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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미얀마 민주화 시위

가자·우크라에 가려진 미얀마…“3명 중 1명 인도주의 벼랑 끝 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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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1860만 명 인도주의 지원 시급"
260만 명은 난민으로 국내외 떠돌아
"잊힌 비상사태 되지 않게 관심을"
한국일보

지난 2월 미얀마 카렌주 미야와디 레이케이코 인근 산 중턱에서 군부 폭격으로 난민이 된 난데퍼(오른쪽 세 번째)가 아기를 안은 채 이모를 바라보고 있다. 이들이 몸을 피한 곳은 집이 아닌 축사다. 레이케이코(미얀마)=허경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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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2월 군부 쿠데타 발발 3년을 맞는 미얀마에서 국민 세 명 중 한 명은 인도주의 위기에 처해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경제 파탄으로 많은 사람들이 배를 곯는 가운데, 정부군과 반군의 충돌 격화로 삶의 터전을 잃고 떠도는 사람도 급증하면서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전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또 다른 갈등·참사에 밀려 국제사회의 관심이 시들해져가는 사이 수백만 명의 미얀마인이 벼랑 끝에 몰려 있다는 지적이다.

18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유엔 산하 인도주의업무조정국(UNOCHA)은 미얀마 쿠데타(2021년 2월 1일) 발발 이후 이달 11일까지 1,860만 명에게 인도적 지원이 시급하다는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발표했다. 미얀마 국민이 약 5,500만 명인 점을 감안하면 3분의 1 이상이 생존 위험 앞에 놓인 셈이다. 쿠데타 직전(2020년 말·98만 명)보다 19배나 늘어난 수치다.

2021년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켜 권력을 장악한 뒤 반대세력을 무력으로 진압하고, 저항세력이 투쟁에 나서면서 미얀마는 사실상 내전 상태로 빠져들었다. 민간인의 삶은 더욱 팍팍해졌다. 정부군 공습으로 현재 260만 명이 집을 잃고 떠돌고 있다. 1년 전(150만 명)보다 110만 명이나 늘었다. 인구의 40% 이상은 빈곤선 아래에서 살아간다. 군부가 지난 10년간 진행된 미얀마의 경제 개방 노선에 역행하는 정책을 펴는 탓이다. 제대로 된 의료시스템은커녕 깨끗한 식수조차 얻기 어렵다고 유엔은 설명했다.
한국일보

미얀마와 강 하나를 두고 있는 태국 접경지 매솟에 위치한 미얀마 난민 마을. 매솟(태국)=허경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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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지난 10월 이후 군정과 북부지역 소수민족 반군 간 교전이 거세지면서 두 달 새 66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하는 등 피해 규모는 날로 커지고 있다. 가장 큰 피해자는 전쟁이 무엇인지도 모를 어린이다. 마르콜루이지 코르시 유엔 미얀마 인도주의 임시 조정관은 “이주와 의료·교육 중단, 식량 불안과 영양실조, 강제 징집으로 아동 600만 명이 위기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유엔이라고 뾰족한 지원책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당장 재원 마련이 쉽지 않다. 유엔은 쿠데타로 억압받는 미얀마인을 돕기 위해 9억400만 달러(약 1조2,926억 원)가 필요하다고 추산하지만 한 해를 마무리하는 지금까지 모인 금액은 올해 목표치의 29% 정도다. 포성이 잦아들지 않으면서 원조가 시급한 이들에게 닿는 것조차 쉽지 않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코르시 조정관은 이렇게 당부했다. “미얀마는 지금 인도주의 절벽에 서 있다. 수백만 명의 생명이 위험에 처해 있고, 내년에는 민간인에 대한 (군부의) 폭력이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얀마가 ‘잊힌 비상사태’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달라.” 전 세계의 시선이 중동, 우크라이나 전쟁에 쏠리면서 무관심 속에 미얀마가 암흑기에 놓일 수 있다는 경고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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