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분당서울대병원 간호간병 병동에서 간호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우상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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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국민을 짓누르는 간병비에 칼을 뺐다. 보호자 없는 병동으로 불리는 '간호·간병 통합 서비스'를 대폭 늘리고 요양병원 간병비를 급여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간병 지옥' '간병 살인' '간병 퇴직'이란 말이 나올 정도여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번 대책은 내년 7월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한다. 전문가들은 "방향을 잘 잡았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대책이 늦어도 너무 늦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령화로 이미 휘청대는 건보재정 걱정도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21일 국민의힘과 당정 협의를 거쳐 이같은 내용을 담은 간병부담 경감 방안을 발표했다. 대책의 핵심은 급성질환 환자는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적용 병원을 대폭 확대하고, 만성질환 환자가 입원한 요양병원의 간병비에 건강보험이나 장기요양보험을 적용한다는 것이다. 또 전국 시·군·구에 재택의료센터를 설치해 퇴원 환자의 집으로 찾아가 의료·간호·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 서울대 간호학과 김진현 교수 연구에 따르면 지난해 간병비 부담은 10조원으로 추정된다.
간병비 대책은 모처럼 여야가 한 목소리를 내는 분야이다. 윤석열 정부는 110대 국정과제로 제시했고, 이번에 큰 틀이 나온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말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를 총선 1호 공약으로 제시했다. 앞으로 추진과정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차준홍 기자 |
정부 대책은 두 갈래이다. 간호·간병통합 서비스(이하 통합서비스) 대상 환자를 올해 230만명에서 2027년 400만명으로 늘린다. 전체 입원환자의 40%가 적용되는데, 2027년 60% 넘게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170만명이 추가 혜택을 보게 되면서 2024~2027년 10조 6877억원의 간병비 부담을 줄이게 된다. 통합서비스는 간호사·간호조무사 등이 간호와 간병을 책임진다. 보호자가 없고 건보가 적용돼 입원료의 20%만 환자가 부담한다.
현재 상급종합병원은 4개 병동만 통합 서비스를 운영하는데, 2026년부터 비수도권 상급종합병원 23곳은 모든 병동이 참여한다. 수도권은 지방병원의 간호인력 이동을 최대한 억제하기 위해 우선 6개 병동으로 확대한다. 대형병원 75곳에 중증 수술 환자, 치매ㆍ섬망 환자 등을 전담하는 최중증 환자 통합 서비스 병실이 생긴다. 간호조무사를 3.3배 늘리고, 대체간호사를 2개 병동당 1명씩 지원한다. 지방 종합병원과 국립대병원 간호사 한 명당 월 30만원을 3년간 지원한다. 수도권 이동을 막기 위한 조치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요양병원 간병 체계 개선이다. 간병비는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다. 2020년 2.7%에서 지난해 9.2%, 올해 9.3% 뛰었다. 1대 1 간병비는 평균 12만1600원, 6인실은 환자당 2만 540원이다. 월 평균 적게는 60만원, 많게는 365만원에 달한다. 더 황당한 건 요양원 환자가 치료가 필요해서 요양병원으로 옮기면 간병비를 내야 한다는 점이다. 요양원은 장기요양보험이 적용돼 간병비가 무료이고, 요양병원은 입원비에만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간병비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2008년 장기요양보험을 시행하면서 정리하지 못한 게 두고두고 왜곡을 심화시켰다.
차준홍 기자 |
정부는 2024년 7월~2025년 12월 10개 요양병원을 시범기관으로 지정해 간병비를 예산(240억원)으로 지원한다. 조건이 있다. 5단계 중증도 분류 체계에 따라 1,2단계(의료 최고도, 의료 고도)이면서 장기요양 1~2등급 환자(이하 중환자)가 대상이다. 혼수상태, 인공호흡기 부착 환자, 심한 사지마비 등의 증세를 가진 와상환자, 일상생활의 상당부분을 남에게 의존하는 환자들이다.
2027년에는 전국 요양병원으로 확대한다. 이 때부터는 건강보험이나 장기요양보험을 적용한다. 모든 병원, 모든 환자에게 적용되지 않는다. 중환자가 일정비율(최소 33% 검토 중) 이상인 데에 입원한 중환자만 적용한다. 거꾸로 얘기하면 중환자가 33% 안 되는 요양병원 입원환자는 중증이라도 적용되지 않는다. 또 33% 이상 요건에 맞는 병원이라도 중환자 요건에 들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 보험 대상자가 많지 않을 수도 있다. 연 1조~2조원 들 것으로 추정된다. 환자 부담은 간병 수가의 30~50%를 고려하고 있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병원을 집처럼 여기는 '사회적 입원'이 다소나마 줄어들 수 있다. 또 이런 환자를 둔 요양병원의 운영이 어려워질 것이다.
차준홍 기자 |
한계도 분명하다. 건강보험은 질병 치료와 예방에 쓰는 게 맞는데, 간병에 투입하는 게 옳으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이번 대책을 시행해도 부분 해결로 끝날 수도 있다.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를 모든 의료기관으로 확대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다. 또 요양병원의 사회적 입원 환자의 상당수가 저소득층이라서 이들이 돌아갈 데가 없는 점도 걸림돌이다.
권용진 서울대병원 교수는 "중증 중심으로 간병비를 급여화하고, 이런 환자가 다수인 요양병원만 지원하겠다는 것은 상당히 의미 있어 보인다"면서도 "통합서비스를 확대하면 지방의 중소병원 간호인력이 빠져나가 어려움에 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의료관리학)는 "전체 그림을 잘 그린 것 같다"고 평가한다. 김 교수는 "요양병원 간병비가 급여화하면 재택 환자의 입원을 촉진할 수도 있다"면서 "장기요양 재가 서비스의 이용시간(하루 4시간)을 대폭 늘리고, 서비스를 다양화하고 고급화하는 걸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김나한 기자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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