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가운데 소규모 사모펀드 운용사(PE) 등 일부 기관은 벌써부터 카카오가 보유한 카카오뱅크 지분에 눈독을 들이는 분위기다. 만약 카카오가 벌금형 이상의 형사 처벌을 받게 되면 은행 대주주 지위를 내려놓게 될 가능성이 있는데, 그러려면 2조원대 지분을 팔아야 한다.
◇ “지분 매각까진 아직 먼 얘기… 대법 판결 나와도 행정소송 할 수도”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뱅크 지분이 나오면 사겠다는 대기수요는 상당히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벌써 프로젝트 펀드(사전에 투자처를 정해놓고 결성하는 펀드) 조성까지 고민하는 기관이 있다고 한다.
검찰에 기소된 카카오 법인이 벌금형 이상의 형사 처벌을 받게 된다면 은행 대주주 지위를 내려놓아야 할 수도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에 따르면, 비금융주력자가 인터넷은행 의결권 지분 10%를 초과 보유하려면 최근 5년 간 금융 관련 법령, 조세범 처벌법,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공정거래법 등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의 처벌을 받은 적이 없어야 한다. 이 경우 금융위원회는 은행 지분 일부를 매각하라고 명령할 수 있다. 벌금형을 받는다고 해서 무조건 지분을 팔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금융위 안건으로 시정명령, 처분 명령 등을 논의해 결정한다.
카카오는 최악의 경우 카카오뱅크 지분 27.17% 중 10%만 남기고 나머지를 모두 매각해야 할 수도 있다. 이 경우 매각 대상이 될 주식 가치는 현재 시총(12조4000억원) 기준으로 2조1300억원에 달한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10~20% 붙여 매각한다고 가정하면, 가격은 2조원대 중반이 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카카오뱅크 지분 매각은 아직 먼 얘기라고 말한다. 검찰이 이제 수사에 착수한 만큼, 1심 판결이 나오기까지 1년도 더 걸릴 수 있다. 설령 1심에서 벌금형 이상의 처벌을 받는다 해도 항소와 대법원 상고까지 갈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이번 정권에서 대법원 판결이 나올 수 있을지조차 의문”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카카오가 대법원까지 가서 벌금형 이상 처벌을 확정 받는다 해도 금융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진행할 수 있다. 카카오 입장에서 카카오뱅크 지분은 포기하기 싫은 자산이기 때문이다. 현재 카카오 계열사 중 지분법 이익을 안겨줄 수 있는 회사는 엔터테인먼트·게임즈·뱅크뿐이다.
실제로 상상인은 지난달 27일 금융위의 주식 처분 명령에 대해 취소 및 효력 정지 소송을 제기했다.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 지분을 각각 90%씩 내년 4월까지 매각하라고 명령받았으나, 이에 불복한 것이다.
◇ 프로젝트 펀드로는 힘들어… 한투도 덩달아 지분 팔 가능성
그럼에도 기관들이 벌써 카카오뱅크 지분을 사기 위해 줄을 섰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재 카카오뱅크의 실적은 빠른 속도로 좋아지고 있다. 3분기 순이익이 95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 증가했다. 영업수익은 60% 증가한 6600억원을 기록했다.
카카오뱅크의 3분기 말 기준 주택담보대출 잔고는 8조원을 돌파했으며 순자산은 6조원에 육박했다. 이익잉여금은 6800억원, 현금 및 예치금은 1조5700억원이다.
그러나 실제로 카카오 보유 지분이 시장에 나온다고 한들 매각까지 순탄하게 이뤄지긴 어려울 전망이다. 먼저, 일부 PE가 결성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진 프로젝트 펀드는 카카오뱅크 지분 인수에 부적절하다. 펀드 출자자(LP)들에게 돈을 언제 투자할 것인지 미리 알려야 하는데, 매물이 언제 나올지 기약이 없기 때문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프로젝트 펀드로는 인수가 사실상 불가능하며, 규모가 워낙 큰 만큼 대규모 블라인드 펀드를 가진 곳만 인수에 도전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금융당국이 PE의 은행 소유를 쉽게 허락할 것 같지 않아, 재무적 투자자(FI)가 전략적 투자자(SI)를 끼고 함께 들어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의 카카오뱅크 지분 매각이 현실화한다면 2대주주인 한국투자증권의 셈법도 복잡해질 전망이다. 한투는 올해 상반기 말 기준으로 카카오뱅크 지분 27.17%를 보유 중이다. 최대주주 카카오보다 1주 적게 갖고 있다.
한투 입장에선 카카오가 카카오뱅크 대주주 자격을 잃는 게 달갑지 않은 상황인데, 은행 계열 증권사가 되면 제약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내부등급법(은행이나 은행을 보유한 지주사가 자체적으로 마련한 신용평가 시스템으로 위험가중자산을 산출하는 제도)을 적용받기 때문에 리스크 관리 의무가 더 강해진다. 투자할 때 내부 심사 기준이 까다로워지며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게 어려워진다.
업계에서는 한투가 카카오뱅크 대주주가 되는 걸 피하기 위해 보유 지분 일부를 덩달아 매각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카카오의 보유 지분 17.17%를 가져갈 제3자가 대주주가 되려면, 한투는 지분을 최소 10% 이상 팔아야 한다. 아니면 카카오가 지분 전량(27.17%)를 제3자에 매각해야 하는데, 카카오가 그런 판단을 내릴 가능성은 낮다. 실제로 매각이 진행된다면 적잖은 진통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노자운 기자(jw@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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