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자체 산하기관의 사무국장(계약직)은 자신이 채용 계획을 세우고 공고를 낸 뒤 스스로 정규직 팀장 자리에 응시해 합격했다. 계약 만기가 다가오자 상근직으로 스스로를 채용한 것이다. 이곳 기관장은 사무국장에게 유리하게 서류 심사 평가 기준을 맞춰줬다. 민간 사기업에서도 일어날 수 없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공공기관에서 벌어진 것이다.
이 기관장은 또 오랜 친분이 있는 지인이 차장급 자리에 응시했다가 서류 전형에서 탈락하자 재검토를 지시했다. 일부 심사위원의 불리한 채점 결과를 배제해 지인을 최종 합격시켰다. 일부 공공기관은 응시 자격이 없는 퇴직 후 3년 미만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 학력 기준 미달자들도 합격시켰다. 서류 접수가 마감됐는데도 추가 접수를 지시하거나 자의적으로 서류·면접 채점을 하면서 가점을 주고, 감독 기관과 협의 없이 마음대로 신규 채용하기도 했다.
2017년에도 공공기관 전수조사에서 채용 비리가 2230여 건 적발됐다. 당시 특정인에게 유리하게 평가 기준을 고치거나 채점 점수를 조작하고 청탁해 특별 채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일부에선 금품이 오가기도 했다. 강원랜드는 신규 채용자 상당수가 청탁으로 입사했다고 한다. 2018년 서울교통공사는 전체 정규직 전환 근로자의 19%가 전·현직 직원의 친·인척으로 드러나 고용 세습 논란이 일었다.
지난 5월엔 선거관리위원회 경력직 채용 과정에서 선관위 전·현직 간부와 직원들의 친·인척이 대거 채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경력 미달인데도 채용되고 평가 점수 조작 의혹도 있었다. 이럴 때마다 정부는 공공기관 채용 비리를 근절하겠다고 했지만 불법과 불공정은 점점 더 판치고 있다. 공공기관을 ‘신의 직장’이라 부르는 이유는 방만하고 나태한 경영을 해도 망하지 않는 데다 채용 비리로 일반인은 넘보기 어려운 직장이 됐기 때문이다. 근본적 수술이 있어야 한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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