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권상, 정연주, 박민 등 신문기자 출신 KBS 사장들
이준석 개혁신당 "10년이상 방송경력..임명동의제"
홍준표 대선 당시 "청와대 언론사 운영 관여안할 것"
공영방송 역할 인정한 것은 이준석·홍준표 같아
개혁신당을 추진 중인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8일 국회에서 언론 정책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8일 공영방송 사장 선임구조 개혁안과 KBS 수신료 폐지 및 조세 지원 등을 골자로 하는 개혁신당의 첫 정책을 발표했다.
개혁신당 정강정책위원장인 그는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개혁신당은 22대 총선 이후 공영방송인 KBS, MBC, EBS 사장을 선임할 때 사장 임명동의제를 시행하도록 방송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사장 선임에 대한 거부권은 대통령, 여야 정당의 것도 아닌 방송 노동자들의 것이어야 정당성이 있다”면서 “공영방송 사장에게 10년 이상 방송 경력을 강제하도록 해 직무 경험이 전무한 낙하산 사장 임명을 원천 봉쇄하겠다”고 강조했다.
그의 언급은 방송 경력이 없는 박민 KBS 사장을 겨냥한 것으로도 해석되지만, 보수층에서는 사장 임명동의제는 언론노조 주장과 일치한다며 비판하는 시선도 있다.
그런데 방법은 다르지만 ‘대통령이 되면 KBS·MBC 사장 선임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공약은 국민의힘에서 지난 대선 때도 있었다.
당시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방송사 사장 인선 등에 청와대는 관여 안한다”는 입장을 공식 발표한 바 있다. 당시 홍준표 후보의 언론 공약은 표철수 전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이 함께 만들었다.
◇사장 임명동의제 vs 청와대 개입안한다
이준석 전 대표는 공영방송(KBS, MBC, EBS)사장을 선임할 때 구성원의 동의를 얻으라고 했다. 그는 “정권이 바뀜에 따라 공영방송을 장악하기 위한 시도가 정치권 내에서 반복되는 것에 강한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 방송 관련 경험이 전무한 인사가 코드인사로 선임돼 정상적인 경영보다는 보도기능의 정치적 편향성만 다뤄지는 형국”이라며 “사장 선임에 관한 거부권은 각 방송사의 미래와 본인의 미래가 직접 맞닿아 있는 방송 노동자들의 것이어야 정당성이 있다”고 말했다.
KBS만 해도 문화일보 출신의 박민 사장뿐 아니라 동아일보 출신의 박권상 전 사장, 동아일보·한겨레신문 출신의 정연주 전 사장 등이 방송 경험은 없었지만 사장으로 선임된 바 있다. 그런데 임명동의제를 하면서 10년 이상 방송 경력을 강제하게 되면 신문사 경력만으로 공영방송 사장이 되기는 어려워진다.
사장 임명동의제는 2017년부터 SBS가 도입해 운영하는 제도다. 투표에서 사원 60%이상이 사장 후보자 선임을 반대하면 임명을 철회한다.
2021년 10월 24일 오후 3시 ‘언론자유 확대를 위한 방송개혁 공약’을 발표 중인 홍준표 전 의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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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전 국민의힘 의원(대구시장)도 지난 대선 당시 이례적으로 방송개혁 공약을 발표했다. 그는 당시 “제가 대통령이 되면 정부가 가진 언론에 대한 모든 권력을 내려놓겠다. 세계 언론자유지수를 10위권으로 끌어올리도록 정부 간섭을 일체 없애고 언론·미디어 환경을 자율경쟁으로 만들고 구시대 미디어·통신조직도 크게 바꾸겠다”고 말했다.
홍 전 의원은 “집권하면 청와대는 언론사 운영에 일절 관여 안 하겠다. KBS, MBC, EBS, YTN, 연합뉴스· 연합뉴스TV, 서울신문 등 사장을 포함한 경영진 인선에 일체 관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당시 홍준표 캠프 ‘방송토론 총괄특보’로 활동했던 표철수 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은 “정부가 일체 간섭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은 역사상 처음”이라면서 “언론 자율성 확대를 위해 1공영다(多)민영 공약을 도입한 것이나 정부조직 개편도 유심히 봐달라”고 했다.
◇공영방송 역할 인정한 이준석·홍준표
이날 이준석 전 대표는 한국방송공사 KBS와 한국교육방송공사 EBS의 재원과 관련해 징수 비용이 과도해진 수신료를 폐지하고 수신료 총액에 상응하는 적극적 조세지원과 재송신료 조정을 통해 대체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비해 기존 방송사업자에게 부과된 불합리한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방송사에 적용되는 여러 광고 형태에 대한 규제도 걷어낼 것이라고 했다. 이를테면 분유 광고의 경우 모유 수유 권장을 이유로 금지되는데, 이미 OTT 등 인터넷에선 풀려 있으니 합리적으로 조정하자는 의미다.
재난방송 주관방송사인 KBS 등 공영방송의 재정 안정화 필요성을 인정하는 이 같은 언급은 수신료 분리 징수 이후 별다른 재정 지원 대책을 내놓지 않은 정부와 온도 차가 난다.
이 전 대표는 “표 떨어지는 이야기일 수 있지만, 공영방송사는 역할이 지켜져야 한다. 적극적 조세지원을 통해 회계 투명성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홍준표 전 의원도 대선 공약에서 언론 자율성 확대를 위해 ‘1공영다(多)민영 공약’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KBS는 영국의 BBC처럼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방송통신위원회의 규제 권한인 방송의 재허가·재승인 제도 개선과 함께 디지털 미디어의 규제 개혁도 언급했다.
홍 전 의원은 “사실 정권이 바뀌면 제일 먼저 하는 게 언론 장악인데 이 때문에 국민은 언론을 믿지 않게 됐고 국민이 믿지 않으니 가짜뉴스가 유튜브로 만연하고 SNS를 통해 뿌려지는 사회가 됐다”면서 “언론의 자유는 무제한 보장하고, 언론에 대한 피해 구제도 제대로 돼서 책임 언론의 방향으로 나가는 것이 맞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국에는 BBC가 있고 일본에는 NHK가 있지 않느냐”면서 “KBS1과 아리랑TV는 순수 공영 방송으로 NHK나 영국 BBC처럼 만들어 정권이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게 하고, 나머지는 민영화해서 언론을 자유경쟁으로 하는 것이 선진국 시대의 언론이라 생각한다”면서 “정부가 방송사를 통제하기 위해 재승인 해주느니 안 해주느니 하면서 방송사 논조를 통제하는 폐단은 사라져야 한다”고 부연했다.
한편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추진하는 가칭 ‘개혁신당’은 당원 모집 닷새 만인 8일 저녁 기준으로 온라인에서만 4만 4,088명의 당원을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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