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에도 조선업은 여전히 좋은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2021년 이후 폭등세를 보인 신조선가지수에 힘입어 고가에 수주한 배들이 하나둘 인도될 시점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내 기업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LNG선이나 탱커 등에서 선가가 계속 상승하고 있는 것도 호재다.
지난 한 해 조선업은 높은 선가와 더불어 수주 호재가 겹치면서 높은 주가 상승률을 보였다. 연초 7만1600원으로 시작한 HD한국조선해양 주가는 지난 28일 12만900원으로 장을 마쳐 상승률 71%를 기록했다. 또 삼성중공업 주가는 연초 5130원으로 시작해서 연말 7750원으로 51.66% 상승하며 장을 마쳤다. 한화그룹 품에 안긴 한화오션은 1만6879원으로 시작했지만 2만5100원으로 한 해 장을 마감했다. 상승률로는 49.09%에 이른다.
증권가에선 2024년에도 국내 대형 조선업체들 호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가장 큰 근거는 높아진 선가다. 2021년 이후 계속해서 오른 신조선가지수에 따라 2022년과 2023년에 고가로 수주한 배들이 속속 고객 인도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오지훈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2022년 수주한 물량을 '고가 물량'으로, 2023년 수주한 물량을 '대박 고가 물량'으로 봤을 때 2024년엔 새로 건조 작업을 시작할 선박 중 86%가 2022년 이후에 수주한 '고가 물량' 또는 '대박 고가 물량'"이라고 말했다.
이어 "늦어도 2024년 2분기엔 짓고 있는 배의 구성이 고가 수주한 물량으로 의미 있게 바뀔 것"이라며 "2023년에 수주한 '대박 고가 물량'의 건조 작업 착수 비율은 2024년 14%에서 2025년 58%, 2026년 93%로 늘어나 국내 대형 조선사들의 실적 개선은 2026년까지 계속된다"고 내다봤다.
업계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 선박 수주량은 7500만GT(용적 톤수)로 추정된다. 이는 2023년과 유사한 수준으로 여전히 건조량을 넘어선다. 특히 국내 업체들이 경쟁력을 가진 가스 운반선은 2023년에도 선가가 17.3% 올랐고, 탱커도 10.5%나 가격이 올랐다.
앞으로도 신조선가지수가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우세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미 두둑이 일감을 확보한 조선사들이 굳이 저가 수주 경쟁을 펼칠 유인이 없다는 게 근거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국내 대형 조선사들의 수주 잔액 연수(이미 수주한 일감이 몇 년치 작업량인지를 나타냄)는 HD한국조선해양이 평균 3.16년, 삼성중공업이 3.78년, 한화오션이 2.74년이다. 앞으로 3년 동안은 일감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2023년 말께 피크아웃 우려로 인해 주춤한 주가는 오히려 투자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영수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하반기에 다음 해 업황에 대한 비관론이 제기되는 모습은 지난 3년 동안 되풀이해온 것"이라면서 "20년 이상 긴 주기를 갖는 조선업이 3~4년 만에 불황으로 전환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했다.
피크아웃 우려와 별개로 수주 경쟁에서 중국 업체들에 자리를 빼앗기고 있다는 점은 리스크 요인으로 지목된다. 전 세계 상선 발주량 중 국내 조선사가 가져오는 비중은 2019~2022년 32~34% 수준을 유지했지만 작년엔 25%까지 떨어졌다. 반면에 2019년 36%에 불과했던 중국의 조선 수주 비중은 2023년 58%까지 올랐다.
[최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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