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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이슈 질병과 위생관리

"마약입니다" 온도 200도 기계뒤 진땀…인천공항세관 3층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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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인천공항세관 분석실엔 기체크로마토그래피, 고성능액체크로마토그래피, 적외선분광기, 액체크로마토-질량분석기 등 장비가 있다. 일반적으로 기체크로마토그래피 분석 후 적외선분광기 등으로 재확인한다. 심석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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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이잉~”

지난 14일 오전 11시쯤 인천공항세관(공항세관) 수출입통관청사 3층 분석실. 둔탁한 기계음이 정적을 깨자 흰색 가운을 걸친 분석관의 손놀림이 바빠졌다. 기체크로마토그래프 질량분석기가 검사를 위해 기기 온도를 섭씨 200도까지 끌어올리는 소리다. 기기 옆엔 손가락 한 마디 크기의 유리병에 담긴 마약류가 검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온도가 200도를 넘어서자 검사기에 달린 집게 손이 유리병을 인젝터(증기 분사로 급수를 밀어 넣는 장치)로 옮겼고 인젝터 내 주사기가 유리병 속 액체를 2~3차례 빨아들였다. 기다란 관을 타고 이동한 액체는 뜨거운 열기에 이내 기화(氣化)됐다. 정밀 성분분석을 위한 사전 작업이 끝났단 뜻이었다.

10여분 뒤 분석 결과가 모니터에 나타나자 기존 마약류와의 대조 작업이 시작됐다. 한참 진땀을 흘린 분석관은 검사체가 ‘향정신성의약품의 일종’이란 판단을 내렸다. 분석을 맡은 이길호(47) 주무관은 “마약류 분석 의뢰가 오면 보통 기체크로마토그래피로 성분을 먼저 파악하고 액체크로마토그래피로 재확인한다. 최근 들어 분석 의뢰 건수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신종 마약류 분석에 진땀 흘리는 세관



이날은 샘플을 투입한 마약류 분석작업이었지만 최근 공항세관 분석실엔 세관 특송물류센터와 국제우편물류센터로부터 마약류 분석 의뢰가 잇따르고 있다. 해외에서 들어온 화물들로 통관에서 한 차례 마약류 의심 판정을 받은 검사체들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공항세관 분석실은 올해 마약류 및 수출입물품 4517건을 분석해 마약류 2317건(지난달 기준)을 적발했다. 공항세관 관계자는 “보통 세관 분석실은 여행자 휴대품, 특송·우편화물의 품목번호 설정이 주 업무인데 인천공항세관 분석실은 마약류 분석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분석실이 있는 서울, 부산 등 다른 세관보다 분석 장비가 월등히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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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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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류 분석량이 많다 보니 신종 마약류를 잡아내기도 한다. 지난 6월 베트남에서 반입된 특송화물에서 신종 마약 ‘엠디엠비-이나카’를 찾아낸 게 대표적이다. 당시 수입 통관부서는 전자담배 용액이라 기재된 물품을 엑스레이(X-ray) 판독한 뒤 수상한 음영이 있단 걸 포착하고 분석실에 정밀 검증을 의뢰했다. 분석실 검사 결과 마약의심 성분이 검출됐다. 그런데 하나는 마약류로 지정된 성분이었지만 다른 하나는 보고된 적 없는 물질이었다고 한다.

분석 정보가 기존 마약류와 유사한 점을 이상하게 여긴 분석관들은 재검증에 들어갔다. 다시 분자구조를 들여다보고 해외 논문, 인터넷 등에서 자료조사를 이어간 끝에 이 물질이 합성대마류인 ‘엠디엠비-이나카’란 사실을 밝혀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검증을 거쳐 두 달 뒤 임시 마약류로 지정됐다. 임시 마약류란 오·남용으로 인한 보건상 위해가 우려돼 긴급히 마약류에 준해 취급·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된 물질이다.

지난 3월 베트남에서 소독약으로 위장해 들어온 물질을 정밀 검증해 합성대마류인 ‘에이디비-이나카’란 사실을 규명한 건을 포함해 공항세관 분석실은 최근 2년간 신종마약 총 5건을 적발했다. 이 중 4건이 합성대마 계열이었다. 세관 관계자는 “신종 마약류 상당수는 액체류로 위장해 베트남 특송물품으로 반입됐다가 적발됐다”며 “일반 대마보다 더 큰 환각효과가 있다 보니 국내 수요가 높다. 베트남은 규제가 약해 신종 마약 제조와 수출이 지속해서 이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임시마약류 지정 기간 40일 내로 단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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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는 지난 13일 평균 100일 정도 걸리던 임시 마약류 지정 기간을 40일 이내로 단축했다고 밝혔다. 국내 반입되는 신종 마약이 늘면서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단 판단에서다. 지난달 28일 오유경 식약처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신종마약이 들어왔을 때 임시 마약류 지정까지 걸리는 시간을 줄이는 게 중요하다”며 “신종마약 관련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지난 9월 오스트리아 유엔마약범죄사무소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신종마약 정보를 신속히 공유 받아 지정 기간을 40일 이내로 단축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관세청 관계자는 “식약처 등 관련 기관과 협업해 늘어나는 신종 마약류 차단에 힘을 쏟을 방침이다”라고 말했다.

심석용 기자 shim.seok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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