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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이슈 콘솔 게임 이모저모

中에 밀린 韓게임업계, 새해 전략은 콘솔 시장 공략하고 생성형AI 접목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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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4넥슨은 해외 자회사 엠바크스튜디오가 개발한 신규 팀 기반 1인칭 슈팅게임(FPS) ‘더 파이널스’를 국내외 시장에 정식 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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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사들이 새해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그간 눈에 띄게 늘어난 인건비 등 비용은 줄이면서 미래 사업을 위한 연구 개발(R&D) 투자는 확대하는 ‘내실경영’의 성과가 2024년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기대감도 엿보인다. 주요 게임사들의 2024년 사업전략 키워드는 ‘글로벌 진출·IP 강화·다변화’로 요약된다. 게임의 본질인 ‘재미’를 강화하고 다양한 장르와 플랫폼 등에 도전하는 다변화 전략으로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분위기를 살펴보면, 한국 게임업계 전반에 위기의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한국 게임업계는 특히 사실상 내수 시장에 초점을 맞춘 MMORPG 장르와 북미와 유럽 등 ‘빅마켓’ 시장이 작은 모바일 플랫폼에 매몰돼 글로벌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리니지라이크’ 게임들에 대한 이용자들의 피로도가 쌓이면서 게임 산업 자체가 이용자들의 외면을 받는 상황까지 왔다. 무엇보다 게임사의 본질과도 같은 지식재산권(IP)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고 캐시카우가 될 수 있는 신규 흥행작이 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게임사들은 절치부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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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타워 컨벤션홀에서 열린 2023 넷마블 신작 미디어 쇼케이스에서 권민관 넷마블엔투 대표가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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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은 한국을 대표하는 주요 게임사들의 희비가 엇갈린 한해였다. 킬러 IP 유무에 따라 실적 성과가 뚜렷하게 갈렸다. 특히 오랜 시간 한국 게임 전성기를 이끌어온 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 등 국내 톱3 게임사 ‘3N’ 체제에도 균열이 생겨났다. 성장세를 이어가며 독주 체제를 굳힌 넥슨은 2024년에도 킬러 IP를 무기로 상승세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신작 부진과 기존 IP 영향력이 줄어든 여파로 어려운 시간을 보낸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은 신작 출시와 IP 다각화로 돌파구를 모색할 예정이다.

게임사들은 2024년 대규모로 신규 IP를 공개한다. 넷마블은 ‘아스달연대기’ ‘나 혼자만 레벨업’ ‘킹 아서’ ‘모두의마블2(한국)’ ‘파라곤’ 등 2024년 상반기에 줄줄이 신작을 내놓을 예정이다. 넥슨은 슈팅게임 ‘퍼스트 디센던트’와 ‘마비노기 모바일’ 등의 출시를 담금질하고 있다. 스마일게이트는 일본 반다이남코가 개발한 PC MMORPG ‘블루프로토콜’을 2024년에 출격시킨다. 카카오게임즈도 액션 모바일 게임 ‘가디스 오더’ 출시를 2024년 1분기로 예정하고 있다.

플랫폼과 장르 다각화
2024년에도 게임업계의 다변화 움직임은 더욱 가속화 될 전망이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IP 중심의 포트폴리오에서 탈피해 글로벌 게임사로 도약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3분기 매출 4231억원 중 73.6%(3115억원)가 리니지 IP에서 발생하는 현 상황을 극복하겠다는 구상이다.

엔씨소프트 창업주 김택진 대표는 8년 만에 찾은 지스타 현장에서 “게임이 발전 중인데, 여기서 엔씨가 역할을 할 수 있는 장르를 찾으려고 노력 중”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실제로 엔씨소프트는 그간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장르를 포함해 신작을 7개나 대중에게 선보인 상태다.

MMORPG와 슈팅게임을 혼합한 게임 장르인 ‘루트 슈터’ 장르의 게임 ‘LLL’을 비롯해 처음 선보이는 실시간전략시뮬레이션(RTS)게임 ‘프로젝트G’, 퍼즐 장르인 ‘퍼즈업 아미토미’, 난투형 대전액션게임 ‘배틀크러쉬’, 수집형역할수행게임(RPG) ‘BSS’ 등이 대표적이다.

김 대표는 “LLL 등 콘솔 시장을 중심으로 MMORPG가

아닌 MMO 슈팅에서 어떻게 보여드릴 수 있을지 찾아보고 있고, 배틀크러쉬, BSS를 통해서는 무겁지 않고 캐주얼한 장르로 다가가려고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유저들의 다양한 니즈를 만족시키는 것이 전체 게임 산업을 풍성하게 만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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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엔씨 콘솔 도전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는 콘솔게임 시장 도전은 2024년에도 한국 게임사들의 핵심 과제다. 콘솔게임은 전용 게임기(디바이스)를 TV나 디스플레이 기기에 연결해 즐기는 비디오게임을 말한다. 콘솔게임은 전 세계 게임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5%가 넘는 큰 시장이다.

콘솔은 구매력이 가장 큰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비중이 가장 높고 성장세가 가파르지만 PC·모바일게임 위주로 시장이 형성된 국내 게임업계 특성상 ‘불모지’로 불려왔다. 한국 게임사들이 모바일 일변도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기 위해 준비해온 것은 서구권 시장 공략과 이를 위한 콘솔게임 출시다. 넥슨의 콘솔 신작 ‘더 파이널스’의 경우 오픈 베타 테스트에서 누적 이용자 750만 명을 달성하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콘솔 최강자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SIE)와 손을 잡았다. 구체적인 협력 방안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콘솔 시장 확대와 관련해 시너지가 모색될 것으로 보인다. 엔씨소프트는 지스타 출품작 중 4개의 게임을 모바일이 아니라 콘솔을 메인 플랫폼으로 개발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일본 애니메이션풍의 소녀 캐릭터를 내세워 세계관을 만든 ‘서브컬처’ 장르의 게임은 2023년 국내 시장에서도 완전한 주류로 떠올랐다.

게임업계 일각에서 서브컬처가 하위문화(sub-culture)가 아니게 된 만큼, ‘2차원 게임’이라 부르자는 얘기까지 나왔을 정도다.

서브컬처 장르는 이미 2020년대 이후 전 세계 게임업계에서 주류 장르로 떠올랐다. 특히 최근엔 동아시아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게임 장르로 주목받으며 중국 게임사와 한국 게임사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넷마블은 종합 서브컬처 미디어 믹스 프로젝트인 ‘그랜드 크로스’의 두 번째 작품 ‘데미스 리본’을 지스타 2023에서 선보였다. 아울러 일본 만화 ‘일곱 개의 대죄’를 기반으로 만든 오픈월드 어드벤처 게임 ‘일곱 개의 대죄: 오리진’도 시연했다.

넷마블은 신작 출품 라인업 3종 중 2종을 서브컬처 작품으로 꾸렸다. 게임 속 세계관이 뚜렷한 서브컬처 게임의 경우 강력한 팬덤이 존재하기 때문에, 마케팅이 용이하다는 특징이 있다. 특히 굿즈, 피규어, TV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방식의 IP 확장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이는 오프라인 확장을 모색하는 게임사들의 전략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대표 게임사 호요버스는 서브컬처 게임 ‘원신’을 무기로 한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원신은 일본 애니메이션풍의 소녀 캐릭터를 내세워 세계관을 만든 ‘서브컬처’ 게임을 전 세계적으로 유행시켰다. 게임업계에서는 2020년 9월 출시된 이 게임의 글로벌 누적 매출이 10조원에 달한다는 분석도 있다. 센서타워에 따르면 원신의 누적 매출에서 중국이 34.3%로 1위를 차지했고, 일본(23.3%), 미국(16.5%), 한국(6.2%) 순이었다. 특히 콘솔 게임을 선호하는 미국에서도 2022년 매출 상위권에 오를 정도로 인기를 얻었다.

오프라인 IP 확장 트렌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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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요버스는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티바트타워에서 상시 테마 카페 ‘원신 Cafe in Seoul’을 오픈했다.


최근 게임업계에서는 게임 속 캐릭터·세계관을 활용한 굿즈 판매 등을 통해 수익을 다각화하고 현실 세계에서 게임 팬들과의 접점을 늘려 IP 수명주기를 연장하는 오프라인 강화 움직임이 활발한 추세다. 중국 호요버스는 자사 글로벌 메가히트 IP인 ‘원신’을 활용한 ‘테마카페’를 서울에 열었다.

인기 IP를 다수 보유한 국내 게임사들의 오프라인 확장 움직임도 도드라지고 있다. 한국 게임사 시프트업이 개발한 글로벌 인기 게임 ‘승리의 여신:니케’의 경우 출시 반년을 기념해 2023년 5월 메이드 콘셉트의 협업 카페를 한시적으로 운영했다. 포토존, 뽑기 이벤트, 한정 굿즈 구매, 메이드들의 스페셜 공연 등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했는데 사용자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새벽 3시부터 입장을 대기하며 줄을 서는 진풍경이 펼쳐졌고, 게임 속 캐릭터로 래핑된 차량들이 대거 주차됐다. 스마일게이트 RPG는 2023년 4월 이디야커피와 함께 회사의 대표작인 ‘로스트아크’의 마스코트 ‘모코코’를 테마로 한 팝업스토어를 해운대 달맞이길에서 한 달간 운영했다. 매장이 문을 열기 6시간 전인 새벽 3시부터 수십 명이 넘는 방문객들이 입장을 위해 대기하는 ‘오픈런’이 벌어졌고 오픈 당일 오전에만 3000명이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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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4월 스마일게이트RPG의 대표 MMORPG 게임 로스트아크와 협업해 ‘이디야커피×모코코 팝업스토어’를 오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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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사들이 오프라인 행사와 팝업스토어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이유는 팬심을 다져 사용자 이탈률을 낮추는 효과뿐 아니라 눈에 보이는 마케팅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특히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한 팬들이 SNS 등을 통해 ‘마케터’를 자처하면서 게임을 잘 모르는 타깃층으로 저변이 확대되기도 한다.

2024년에는 생성AI로 제작한 게임들이 본격 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AI 기술은 게임 개발 시간을 단축하고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여 IP의 숫자를 절대적으로 늘리고, 게임 자체의 재미 또한 끌어올릴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다는 평가다.

지스타 2023 콘퍼런스 ‘지콘(G-CON) 2023’에서는 이례적으로 게임업계 관계자가 아닌 AI 전문가가 기조 연설자로 나서기도 했다.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센터 센터장은 “게임 산업에 있어 스토리텔링이나 게임 캐릭터 원화를 만드는 일, 혹은 비즈니스 모델을 제작하는 일 등은 생성형 AI의 도움을 받게 되면 훨씬 효과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게임 제작 전반에 AI가 역할을 하는 시대가 왔음을 게임업계 관계자들 앞에서 천명한 셈이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스마일게이트와 ‘하이퍼클로바X’를 활용해 협력 사업을 진행하겠다는 업무협약(MOU)을 맺은 상태다. 네이버클라우드는 다른 게임사와도 협력을 논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게임 산업 진출을 공식화한 하이브의 자회사 수퍼톤은 AI 음성 기술인 ‘프로젝트 스크린플레이’와 ‘프로젝트 시프트’를 공개하고 관련 기술 고도화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게임 캐릭터의 대사를 자연스럽게 오디오로 생성하고, 게임 유저가 캐릭터의 목소리로 실시간 대화를 즐길 수 있게 하는 기술이다. AI를 통해 게임 캐릭터가 인간과 대화를 나누고, AI와 함께 게임을 하는 것 또한 화두가 될 수 있다. 이른바 ‘지능형 게임’도 속속 등장할 전망이다. 지능형 게임은 게임 속 AI 플레이어가 이용자의 패턴을 학습해 지속적인 재미 요소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게임업계에선 ‘AI NPC(Non-Player Character)’라고 일컫는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소위 ‘트리플A급’ 게임에는 제작비나 자원이 많이 들어가는데 최근 경쟁 심화나 장르 일반화로 성공하기가 더 어려워졌다”며 “앞으로는 생산성을 높여줄 수 있는 AI 같은 기술의 활용이 업계의 경쟁력을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용 효율화는 여전한 고민
주요 게임사들은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게임 개발에 AI를 도입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있다. 단연 가장 큰 이유는 비용(인건비) 문제다. 엔씨소프트는 2023년 3분기 연결기준 영업비용 중 인건비로 1983억원을 지급했다. 7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간 넷마블은 2023년 3분기 인건비로 1806억원을 썼다.

국내 게임업계의 경우 지속적인 구조적 효율화를 통해 인건비를 줄여 나가고 있지만 매출 대비 인건비 비중은 여전히 높은 편이라는 지적도 받고 있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생성AI 적용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AI 도입이 게임 산업 구성원들의 ‘일자리’와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AI의 게임 창작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일부 게임 사용자들의 반응도 넘어야 할 산이다.

[황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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