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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이슈 질병과 위생관리

[삶] "의사에게 아이 질환에 대해 물었더니 인터넷 검색하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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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의료진, 환우와 가족들 경험 존중해야 치료효과 크다"

"1형당뇨병 명칭 '췌도부전'으로 바꾸고, 중증난치질환으로"

[※ 편집자 주= 이 기사는 1형당뇨인과 그 가족들이 김미영 1형당뇨환우회 대표를 통해 연합뉴스에 보내온 개별적인 삶의 사례를 묶은 것입니다. 1형당뇨인들의 [삶] 사례 기사는 세 차례로 기획됐는데, 그동안 두차례 송고됐고, 이번이 세 번째 기사입니다.]

연합뉴스

"엄마, 나 우유 조금 먹으면 안 돼요?"
1형당뇨 진단을 받기 전에 밥을 먹지 않으면 우유를 먹을 수 없다는 엄마 말에 우유를 먹게 해달라고 우는 4살 아이. 이때 아이는 1형당뇨 증세로 물과 우유만 먹으려 했다. [엄마 제공]



(서울=연합뉴스) 윤근영 선임기자= "의사는 우리 아이가 1형 당뇨 같다고 했고, 당황한 나는 1형당뇨가 뭔지 물었습니다. 그에 대한 의사의 답변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아보라는 것이었습니다"

1형당뇨 자녀를 둔 어머니의 이야기다.

김미영 1형당뇨환우회 대표는 "의사 중에는 1형당뇨에 대해 제대로 모르는 사람들도 있다"면서 "연속혈당측정기 도입 초기에 대부분의 내분비내과 의사는 국내에서 허가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 기기 사용을 막으려 했다"고 밝혔다.

그는 "과거 정부 기관의 여러 위원회나 의료 관련 토론회 등에 초청받아 참석하기도 했는데, 그들은 내 발언을 제대로 듣지도 않는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그는 "환우회 대표를 구색 갖추기로 회의 자리 한구석에 앉혀 놓은 것"이라면서 "내가 발언하면 담당자들은 전문가도 아닌 사람이 뭘 모르는 소리를 한다면서 무시하거나 가르치려 들었다"고 했다.

김 대표는 "당국과 의료계 전문가들은 1형당뇨 환우와 가족들만이 가진 경험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면서 "환우들을 치료와 관리의 중요한 파트너로 인정해야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또 "당국은 이 질환의 이름을 췌도부전으로 바꾸고, 중증난치질환에 포함해주기를 바란다"면서 "1형당뇨인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줄이고, 경제적 사정으로 치료와 관리가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이런 조치가 절실하다"고 했다.

◇ "의사가 도 닦는 심정으로 살면 된다고 하네요"

(초등학교 6년생 당뇨 아이를 둔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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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직접 인슐린을 주사하는 1형당뇨 초등학교 5학년생
[엄마 제공]


아이가 1형당뇨 진단을 받은 것은 초등학교 5학년 때인 작년 12월이었다.

아이는 진단받기 한 달여 전부터 이상 증세를 보였다. 목이 마른다면서 물을 찾았고, 화장실에 자주 가기 시작했다. 밥을 먹고는 금방 또 먹을 것을 찾았다. 시간이 좀 더 지나면서 다리에 쥐가 나기도 했다. 나중에 알았는데, 이건 고혈당 합병증이었다.

그런데도 우리 부부는 아이의 몸이 보내는 이런 신호들을 놓쳤다. 급기야 아이는 학교에 갔다가 구토와 어지럼증 때문에 조퇴해야 할 정도가 됐다.

우리는 동네 병원을 거쳐 지역의 큰 병원으로 달려갔다.

"당뇨입니다. 문제는 1형인지, 2형인지의 차이인데, 살도 없고 하니 1형일 겁니다. 1형이어도 평생 인슐린 주사를 맞으면 됩니다. 괜찮습니다"

혈당 수치 300mg/dl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모르는 나에게 지역의 큰 병원 의사가 혈당수치만을 보고 한 말이다. 추가적인 정밀 검사는 이뤄지지 않은 상태였다.

우리 부부는 지금부터 무엇을 해야 하는지, 식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두려움과 걱정에 휩싸였는데, 이에 대한 의사의 설명은 없었다.

그래도 가장 궁금한 것은 알아야 했다. 나는 1형 당뇨가 무엇인지 물었다. 의사는 "요즘에는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잘 나오니, 인터넷 검색으로 알아보세요"라고 했다.

의사는 다음날 검사 결과를 설명하면서 대학병원에 가서 2박3일 정도 입원하고, 퇴원한 다음에는 도 닦는 심정으로 식단 조절을 하며 살아가면 된다고 했다.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 일이라는 듯이 이런 이야기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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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식사 전에 인슐린을 직접 주사하는 초등학교 5학년생
[엄마 제공]


우리는 대학병원에 달려갔는데, 그곳은 달랐다. 의사는 1형 당뇨라고 했고, 바로 응급실로 내려가라고 했다.

나는 시한부 선고를 받은 것처럼 가슴이 미어지고,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아이 앞에서는 울지 않으려고 참았는데, 응급실로 내려오는 중에 울음소리가 입 밖으로 터져 나오고 말았다.

우리 아이를 인계받은 응급실 의사들은 긴박하게 움직였다. 이미 고혈당 상태여서 케톤산증 수치가 매우 높고, 당장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위중한 상태라고 했다. 이런 아이가 119구급대 차량에 실려 오지 않고 걸어들어온 것도 아주 드문 일이라고 했다.

아이는 응급실에서 다소 나아지는 듯했다. 그런데 갑자기 구토를 시작했다. 다음 날 새벽까지 계속 토하면서 너무 힘들어했다. 토하다 지쳐 쓰러져 누워있는 아이를 바라보는 것 외에 엄마인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두렵고 막막했다. 세상에 대한 원망의 감정도 일었고, 모두가 내 잘못인 것 같아 자책하기도 했다.

"내 아이와 나의 인생은 이제 끝났구나, 사람들이 이래서 자살을 생각하나?." 이런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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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 스키 즐기는 1형당뇨 초등학교 6학년생
[엄마 제공]


다행히 3주의 입원 기간에 아이의 컨디션은 조금씩 회복됐다.

나는 아이를 살려야 한다는 일념으로 정신을 차리려 노력했다. 김미영 환우회 대표가 쓴 '우리는 1형 당뇨를 선택하지 않았습니다'라는 책도 읽었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지금은 1형당뇨인들의 카페인 '슈거트리'를 통해 공부하고, 이곳에 올라온 글을 읽으면서 하나씩 도전하고 있다.

연속혈당측정기 덕분에 아이는 비(非) 당뇨 친구들처럼 먹고 싶은 것 먹고, 하고 싶은 활동도 마음껏 하고 있다. 학교 담임 선생님과 보건 선생님의 도움으로 부모 동행 없이 수학여행과 체험학습도 잘 다녀왔다. 우리 가족이 예전의 일상을 되찾는 데 도움을 주신 1형 당뇨병환우회와 학교 선생님들께 너무 감사하다.

◇ "물과 우유만 찾는다고 매번 아이를 혼냈네요"

(만 4세 생일날 1형당뇨 진단받은 아이의 엄마)

연합뉴스

한복 입은 1형당뇨 유치원 아이
[엄마 제공]


아이는 작년 5월부터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였다.

무엇보다 제대로 먹지 못했다. 나는 그런 유치원 아이에게 늘 밥만 강요했다. 물과 우유만 찾는다고 매번 혼을 내기도 했다.

밤에 소변을 실수해 괴로워하는 아이를 다그치기도 했다. 목이 말라 물 한 모금만 먹겠다는 아이에게 간식을 너무 많이 먹어 그런 것이라면서 앞으로 간식을 사주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그런데 물 한 컵을 달라던 아이는 어느 순간 500㎖ 텀블러를 통째로 들고 물을 마시기 시작했다. 30분마다 화장실에 갔고, 야간에 잠을 자다 깨는 것은 신생아 수준이었다. 2주 만에 몸무게가 2㎏ 가까이 줄었다.

집 근처 소아청소년과를 거쳐 대학병원에 달려갔더니 1형당뇨 진단이 나왔다. 태어난 지 만 4년이 되는 생일날에 떨어진 진단이었다.

우리 부부는 슬픔에 계속 잠겨 있을 수는 없었다. 정신을 차려야 했다. 우리의 두 손과 머리에 아이의 건강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아이가 퇴원한 뒤 우리는 간호사 출신 보건 선생님이 상주하는 유치원부터 알아봐야 했다. 우리 부부는 맞벌이였기 때문에 인슐린 주사를 해주는 유치원이 절실했다. 주변에 수소문도 해보고 인터넷 검색도 해봤지만, 그런 유치원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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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놀이하는 1형당뇨 아이
[엄마 제공]


"우리 000가 시작한 유치원에서 졸업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저희가 잘할게요"

이것은 내가 한 말이 아니다. 우리 아이가 다니던 유치원 선생님이 나에게 한 말이다. 너무 감사해서 눈물이 났다. 대부분의 유치원은 1형 당뇨라고 하면 등원을 거부한다고 하는데, 이 유치원은 달랐다.

지금도 유치원 원감 선생님은 관련 애플리케이션을 본인의 휴대전화에 깔아놓고는 아이의 혈당 관련 정보를 공유한다. 주사를 놓는 법을 배우고, 저혈당에 먹는 음식을 공부해서 유치원 내에 비치해놓는 분이다. 아이를 위해 휴가도 제대로 안 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

원감 선생님은 새벽에 저혈당 경고음이 울릴 때 혈당이 잡히지 않은 것으로 나오면 안절부절못하신다고 한다. 전화를 들었다 놨다 할 정도라고 한다. 우리 부부가 대응을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불안한 마음에 우리 부부를 깨워야 하는지 고민스럽기 때문이다.

감사하게도 우리 가족은 유치원과 1형당뇨병환우회 도움으로 맞벌이를 계속하면서 아이의 혈당을 잘 관리하고 있다. 진단받을 당시 12%이던 당화혈색소는 6%대로 안정됐다.

우리 부부는 아이가 질병에 대한 편견 없이 행복한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를 위해 1형당뇨라는 명칭이 '췌도부전'으로 변경됐으면 한다.

◇ "온 세상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습니다"

(1형당뇨 10년차의 30대초반 남자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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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형당뇨 10년 차의 30대 초반 남성
※ 머리가 길어 사진에서 여성으로 보일 수 있는데, 남성입니다. [본인 제공]


2013년 겨울, 기말고사를 앞두고 갑자기 몸에 이상 증세가 생겼다.

63~65kg의 몸무게가 10kg 가까이 빠졌다. 혀는 갈라져 물을 마시면 쓴맛이 났고, 혓바닥에는 백태가 끼었다. 속이 메스껍고 구토 증세가 있어 밥도 제대로 먹을 수 없었다.

소변이 많은 '다뇨'와 갈증이 심한 '다갈' 증상이 있었지만, 당뇨인 줄 몰랐다. 나는 입에 음료수를 들이부었고, 병원에 가서 포도당 링거도 맞았다. 몸은 더 나빠졌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부모님께 전화하고는 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처음에는 혈당 수치가 측정 불가로 나올 정도로 높았다. 한참이 지난 뒤에 측정됐던 값은 819mg/dL이었다.

이후 여러 병원을 전전하다 지역의 한 대학병원에 가서야 1형당뇨라는 병명을 들을 수 있었다.

평생 인슐린을 주사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세상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 "앞으로 내 인생에 웃을 날은 없겠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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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 가득 1형당뇨 췌도부전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1형당뇨병환우회 캠페인 문구를 배낭에 부착하고 등산하는 30대 초반 1형 당뇨 남성 [본인 제공]


처음에는 식단 관리가 어려웠다.

매끼 때마다 나오는 병원 밥은 집어 던지고 싶을 정도로 싫었다. 즐거워야 할 식사 시간이 지옥으로 바뀌었다. 그렇게 조심해서 식사해도 혈당이 치솟으면 화가 치밀었다.

연속혈당측정기 없이 5년간 고생하다가 한 토론회에서 김미영 대표를 만났다. 그분을 통해 이 기기를 알게 됐고, 희망이 생겼다. 처음으로 연속혈당측정기를 통해 혈당수치를 확인하는 순간 놀라움, 감격, 벅참 등의 감정이 올라왔다. 손끝에 굳은살이 생기도록 혈당을 재는 일은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슴속에 있던 답답한 무엇인가가 터져버려 사라지는 듯했다.

발병 후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합병증도 없고, 저혈당으로 쓰러진 적도 없다.

혈당이 안정적으로 관리되면서 나는 1형당뇨와 관련한 정책적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무엇보다 1형 당뇨가 중증난치질환으로 분류되지 않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환자의 본인 부담금이 연간 100만원 이상이어야 한다는데, 이 본인 부담금에 혈당 관련 소모품 비용을 포함시키지 않는 것은 말이 안된다.

혈당 관련 최신 기기가 국내에 도입되는 것이 늦은데, 이에 대해서도 당국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 "처음에는 사막 한 가운데 버려진 느낌이었다"

(초등학교 5학년 1형당뇨 아이의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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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운동 중인 1형당뇨 초등학교 5학년생
[엄마 제공]


우리 아이는 2년 6개월 전에 발병했다.

아이를 봐주시던 친정엄마가 아이가 너무 말랐다면서 걱정했지만, 학원 공부 스트레스 때문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날 아이가 물을 많이 먹고, 밤에 너무 자주 화장실을 갔는데, 그 현상이 1주일간 지속됐다.

우리가 찾아간 종합병원 의사 선생님은 검사 결과를 보고는 응급실로 가야 한다고 했다. 응급실에서는 당화혈색소가 13%라고 하면서 바로 입원하라고 했다.

입원 기간에 아이는 병원 밥으로는 너무 배고파했다. 나는 의사 선생님의 허락을 받고 아이를 1층 편의점에 데리고 가서 탄수화물 함량이 적은 방울토마토나 구운 계란을 사 먹이기도 했다. 혈당이 300mg/dL에서 내려가지 않아서 병원을 수도 없이 돌기도 했다.

퇴원 후 집에 와서도 일상으로 돌아가기 힘들었다. 아이가 고학년이 되면서부터는 학원 시간이 늦어졌는데, 주사 맞을 공간이 없어 고혈당의 날이 지속되기도 했다. 아이는 저혈당이 걱정돼 학원에서 하루에 4~5팩의 주스를 마시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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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당을 측정하는 1형당뇨 초등학교 5학년생
[엄마 제공]


아이가 5학년 때 연속혈당측정기와 인슐린펌프를 사용하면서 관리는 훨씬 쉬워졌다.

하지만 펌프 주입 세트가 막히거나 펌프 바늘을 부착한 곳에서 피가 너무 많이 흐르는 일도 생겼다. 이렇게 되면 아이는 보건실로 뛰어가야 했다.

우리는 카페를 통해 배우면서 문제를 하나하나 해결해 나갔다. 아이는 이제 수영장에도 가고, 승마도 해보고, 교외에서 체험학습도 한다. 자연 관찰탐구 캠프에도 참여한다. 이제는 일상으로 돌아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5분마다 스마트 워치를 통해 아이의 혈당수치를 확인한다. 출퇴근 길에서도, 회의할 때도, 식사 시간에도 긴장을 늦추지 못한다. 혈당이 급격히 변하고 있으면 아이에게 전화해서 간식을 먹으라고 하고, 또는 인슐린을 추가로 주입하라고 한다.

처음 진단받았을 때는 너무 두렵고 사막 한 가운데에 버려진 느낌이었다. 이제는 환우회 회원들끼리 서로 정보를 제공하며 도와주니 한 가족이 된 느낌이다.

나는 1형당뇨라는 병명에 거부감을 갖고 있다. 소변으로 당이 빠져나온다는 의미인데, 혈당 관리가 되지 않는 예외적 상황에서나 그런 일이 일어난다. 환우회는 췌도부전으로 병명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회원들이 같이 노력한다면 못 할 것이 없다고 본다. 지금 바꿔야 우리 아이들에 대한 편견과 불이익이 줄어들 것이다.

◇ "합병증, 우리 손녀 근처에도 오지 마라"

(1형당뇨 10세 아이의 외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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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1학년 때 병원에 입원 중인 1형당뇨 아이
[외할머니 제공]


우리 손녀는 초등학교 1학년 여름방학 때 1형당뇨 진단을 받았다. 여행을 떠나기 이틀 전이었다.

아이가 살도 빠져 있고, 달리기도 못하고, 힘이 없어 보여 병원에 데리고 갔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진단이 내려졌다. 의사 선생님은 손녀가 의식을 잃지 않고 병원에 걸어온 게 다행이라면서 빨리 대학병원 응급실로 가라고 했다.

우리 손녀를 인계받은 응급실 의사들은 큰일 났다고 하면서 뛰어다녔다. 5분 간격으로 찾아와 아이가 혼수상태인지 여부를 확인했다. 아이에게 여기가 어디냐고 묻기도 했다.

아이는 8일 후에나 퇴원할 수 있었다. 나의 딸(아이의 엄마)은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1년간 아이의 혈당 관리에 집중했다. '슈거트리' 카페에서 살다시피 하면서 공부했다. 연속혈당측정기와 인슐린펌프 사용법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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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1형당뇨 아이
[외할머니 제공]


혈당 관리는 신의 영역이라고 할 만큼 어렵다. 감기만 걸려도 혈당이 치솟는데, 아무리 인슐린을 투여해도 소용없는 때도 있다.

어떤 날은 하교 무렵에 갑자기 저혈당이 와서 주스를 사 들고 학교로 뛰어가야 했다.

몰래 라면을 먹어 고혈당이 돼버린 아이를 혼내야 하는 일도 있었다. 초기에는 아이의 머리가 많이 빠졌는데, 머리를 묶어주다 울기도 했다.

이제 3년이 지났다. 혈당 관리가 어느 정도 이뤄지고 있다. 연속혈당측정기와 인슐린펌프 덕분이다.

아이의 혈당을 지켜보느라 밤잠도 못 잤던 딸이 이제는 잠을 잘 수 있게 됐다. 손녀는 학교생활을 잘하고 있다. 친구들에게 인기 100점이다.

keunyo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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