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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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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스님·목사가 말하는 ‘풀소유’ 속내…“무소유가 가난하란 뜻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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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진 스님·하성용 신부·김진 목사·박세웅 교무
종교 다르지만 뜻 모은 4인방, 책 함께 펴내
“가난할수록 행복하다는 말은 거짓말이에요”


매일경제

하성용 신부, 박세웅 교무, 성진스님, 김진 목사. <불광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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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사제 서품받은지 15년 됐는데 대략 월 220만원 정도 나옵니다. 저축할 필요도 없습니다. 노후 보장이 확실하거든요. 병원비도 공짜고요, 부러우면 오세요. 사제의 길은 활짝 열려 있습니다 (웃음)”

하성용 신부의 말에 성진 스님이 맞장구를 친다. “저도 종단에서 생활비를 받는데, 이것저것 세금 제외하고 나면 월 200만원 정도 됩니다. 그 돈으로 밥값 쓰고 의료비 쓰고 자동차 할부금 내고 그러죠.”

먹고 사는 일은 종교인도 피해갈 수 없다. ‘종교계 어벤져스’로 불리며 각종 방송에서 노래를 부르며 맹활약하고 있는 ‘만남중창단’ 4인방이 최근 ‘종교는 달라도 인생의 고민은 같다’(불광출판사)를 펴내고 한 자리에 모였다. 성직자의 생활비라는 민감한 주제가 던져지자 박세웅 원불교 교무는 “다른 종교에 비하면 원불교는 스타트업에 가깝다”며 “일반적으로 받는 돈은 한달에 45만원 정도 된다”고 고백했다. 결혼하면 생활지원금이 추가로 지원되지만 그마저도 타종교에 비해 적다는 고백이다.

이들의 대화는 ‘종교=무소유’라는 고정된 관념에도 도전한다. 성진 스님은 “불교에서 말하는 무소유의 개념은 결국 돈에 집착하지 말라는 말”이라며 “가난하게 살라고 하는 차원의 말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김진 목사 역시 “개신교에도 무소유와 일맥 상통하는 개념이 청지기론”이라며 “모든 것은 하나님이 잠시 우리에게 맡겨 놓은 것이지 자기 소유가 아니라는 가르침”이라고 덧붙였다.

하성용 신부는 “교회에서 말하는 ‘가난’은 ‘마음이 가난함’을 뜻한다”며 “베풀 줄 아는 마음을 가지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박 교무도 “종교인들이 돈 얘기하면 세상에 물든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이 있는데 오히려 이 세 분들과 대화하며 ‘돈 필요하지’라며 돈 잘 버는 지혜가 중요하다는 데 모두 공감해 신선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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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에서 출판 간담회를 연 천주교 하성용 신부, 개신교 김진 목사, 불교 성진스님, 원불교 박세웅 교무 (왼쪽부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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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이들은 돈뿐 아니라 행복과 관계, 감정, 죽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새해에도 계속되는 서점가 쇼펜하우어 열풍에 대해 묻자 성진 스님은 “한 작가분이 저에게도 쇼펜하우어 관련 책을 내자는 제안을 했다”며 “종교인들이 정작 세상에 답을 주지 못했나 반성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진 목사 역시 “종교 언어가 굉장히 추상적이어서 현실에 적용할 때 허무한 느낌이 든다”며 “니체도 그렇고 독일에서 철학적 상담은 논리적이고 현실적이어서 많은 사람들이 답을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불교와 천주교, 개신교와 원불교에 각각 몸을 담고 있는 종교계 4인방은 2022년 6월 한 방송에서 만나 ‘같이 노래를 부르자’며 의기투합했다. 음치도 있지만 다름을 인정하고 하모니를 이루려는 이들의 자세와 만남 자체가 잔잔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지금까지 방송을 포함한 공연 횟수가 60차례를 넘었다.

성진 스님은 “목사님 설교에 불자들이 박수를 치며 좋아한다”며 “자기의 믿음과 타임의 믿음을 인정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게 아니다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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