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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 (화)

이슈 질병과 위생관리

비염·허리디스크 한약에도 건보 적용…환자부담 15만→5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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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4월부터 한의원에서 비염이나 허리디스크로 한약을 지어 먹을 때 비용의 30%만 부담하면 된다. 정부가 한약 건강보험 적용 시범사업을 확대하기로 하면서다.

20일 보건복지부는 제28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첩약(한약) 건강보험 시범사업 개편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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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건강보험정책심위원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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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는 2020년 11월부터 생리통·뇌혈관질환 후유증(65세 이상)·안면신경마비 등의 질환에 한약 건강보험 시범사업을 하고 있다. 이런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한약을 처방받을 때 1인당 연 1회 최대 10일까지 비용의 절반만 환자가 내도록 건보 혜택을 주는 것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사업을 시작하고 올해 6월까지 누적 4만4700명(중복 제외)이 혜택을 봤다. 정부는 이 사업을 3년 더(2026년 12월까지) 연장하면서 건보 적용 대상 질환을 늘리고 본인 부담도 더 낮추기로 했다.

내년 4월부터인 2차 사업에서는 첩약 처방이 잦고 치료 효과도 높은 요추추간판탈출중과 알레르기비염, 기능성 소화불량 등 3개 질환을 추가한다. 세 개 질환으로 지난해 외래 본 환자는 90만7061명 된다. 대상 기관도 기존 한의원에서 한방병원과 한방 진료과목 운영 병원으로 늘린다. 첩약 급여 일수가 10일로 짧다는 지적이 있었던 데 따라 이것도 확대한다. 다른 2개 질환에 대해 10회씩 2차례 각 20일씩 건보 적용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현재는 환자가 절반을 부담해 비용이 반값 한약이라 부르는데, 환자 부담률을 30~40%(한의원 30%, 한방병원 40%)로 더 낮춘다. 한의 진료과목 운영 병원 부담률은 상급종합병원 60%, 종합병원 50%, 병원 40% 등이다. 원래 3개 질환으로 10일치 한약을 지으면 평균 15만원 정도 내야 하는데 이 부담이 4만~5만원 수준으로 내려간다.

정부는 시범사업을 이어가며 일종의 진찰료인 심층변증방제기술료 수가는 1만원가량 올리기로 했다. 복지부는 “한의약 접근성을 강화해 환자들의 의료비 부담을 경감하고 국민 건강관리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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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 이정근 상근부회장(왼쪽)과 김교웅 한방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이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앞에서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확대 중단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 의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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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같은 한약 건보 시범사업은 의대정원 증원, 비대면 진료 등의 이슈에 이어 의정 갈등 요소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이날 의료계는 안전성과 유효성을 이유로 들면서 첩약 급여화 사업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김교웅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은 비판 성명에서 “효과도 알 수 없고 안전성도 입증되지 않은 한약을 임상시험 당해야 하는 환자들의 건강 위협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안전성, 유효성 검증 방법과 평가지표 개발 결과에 따라 평가를 한 후 추가 시범사업 진행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9·4 의정 합의를 통해 협의체에서 첩약 급여화 사업을 논의하기로 했는데 복지부가 1차 시범사업을 일방적으로 시행하더니 2차 시범사업 또한 건정심 의결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게 이들 주장이다. 정부가 이 시범사업의 환자 만족도(95.6%)가 높다고 발표한 데 대해서도 본인부담금 경감에 따른 것이지 명확한 예후나 임상적 근거에 의한 게 아니라고 지적했다. 한약재 원산지 표기도 의무화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대한한약사회도 이날 한약사가 이 사업에 배제된 점을 지적하며 삭발 시위에 나섰다.

대한한의사협회는 의료계 주장에 대해 “맹목적 반대”라고 반발했다. 협회는 “안전성과 유효성, 효과성이 검증된 첩약을 질병 치료와 건강 증진을 위해 경제적 부담 없이 복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라며 “의료인이라면 마땅히 찬성하고 지지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단계 사업에서 예상되는 환자는 약 100만명 규모”라며 “경제적 부담이 완화되고 국민이 한의약 치료 우수성을 확인하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건정심에서는 소아 등의 신경섬유종에 쓰는 신약과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치료제에 내년 1월부터 급여를 적용하는 안도 논의됐다. 총상신경섬유종 치료제 ‘코셀루고캡슐’은 값이 2억800만원인데 이 부담이 최대 1014만원까지 내려갈 전망이다.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타그리소정’ ‘렉라자정’ 등도 1차 치료에서부터 건보를 적용받게 돼 투약 비용이 6800만원에서 340만원까지 낮아진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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