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 북구에서 생계를 위해 붕어빵 노점을 시작한 한종선(왼쪽)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실종자유가족 모임 대표가 크리스마스 장식을 달아준 단골손님들과 소통하고 있다. 한종선씨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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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빵 장사를 시작하면서 ‘내가 사람들과 섞일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앞섰어요.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단골손님들이 생기고 조금씩 마음 치유가 되는 느낌이에요.”
지난 7일에 만난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실종자유가족 모임 대표인 한종선(47)씨는 광주 북구에서 붕어빵 장사를 하고 있었다. 형제복지원 진상규명을 위해 전국을 떠돌던 한씨는 2016년께 5·18민주화운동 피해자들에게 국가폭력으로 인한 아픔을 치유하고 극복하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 광주에 정착했다고 한다.
누나와 함께 사는 한씨는 정부 보조금과 지인들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왔지만, 스스로 생계를 꾸려가기 위해 지난해 11월께 붕어빵 노점을 시작했다. 한씨는 “언제까지 주변 도움으로만 살 수 없으니까 직접 번 돈으로 누나에게 밥 한 끼 사주고 싶었다”며 “그동안 국가 폭력 상처에 갇혀 살았으니까 한편으로는 사람들과 어울려보자는 생각도 있었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태어난 그는 8살이던 1984년 10월 형제복지원에 끌려간 뒤 1987년 6월 시설이 폐쇄되고서야 나올 수 있었다. 사회복지시설인 형제복지원은 1975년부터 1987년까지 부랑자를 선도한다는 명목으로 형편이 어려운 어린이와 장애인, 노숙인 등을 감금하고 강제노역을 시켰다. 한씨의 아버지와 작은 누나도 이곳으로 끌려가 정신질환을 앓게 됐다.
형제복지원에서 나온 한씨는 청소년 시설인 서울 ‘소년의 집’에 1992년까지 머물다 사회에 나왔지만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해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할 수 없었다. 2007년에는 공사 일을 하다 허리를 다쳐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됐다.
최근 시련이 찾아왔다. 지난 3일 오후 광주 북구청 보건위생과 직원들이 한씨를 찾아와 “통행 방해와 가스 사용에 따른 안전사고 우려, 식품위생법 위반 등에 대한 민원이 접수됐으니 자리를 옮기거나 노점 영업을 중단해야 한다”고 통보했다. 한씨는 구청이 법적 잣대를 엄격하게 들이대 모든 노점상의 문을 닫게 한다고 반발을 하다 화를 참지 못하고 자해를 했다. 병원 응급실에서 봉합 수술을 받아야 할 정도로 팔을 다쳤지만 몸보다는 마음의 상처가 컸다.
하지만 한씨는 붕어빵 가게를 찾는 손님들 덕분에 힘을 얻는다고 한다. 팥을 아끼지 않고 넉넉히 넣고 어린이들이 오면 한 개씩 공짜로 주다 보니 이윤은 많이 남지 않았지만 단골손님들이 제법 생겼다. 다른 붕어빵 상인들이 너무 싸게 팔지 말라며 눈치를 주지만 장사에 재미를 붙인 한씨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어린이들은 고맙다며 꽃을 주고 가기도 하고 지난 연말에는 대학생들이 저희 가게에 크리스마스 장식을 달아주기도 했어요. 손님들 덕분에 추운 겨울에도 마음이 따뜻합니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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