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옥 기자 |
주파수는 ‘데이터가 오가는 도로’로, 대역폭이 넓을수록 차선이 늘어나는 셈이라 그만큼 속도도 빨라진다. 28㎓는 현재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통 3사가 5G에 쓰는 3.5㎓(중대역 주파수)에 비해 데이터 전송 속도가 3~4배 빠르다.
하지만 이통 3사는 2018년 각각 800㎒(메가헤르츠)씩 나눠 받았던 28㎓ 주파수를 모두 반납한 상태다. 전파 도달거리가 짧고, 빌딩 같은 장애물 통과가 어려워 기지국을 촘촘하게 설치해야 해서다. 과기부가 이달 19일까지 신규 사업자를 모집 중이지만, 이날까지 신청한 업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자동차 업계는 ‘미래 모빌리티의 고갱이’인 자율주행과 28㎓ 주파수의 접목에 주목하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의 진척을 위해선 차량 전용 통신망이 필수인데, 28㎓ 주파수가 안성맞춤이라는 얘기다. 자율주행 기술은 크게 ‘차량 중심’과 ‘차량-인프라 융합(V2I)’으로 나뉜다. 카메라·라이다·레이더 등을 이용해 차량 스스로 주행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차량 중심 기술이다.
김영옥 기자 |
난관은 도로 상황이 ‘상상 이상’으로 복잡하다는 점이다. 완성차 업체들이 운전대에서 손을 뗄 수 있는 단계인 ‘레벨3’을 넘지 못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세계 최초의 24시간 무인택시’를 운행하던 제너럴모터스의 크루즈는 인명 사고가 잦자 지난달 운행을 중단했다. 현대차그룹도 레벨3 기술을 적용한 EV9을 연내에 선보이겠다는 계획을 미룬 상태다. “실제 주행 상황에서 다양한 변수가 생겼다”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V2I 방식을 통해 이런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고 말한다. 자동차와 도로 인프라가 초고속 통신망을 통해 적극적으로 ‘협력’하면 차량이 신호·날씨·보행자 등 각종 정보를 실시간으로 전달받을 수 있어 자율주행이 보다 쉬워진다는 설명이다. 이중기 홍익대 법대 교수는 “V2I 방식이 훨씬 효과적일 것”이라며 “이때 자동차 전용망은 필수다. 자동차 전용이 아닐 경우 통신 지연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현재 노변 기지국에서 정보를 수집·공유하는 ‘차세대 지능형 교통시스템(C-ITS)’에 대한 시범 사업을 진행 중이다. 기본적으로 V2I 기반이지만, 교통정보 제공과 신호 관리에 치중한다는 한계가 있다.
김영기 한국공학한림원 자율주행위원회 위원장은 “차도는 시야가 확보된 공간이라 도달거리가 짧고, 건물 통과가 어려운 28㎓의 단점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자동차 전용망으로 활용하면 더 큰 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통해 민간이 주도하는 ‘V2I 주행사업자’ 제도가 시행돼야 자율주행 시장이 확대된다는 설명이다. 주행사업자는 차량·통신·도로 인프라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두고 통합 센터를 운영하는 역할을 한다. 김영기 위원장은 “주행사업자가 자율주행뿐 아니라 차량제어·원격제어·인포테인먼트 등 부가 서비스를 제공하면 새로운 먹거리 창출이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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