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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토)

이슈 드론으로 바라보는 세상

이번에는 ‘K드론’ [편집인의 원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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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에 깔린 많은 종이들 가운데 하나를 탁 집어 책상 위에 올려놓는 일. 흔히 언론의 역할로 불리는 어젠다 세팅(Agenda Setting·의제 설정)이 그와 같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상에는 수 많은 이야기들이 쏟아진다. 그 중에 뉴스 소비자들에게 의미 있는 이야기가 뭘까. 고민과 취재를 거쳐 우리가 내놓는 기사(어젠다)는 독자에 말을 거는 일이다. 뉴스 수명이 갈수록 빨라지는 요즘, 조금이라도 더 많은 독자들과 나누고 싶은 세계일보만의 기사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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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베네치안 엑스포홀에서 열린 ‘CES 2024 세계일보 드론축구대회’에서 국가대표 블루팀이 시범경기를 벌이고 있다. 라스베이거스=이재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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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축구 경기를 처음 관람했을 때 세 가지에 놀랐다. 우선 공 모양으로 만든 드론이 굉음을 내면서 상대 진영을 향해 날아갈 때 느끼는 속도감. 넓고 한적한 공간에서 유유자적 날아다니는 드론을 본 적은 있어도 한정된 공간에서 스피드하게 날아다니는 드론을 보니 스릴이 느껴졌다. 두번째로 치밀한 조직력. 5명의 플레이어들이 공격수, 수비수, 골막이 등 축구 경기장에서처럼 각기 역할을 맡아 체계적으로 움직이는 조직력이 돋보였다. 당연히 감독과 선수들의 전략, 전술이 경기 내용을 좌우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놀랐던 부분이 어린 선수들이 많았다는 점이다. 실제 1등을 한 팀의 골잡이(스트라이커)가 10대 소녀인 경우도 봤다.

한국이 종주국인 드론축구가 성공적으로 세계 무대에 데뷔했다. 세계일보가 지상 최대 가전·IT 전시회인 ‘CES 2024’에서 선보인 ‘CES 2024 세계일보 드론축구대회’를 통해서다. 미국 라스베이거스 테크 웨스트 베네치안 엑스포(Tech West Venetian Expo)에서 열린 드론축구대회에는 대한민국 대표팀과 미국 대표팀, CES 방문 연합국에서 각 2팀씩 총 6개팀이 출전해 친선경기를 치렀다. 이번 행사를 위해 CES 주전시장 내부에 처음으로 가로 17m, 세로 8m, 높이 5m 규격의 드론축구 전용 경기장이 설치됐다. 세계일보는 박세준·이재문·김범수·김주영·이동수·이지민 6명의 기자를 현지에 파견해 ‘K드론축구, 글로벌 무대서 ‘혁신’ 뽐내다’ ‘굉음 울리며 비상한 드론볼...격렬한 충돌·공중전에 탄성’(1월11일자) ‘세계인, K드론축구 매력에 빠졌다’(1월12일자) 등 생생한 현장 상황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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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베네치안 엑스포홀에서 열린 ‘CES 2024 세계일보 드론축구대회’에서 국가대표 레드팀이 시범경기를 벌이고 있다. 라스베이거스=이재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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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축구가 뭐길래

드론축구라는 이름이 붙은 건 축구 경기장과 비슷한 구조에서 경기가 치러지는 데다 선수들의 역할도 공격수, 수비수로 나뉘고 오프사이드, 패널티킥처럼 규칙도 흡사하기 때문이다. 선수들이 공을 발로 차는게 아니라 기계를 조종해 공중전을 펼치니 ‘하늘을 나는 축구’인 셈이다.

경기장 바닥도 축구 경기장과 마찬가지로 평평해야 하며, 중앙선이 표시돼 있다. 다만 드론이 공중에서 부딪쳐 떨어지는 일이 없도록 경기장 벽면에 그물 또는 와이어가 설치된다. 축구에 직사각형 골이 있다면 드론축구에는 도넛 모양의 골이 표면 3∼3.5m 상공에 위치해 있다. 도넛 형태의 골 내경 지름은 약 60㎝다. 각 팀을 구분할 수 있도록 흰색과 빨간색의 발광다이오드(LED) 전등으로 표시돼 있다. 골이 들어갈 때마다 LED 전등이 반짝거리며 득점을 알린다. 경기에 사용되는 드론볼은 드론에 ‘구’(球) 형태의 외골격이 둘러싸인 모습이다. 드론볼의 지름은 40㎝가량. 드론볼의 무게는 1100g 이하로 상당한 무게감이 있다. 드론볼은 서로의 팀을 구분할 수 있도록 빨간색, 파란색 LED를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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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2024 세계일보 드론축구 대회’ 시범경기를 지켜보는 관람객들. 라스베이거스=이재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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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는 양 팀 각각 5명으로 총 10명. 경기에 사용되는 드론볼 역시 10개다. 5개의 드론볼은 크게 2개의 공격수, 3개의 수비수로 나뉜다. 공격수는 상대 골문을 통과해 득점을 하는 역할의 ‘골잡이’(Stirker), 골잡이를 돕는 ‘길잡이’(Guide)다. 수비수는 상대 팀 공격수를 쳐내는 역할을 하는 ‘전방길막이’(Libero)와 ‘후방길막이’(Sweeper), 골문을 지키는 ‘골막이’(Keeper)다.

경기는 한 세트에 3분씩, 총 3세트로 이뤄지는 데 한 세트 동안 더 많은 득점을 한 팀이 그 세트의 승리를 가져간다. 두 세트를 먼저 이기면 된다. 가장 중요한 규칙 중 하나는 오프사이드다. 오프사이드를 해제하려면 모든 선수가 중앙선 후방의 자기 진영으로 돌아가야 한다. 반칙을 하면 상대팀이 페널티킥을 할 수 있다. 골잡이와 골막이의 일대일 대결로 이뤄지는데 축구와 다르게 주어진 시간(1회당 5초) 안에 다득점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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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관람객들이 10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베네치안 엑스포에서 진행 중인 ‘CES 2024 세계일보 드론축구 대회’ 현장을 찾아 흥미롭게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라스베이거스=이재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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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디치 아니라 드론축구’

세계일보 드론축구대회가 열리는 경기장 주변은 행사 기간 내내 관람객과 취재진들로 붐볐다. 매시 정각과 30분마다 다양한 경기 이벤트가 열리면서 경기장 앞에 자리를 깔고 앉아 다음 경기를 기다리는 ‘N차 관람객’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고 한다. 현장에서 만난 조나단 멜로즈는 “드론축구에 흥미를 느꼈고, 휴대폰으로 영상을 촬영해 공유하고 싶어서 대기하는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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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포터 시리즈 영화에서 주인공 해리 포터가 퀴디치 경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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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베이거스 지역지인 라스베이거스리뷰저널(LVRJ)은 ‘베네치안에 드론축구를: CES의 몇 가지 멋진 장면들’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는데 첫번째로 드론축구를 소개했다. 드론축구를 소개하는 소제목이 흥미로웠다. ‘Not Quidditch, but drone soccer’ 였다. 퀴디치는 해리 포터 시리즈 팬이라면 장면을 떠올릴만한 가상의 스포츠다. 해리 포터를 비롯해 마법학교 학생들이 빗자루를 타고 날아다니며 광속으로 날아오는 공을 피하는 게임이다. 공이 빠른 속도로 날아다니는 게 퀴디치를 연상시키는지 많은 취재진, 관람객들이 자신들의 소셜미디어에 드론축구 영상을 올리면서 퀴디치와 비교하는 글을 남겼다. 미국 미디어 전문지 디지데이(Digiday)의 마티 스완트 선임기자는 자신의 X에 드론축구가 “더 많은 기술과 더 적은 마법을 가진 퀴디치와 비슷하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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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BBC 방송 기자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드론축구 체험기를 보도하고 있다. B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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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매체인 BNN브레이킹은 ‘드론축구: 첨단 기술 스포츠가 전 세계적으로 날아올랐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고 ‘K드론’의 확장성을 주목했다. 한국이 종주국인 드론축구가 20개국 이상으로 퍼지며 ‘세계적인 현상’(Global phenomenon)이 되고 있다며 CES가 드론축구의 세계화를 위한 플랫폼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워싱턴타임스는 ‘드론축구가 세계화를 향해 라스베이거스에서 야심 차게 날아올랐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에서 탄생한 미래형 스포츠가 세계로 그 범위를 넓히려 하고 있다”며 “이미 미국에서 지난해 기준 15개팀, 78명의 선수가 활동하는 등 드론축구가 확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정용 혈압계로 유명한 오므론(omron)의 디지털 건강 및 소프트웨어 담당 부사장인 다니엘 맥캐프리는 드론축구 경기 현장을 영상으로 담으며 “세계에서 경쟁력 있는 스포츠로 자리 잡을 것이고, 언젠가는 올림픽 종목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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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2024 세계일보 드론축구대회’에 관한 AFP 보도. AFP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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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정희택 세계일보 사장은 9일(현지시간) 개회식에서 “이번 CES에서 선보이는 세계일보 드론축구대회가 한류의 새 역사를 쓴 싸이의 ‘강남스타일’, 방탄소년단의 ‘다이너마이트’처럼 한국 드론 산업의 새 역사를 만들어 가는 촉매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전망은 밝다. CES 2024에서의 성공적인 데뷔를 통해 K드론이 K팝, K무비, K푸드에 이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또 하나의 ‘혁신’으로 기록될 것이다.

황정미 논설위원

<관련기사>

K드론축구에 세계언론이 열광… ‘혁신적’ 새 e스포츠 등장 예고 [CES 2024]

https://www.segye.com/newsView/20240112511482

세계인, K드론축구 매력에 빠졌다 [CES 2024]

https://www.segye.com/newsView/20240111515453

굉음 울리며 비상한 드론볼… 격렬한 충돌·공중전에 탄성 [CES 2024]

https://www.segye.com/newsView/20240110515882

드론축구로 소통·창업까지… “삶이 달라졌어요” [CES 2024]

https://www.segye.com/newsView/20240111515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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