격을 올릴 수 없으며, 중국·일본 등 수입 후판 가격이 하락세이니 오히려 가격 인하를 해야 한다며 반대 입장을 고수 중이다.
특히, 후판가는 전체 선박 건조 비용의 20~30%를 차지한다. 이제 막 다시 수익을 내기 시작한 조선사로서는 후판 가격이 또다시 인상되면 수익 면에서 타격이 크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양측 입장이 팽팽하면서 평균적으로 2~3개월가량 걸렸던 가격 협상이 이번엔 5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올 상반기 협상 당시에도 원가 부담을 덜어달라는 철강사 측의 입장을 크게 반영하며 협상을 마무리했다”며 “수입 후판과 가격 차이가 상당한 상황에서 조선사 측이 인상안을 받아들일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올 상반기 후판가 협상 시기엔 중국산 후판가도 크게 치솟는 등 조선사가 수입 후판가 비율 증가라는 방식으로 국내 철강사들을 압박하기 쉽지 않은 환경이었다. 하지만, 하반기에는 수입 후판가가 하락한 만큼, 더 이상 끌려갈 이유가 없다는 것이 조선사 측의 입장이다.
이처럼 협상이 이어지는 동안 하락세를 보인 외국산 후판 가격이 결국 이번 협상의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후판 시장 점유율을 수입 후판의 저가공세에 빼앗길 것을 염려하는 철강사들이 결국 후판가 인하 쪽으로 결론 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톤당 90만~100만 원가량에 거래되던 중국산 후판가는 현재 톤당 70만 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국산 후판가가 100만 원대에 가격 형성이 되어 있는 것을 고려하면 20만 원 넘게 차이가 나는 상황이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의 중국산 후판 수입량은 약 92만 톤으로 지난해 수입량인 64만 톤을 이미 크게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철강사들이 가격 인상을 끝까지 고수한다면, 조선사들은 지금보다도 더 중국이나 일본산 후판 수입을 늘리는 방향으로 대처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협상이 이어지며 철강사도 후판가 인상 요인이 없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며 “조선사 입장이 더 반영된 방향으로 협상이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투데이/김해욱 기자 (haewookk@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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