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배터리 파쇄해 1200도 가열
기존 함유된 리튬 80% 회수
한국지질원연구원 김병수 박사팀이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1200도의 열로 부분 용융해 성분별로 분리한 물질들. 이 과정을 통해 리튬과 흑연을 회수할 수 있다. 지질자원연구원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전기차 등에 들어가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재활용 기술을 개발했다. 향후 수명을 다한 폐배터리가 다량으로 쏟아질 때 중요 광물자원을 한국 기술로 회수할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김병수 박사팀은 7일 세계에서 처음으로 저온 건식 방법을 활용한 LFP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번 기술의 핵심은 폐배터리를 선별 공정 없이 단순 파쇄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 뒤 1200도로 부분 용융한다. 완전한 액체가 아니라 진흙처럼 만든다.
이렇게 변한 폐배터리를 ‘블랙매스(양극재와 음극재가 혼합된 배터리 가루)’와 흑연으로 나눈다. 연구진은 블랙매스에서는 원래 폐배터리에 들어 있던 리튬 양의 95% 이상을, 흑연에서는 원래 양의 80% 이상을 회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LFP 배터리는 용량이나 출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인 양극재에 인산철을 쓰는 2차전지를 뜻한다. 중국이 세계 시장을 주도한다. 반면 한국 기업은 주로 NCM(니켈·코발트·망간)을 쓰는 배터리를 생산한다. 이밖에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배터리도 있다.
지난해 전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LFP 배터리 점유율은 27.2%였다. NCM·NCA 배터리 점유율은 69.8%였다. 아직은 NCM·NCA 배터리가 우위지만 격차가 최근 빠르게 줄고 있다. 2020년까지 LFP 배터리 점유율은 10% 내외에 불과했다.
LFP 배터리가 각광받는 이유는 가격이다. NCM이나 NCA 배터리보다 값이 20~30% 싸다. 전기차에 LFP 배터리를 넣으면 가격도 자연스럽게 내려간다. 다만 LFP 배터리가 NCM이나 NCA 배터리보다 무겁기 때문에 주행 성능은 다소 떨어진다. 하지만 ‘저가’라는 매력에 최근 세계 소비자와 기업들이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기존에 등장한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은 대부분 NCM·NCA 배터리에만 적용됐다. 연구진 기술과 달리 번거로운 선별 공정이 필요하고, 온도도 1400도 이상 올려야 한다. 연구진은 이번 기술이 에너지가 많이 드는 용해 과정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친환경적이면서 동시에 시설 투자비도 적게 들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또 새로운 기술을 향후 NCM·NCA 배터리 재활용에도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김 박사는 “향후 친환경 배터리 재활용 기술의 고도화를 통해 관련 기업에 대한 기술 이전을 확대할 것”이라며 “국가 자원사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 독립언론 경향신문을 응원하신다면 KHANUP!
▶ 뉴스 남들보다 깊게 보려면? 점선면을 구독하세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