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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4 (화)

“경찰 폭력적 진압에 분노…어떻게든 농민 도우려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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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령 대첩’서도 확인된 2030 여성·소수자 연대

경향신문

한목소리로 “차 빼라!” 전국농민회총연맹 소속 농민들이 몰고 온 트랙터들이 서울 서초구 남태령에서 경찰 차벽에 막혀 밤새 대치한 이튿날인 지난 22일 농민들과 연대하는 ‘2030 여성’들이 모여 경찰버스 철수를 요구하고 있다. 정효진 기자 hoh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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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질’로 단련된 SNS 활용력
부조리 안 참는 정의감 공유

“늘 있었지만 이제야 보인 것
가려졌던 존재 지우지 말길”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등 농민단체들이 주도한 ‘세상을 바꾸는 전봉준투쟁단 트랙터 대행진’이 지난 21일 서울 남태령에서 막혔다. 경찰은 농민을 에워싸고 차벽을 세우며 트랙터를 고립시켰다. 이날 오후 전봉준투쟁단은 시민들에게 긴급호소문을 전파했다. “시민 여러분, 남태령 고개로 모여주십시오.”

현장에 가장 빠르게 참여한 집단 중 하나는 ‘2030 여성’이었다. 농민 집회와 거리가 멀 것도 같은 이들은 왜 남태령으로 향했을까.

22일 시위 현장에서 만난 여성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소식을 공유”하고, “커뮤니티에서 키운 정의감을 바탕” 삼아 “내 편을 지키고 두려움을 떨치기” 위해 기꺼이 응원봉을 들고 남태령역으로 향했다고 말했다.

집회에 참석한 회사원 엄승원씨(32)가 22일 오전 유튜브 라이브방송과 엑스(옛 트위터)에서 본 것은 2024년에는 상상할 수 없는 폭력적 장면들이었다. 트랙터 유리창이 파손되고 경찰은 집회 참가자를 연행했다. 차벽에 막힌 시민들이 길 위에 떨고 있었다. 그는 “집회 신고도 돼 있고, 차선 하나만 내주면 되는데 경찰이 길을 막는 게 과연 합법적이냐”며 “화가 치밀어 부랴부랴 (남태령역에) 오게 됐다”고 말했다.

인천 서구 강채원씨(33)도 엄씨와 같은 마음으로 남태령역으로 향했다. 강씨는 “고등학생 때인 2008년 미 소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대학생 때인 2016년 박근혜 탄핵 집회를 거치며 시위 인원이 많을수록 진압이 폭력적으로 흐르지 않는다는 것을 체감했다”면서 “어떻게든 농민을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말했다. 이들은 20~30대 여성의 높은 시위 참여도가 ‘덕질’(팬 활동)로 단련된 SNS 활용 능력 덕분이라고 했다.

또 20~30대 여성의 연대감은 엑스나 커뮤니티에서 키워온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 다니는 정모씨(20)는 “커뮤니티와 엑스는 덕질만 하는 곳이 아니라 세상의 부조리를 꺼내고 나누는 공간”이라고 전했다. 커뮤니티와 엑스를 통해 사회적 이슈와 의견·정보를 공유하면서 나름의 정의감을 키운다는 것이다.

같은 학교에 재학 중인 신연수씨(21)는 이날 엑스에 공유된 남태령 사태를 예로 들었다. 신씨는 “남태령 전까지는 농민들이 경찰의 엄호를 받으며 행진을 했는데, 서울 경찰만 특별히 남태령에서 이들을 제지했다”며 “부조리한 공권력 사용을 참지 못하고 나온 분들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행운을 주는 검은 고양이 연합’ 깃발을 들고 남태령 집회에 참여한 성윤서씨(22)는 “집회에는 여성뿐만 아니라 다양한 소수자들도 있다”며 “늘 거기 존재했는데, 가려졌던 사람들이 더 도드라지는 게 어쩌면 이번 시위의 특징일 거 같다”고 말했다.

오동욱 기자 5d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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