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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이슈 코로나19 백신 개발

[단독] 들여온 양과 맞먹는 폐기량... 약발 떨어진 코로나19 백신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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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904만 회분 도입, 1872만 회분 폐기
사망·중증 막아 도입 안 할 수 없는 상황
올해 일반인 백신은 유료 전환될 수도
한국일보

고위험군 대상 코로나19 예방접종이 재개된 지난해 10월 19일 서울 강서구 서울부민병원에서 한 남성이 XBB 변이에 항체를 형성하는 신규 백신을 맞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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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에서 벗어나 일상을 회복한 지난해에 폐기된 코로나19 백신이 1,872만 회분인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한 해 동안 도입한 백신이 총 1,904만 회분인 것을 감안하면 거의 들여온 만큼 폐기된 셈이다.

계약 물량 들어왔는데 백신 맞지는 않으니


17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 도입한 코로나19 백신은 화이자 백신이 1,141만 회분으로 가장 많고, 이어 모더나(713만 회분) 노바백스(50만 회분) 순이다. 전체 1,904만 회분 가운데 지난해 우세종이었던 XBB 변이에 대응하는 신규 백신은 1,550만 회분이다. 화이자는 도입 물량의 약 88%인 1,000만 회분이, 모더나는 70%인 500만 회분이 각각 여기에 해당한다. 노바백스는 50만 회분 모두 XBB 변이용이다.
한국일보

2023년 코로나 백신 도입·폐기 현황 그래픽=강준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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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폐기한 백신은 모더나 1,502만 회분, 화이자 149만 회분, 얀센 198만 회분, 노바백스 9만 회분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한 국산 1호 백신 스카이코비원도 14만 회분 폐기됐다. 전체 폐기 물량 1,872만 회분 중 모더나 백신 비중이 80%에 이른다. 모더나 백신은 연간 폐기 물량이 도입량의 두 배가 넘는데, 이는 그전에 들여와 지난해 유통기한이 만료된 백신이 폐기량에 합산됐기 때문이다. 백신과 달리 팍스로비드 등 코로나19 치료제는 지난해 폐기 물량이 없다.

한 해 폐기량이 도입량과 비슷해진 이유는 전 세계적으로 백신 확보 경쟁이 치열했던 2021년과 2022년 제조사들과 계약한 물량이 순차적으로 들어오고 있는 반면, 일상 회복으로 코로나19에 대한 경각심은 낮아져 접종 인원이 급감해서다. 지난해 10월 고위험군, 11월 일반인을 대상으로 시작한 동절기 예방접종은 현재 누적 접종률이 10%를 넘지 못했다. 65세 이상만 접종률이 40%대일 뿐 50대(3.5%)와 40대(1.4%)는 거의 맞지 않았다. 특히 30대 이하 접종률은 1% 미만이다.

백신 구매에 8조 원 들어가... 올해는 고위험군만 무료 전망

한국일보

2022년 9월 17일 인천국제공항 화물터미널에 도착한 모더나의 코로나19 2가 백신이 화물차로 옮겨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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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청이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코로나19 백신 구입에 사용한 예산은 총 7조5,567억 원이다. 제조사별 백신 단가는 비밀유지 협약에 막혀 비공개이지만 유효기간 만료 등으로 지금까지 1조 원 상당의 백신이 폐기된 것으로 추산된다. 그나마 지난해에는 질병청이 제조사들과 협상해 이미 계약한 물량을 신규 백신으로 대체하는 방식으로 예산 손실을 줄였다.

접종 수요는 계속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코로나19 재유행 가능성이 상존하는 만큼 백신으로 대비가 필요하다는 게 국내외 감염병 전문가들의 견해다. 국내는 물론 주요 국가에서 백신이 65세 이상 고위험군의 치명률과 중증화율을 낮춘다는 연구 결과가 공통적으로 도출됐다.

세계보건기구(WHO)도 마찬가지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지난 11일 "연휴 모임 등이 많았던 12월에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감염자가 늘었다"며 "저렴하고 신뢰할 만한 진단과 백신 접근 보장을 각국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질병청은 올해 코로나19 백신 구입 예산으로 3,487억 원을 책정했다. 이전보다 대폭 줄어 그만큼 도입 물량도 줄어든다. 이에 따라 지난해까지는 전 국민이 무료로 백신을 맞을 수 있었지만 올해는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처럼 일반인은 유료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질병청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사망과 중증화를 막기 위해 고위험군에 대해서는 계속 무료 접종을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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