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 ‘길 위에 김대중’ 제작자 이은 대표
5일 전남 목포에서 김대중평화센터가 주관하고 전라남도와 전남도교육청이 후원한 `김대중100년 평화페스티벌\'의 테마 토크쇼에서 이은 대표가 `김대중과 한류 문화\'를 주제로 이야기하고 있다. 김대중평화센터 제공 |
5일 오후 전남 목포에서 열린 테마 토크쇼 ‘김대중과 한류 문화’에 패널로 참석한 이은 명필름 대표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김대중 대통령은 영화를 상당히 사랑하셨고, 영화를 많이 보셨던 정치인”이라고 말했다. 테마 토크쇼엔 이 대표와 전우용 역사학자, 정서현 작가(‘길 위에 김대중 상영위원회’ 대표), 역사스토리텔러 썬 킴 등이 참여했다. 테마 토크쇼 행사는 5~6일 김대중평화센터(이사장 김홍업)가 주관하는 ‘김대중100년 평화페스티벌’ 프로그램의 하나다.
‘김대중 100년 평화페스티벌’ 행사가 5일 영암 호텔현대 바이라한 목포에서 열린 가운데 김영록 전라남도지사가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전라남도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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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대통령은 한류의 물꼬를 텄다. ‘시네마6411’(대표 최낙용)과 공동으로 다큐멘터리 영화 ‘길 위에 김대중’을 제작한 이 대표는 “일본에 이른바 ‘한류 영화’를 본격적으로 소개하는 계기를 만든 게 김 전 대통령”이라고 했다. 김 전 대통령은 1998년 방일 후 일본 대중문화를 개방했다. “(최종 결정을 하기 전) 김 전 대통령은 문화부 과장을 통해 영화계에 ‘개방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의견을 물었어요. 다들 ‘괜찮을 것 같다’고 했지요.”
당시 기류는 “기대 반 우려 반”이었지만, 한국 영화 수출의 물꼬를 튼 결과를 낳았다. 이 대표는 “일본 대중문화를 개방했는데 크게 문제가 없었고, 반대로 그 덕에 한국 영화 ‘쉬리’와 ‘공동경비구역 제이에스에이(JSA)’ 등이 일본에 거꾸로 들어가면서 일본에 한국 영화를 본격적으로 소개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1995년 한 인터뷰에서 “우리는 과거에 천하를 지배하던 막강한 중국 문화를 받아들이고도 이를 창조적으로 극복해냈다…왜 일본 문화만 두려워해야 하는가”라며 문화 개방에 진취적이었다.
또한 김대중 대통령은 스크린쿼터제(한국영화 의무상영제) 사수에도 적극적이었다.1999년 3월26일 김 전 대통령은 한국을 방문한 미국 상무장관과 미국영화협회장의 스크린쿼터제 폐지 요구를 거절했다. “멋졌죠. 사실 한국은 외환위기(IMF 사태) 때문에 당시 미국의 도움을 받아야 할 처지였잖아요. 미국의 압력을 받고 상당히 곤란했을 텐데 김 대통령이 ‘국민 여론이 스크린쿼터제를 지키라고 한다’며 반대해 일단락이 됐죠. 영화인들에게 정말 고마운 일이었지요.”
전우용 역사학자·정서현 작가 등과
‘김대중과 한류…’ 토크쇼 패널 참여
“일 문화개방과 스크린쿼터제 사수
영진위 출범·등급보류제 폐지 등으로
한국영화 르네상스 이끈 대통령”
내년 개봉 ‘대통령 김대중’ 제작 중
영화진흥위원회 출범(1999)도 한국영화 발전에 디딤돌이 됐다. 영화진흥금고에 5년간 1500억원을 지원했고, 문화산업진흥 기본법에 ‘문화산업전문투자조합’ 내용을 반영했다. “당시 영화계가 자본이 열악했는데 영화마다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통해 투자가 가능하도록 제도화한 것이지요. 또 독립영화와 예술영화들을 지원하고 독립영화 상영관도 만들었어요.”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김대중 대통령의 문화정책 기조는 영화 분야에도 반영됐다.
김대중 대통령이 야당 총재 시절이던 1989년 5월6일 서울 명보극장에서 영화 ‘간디’를 관람한 뒤 떠나고 있다. 연세대 김대중도서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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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진흥법에서 사실상 검열 기능을 했던 등급보류제도 폐지되는(2002) 등 표현의 자유가 보장됐다. 이 대표는 “‘완벽한 표현의 자유’, ‘독립예술 영화 지원’, ‘영화계에 건강한 자본의 투입’이라는 정책이 재능이 많은 영화인하고 만나면서 한국 영화가 르네상스를 맞았다”고 말했다. 영화인들은 2003년 12월 제11회 춘사 나운규 영화제에서 김대중 대통령에게 공로상을 수여했다. 2000년 데뷔한 봉준호 감독이 영화 ‘기생충’(2019)으로 국제 무대에서 세계적인 영화상을 받자, 영화인들은 또다시 김대중 대통령을 떠올렸다.
김대중 대통령의 문화정책은 한류의 마중물이 됐다. ‘성공한 대통령 김대중과 현대사’(장신기·2021)는 “한류는 아이엠에프 이후 새로운 경제성장 동력으로서 문화 콘텐츠 수출을 목표로 했던 김대중 대통령의 전략과도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국민의 정부 때 문화 콘텐츠 예산은 전 정부 때보다 네 배 이상 늘었다. 영화와 드라마에서 출발한 한류는 비티에스(BTS) 등 케이팝으로 그 물줄기가 이어졌다. 이 대표는 “음악 분야는 나는 잘 모르지만, 영화에 상당히 큰 영향을 주신 대통령이고, 한류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분”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길 위에 김대중’ 후속작을 제작하고 있다. 후속작 제목은 ‘대통령 김대중’이다. 이 대표는 “1편이 1987년까지였으니까, 후속작은 그 이후 네 번의 도전 끝에 1997년 첫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뤄낸 여정을 다룰 예정”이라고 말했다. 영화 개봉은 아직 확정하지 못했지만, 내년 상반기 목표다. ‘영화 대통령 김대중 제작위원회’는 후속작 제작을 위해 1만원 이상 후원(국민은행 261537-04-007323 주식회사 시네마6411)하는 시민들의 이름을 ‘엔드 크레딧’에 올리기로 했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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