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태국 내 전기차 80%는 중국차
'일본 아성 도전 중국 견제용' 해석
일본 도쿄의 한 도요타자동차 매장 앞에 있는 도요타자동차 로고. 도쿄=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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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의 디트로이트’로 불리는 태국에서 전기차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도요타, 혼다 등 그간 동남아시아 자동차 시장을 장악해온 일본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태국 전기차 분야에 5조 원 넘는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다. 막대한 자본과 영향력을 앞세워 태국 내 전기차 생산 거점을 빠르게 늘리고 있는 중국 견제 목적으로 풀이된다.
일 업체 4곳, 태국 전기차 투자
26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차이 와차롱 태국 정부 대변인은 전날 도요타, 혼다, 이즈스, 미쓰비시 등 일본 자동차 업체 4곳이 앞으로 5년간 태국에 1,500억 밧(약 5조6,000억 원)을 투자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도요타와 혼다는 각각 500억 밧(약 1조8,700억 원), 이즈스와 미쓰비시는 300억 및 200억 밧씩 투자한다. 와차롱 대변인은 “4개 기업의 투자로 태국에서 전기 픽업트럭 등 전기 차량을 생산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이는 전체 인구 6억 명의 거대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전기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태국은 동남아시아에서 완성차를 가장 많이 생산·수출하는 국가다. 지난 수십 년간 태국을 장악해 온 건 일본 자동차 업체로, 주로 내연기관차를 생산했다.
태국 전기차 투자 늘리는 중국
그러나 최근 2, 3년 새 태국 내 중국산 전기차 점유율이 빠르게 증가했다. 현재 태국에서 굴러가는 전기차의 80%는 중국 브랜드다. 태국에서는 “내연차는 일본(산)이 최고지만 전기차는 당연 중국산”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올해 10월 중국 충칭시 남서부 장안자동차 물류센터에 전기차량이 전시돼 있다. 충칭=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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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대(對)태국 투자도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중국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는 지난 7월 태국에 5억 달러(약 6,480억 원)를 투자해 신규 전기차 공장을 건설하고 있고, 광저우 자동차그룹 전기차 브랜드 아이온은 1억6,900만 달러(약 2,200억 원)를 투자해 내년 상반기 전기차·배터리 공장을 준공할 예정이다.
국영기업 충칭창안자동차는 2억5,100만 달러(약 3,310억 원)를 들여 연간 10만 대의 초기 생산 능력을 갖춘 조립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태국 방콕에 정부 산하 자동차 연구기관인 자동차기술연구센터(CATARC) 분원도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중국이 태국을 친환경 차량 전진기지로 삼고 일본의 아성에 도전하자 일본이 대대적인 투자로 맞불을 놓은 셈이다.
테슬라·현대차, 현지 공략 박차
다른 나라 역시 태국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우선 글로벌 전기차 선두주자인 미국 테슬라의 태국 내 공장 건립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난 9월 스레타 타위신 태국 총리가 미국에서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와 면담한 데 이어, 이달 초에는 테슬라 경영진이 태국을 방문해 산업 단지를 둘러봤다. 동남아 공략에 속도를 내는 현대자동차 역시 방콕에 전기차 체험 공간 ‘아이오닉 랩’을 개관하며 현지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각국의 ‘전기차 러브콜’에 발맞춰 태국 정부도 규제 문턱을 대거 낮추는 분위기다. 태국 정부는 전기차 관련 외국 기업에 △관세 인하 △세액공제 △보조금 지급 등 각종 당근책을 제공하기로 했다. 2030년까지 연간 차량 생산량(250만 대)의 3분의 1을 전기차로 전환하고, 모든 대중교통을 전기차로 바꾼다는 계획도 내놨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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