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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단독] “갑질 과장 승진 안돼”…서초구청 시끄러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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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전국공무원노조 서초지부가 지난 15일부터 서울 서초구 동주민센터와 양재역 등에서 매일 ‘4급 국장 승진 내정자 승진 철회와 징계요구’ 대시민선전전을 열고 있다. 사진은 19일 양재역 12번 출구 앞에서 대시민 선전전을 하고 있는 모습. 전국공무원노조 서초지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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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청 과장급(5급) 공무원이 최근 2년 반 동안 부하 직원을 대상으로 상습적인 갑질과 사적인 일에 직원들을 동원했다는 내부고발과 업무추진비를 부적절하게 사용했다는 정황이 나오면서 구청이 감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직원들은 “내부감사가 제식구 감싸기로 끝나면 안 된다”며 중징계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지만, 당사자는 “악의적”이라며 법적 조처를 예고했다.

19일 전국공무원노조 서초지부 설명을 종합하면, 지난달 중순 ㄱ과장이 국장급 승진 대상자가 됐다는 소식에 폭언 및 부적절한 지시 등과 관련된 내부 제보가 여러건 노조에 접수됐다.

구체적으로는 ‘넌 아무 말도 하지 말고 내 말 듣기만 해’, ‘너네 팀은 0명이어도 돌아가는 팀’ 등의 말을 서슴없이 하면서 특정 팀과 직원에만 지원을 하거나, 과장과 업무적 마찰이 있던 팀장들은 인사 때마다 교체되는 등의 일이 잦았다는 내용이었다.

최근 2년 반동안 ㄱ과장 밑에서 근무하는 팀장 4명이 6개월 단위로 바뀌거나 휴직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중 한명은 과장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팀장급 회의에 배석시키지 않고 회의 일정을 알려주지 않았다는 내용의 제보도 접수됐다. 이들 모두 정신적 스트레스로 휴직을 신청하거나 자진해서 부서 이동을 요구한 바 있다.

지속적으로 사적 심부름을 시켰다는 내부 폭로도 나왔다. ㄱ과장 밑에서 일했던 주임급 직원 ㄴ씨는 한겨레에 “약속이 없는 점심시간에 김밥 심부름은 기본이고 개인용품 잔심부름까지 시키는 경우가 많다”며 “정작 필요한 업무나 직원들 챙기지 못하고 과장이 매일 먹는 특정 브랜드의 요거트를 구하지 못할까봐 전전긍긍했다”고 토로했다. ㄱ과장이 부하 직원들한테 가족의 행정 문서 발급 관련 업무도 부당하게 지시했다는 제보도 있었다.

한겨레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서초지부 익명게시판에는 ‘업추비(업무추진비)로 와인먹자’ 등의 글이 지난달 중순부터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서초지부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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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는 ㄱ과장이 업무추진비 증빙을 피하려 지난 2년간 최소 6차례 상습적으로 ‘쪼개기 결제’ 등 비정상적인 결제를 했다고도 주장했다. ‘지방자치단체 회계 관리에 관한 훈령’에 따라 지자체 공무원은 한번에 업무추진비 결제액이 50만원을 넘길 경우 증빙을 해야한다. 또 밤 11시 이후에는 업무추진비를 쓸 수 없게 돼 있다.

노조가 제공한 자료를 보면, ㄱ과장은 2022년 5월 오후 2시반~3시 사이 식당에서 50만원 넘는 금액을 결제한 뒤, 이튿날 금액을 쪼개 다시 결제했다. 노조는 “그날 오후 늦게 와인에 만취해서 사무실로 돌아왔다는 증언이 나온다. 이는 명백한 업무 태만”이라고 주장했다. 2022년 9월 새벽엔 20만원 상당의 주류 결제를 한 뒤, 이를 취소하고 이튿날 저녁시간에 다시 결제하기도 했다. 이런 정황에 구청은 지난달 말 ㄱ과장에 대한 내부 감사에 착수한 상태다. 현재 ㄱ과장은 대기발령 상태다.

구청이 공정성을 이유로 감사 기간을 연장하자, 이종덕 전국공무원노조 서초지부장은 “내부 감사가 제식구 감싸기로 끝나면 안 될 것”이라며 “서초구청은 ㄱ씨의 비리행위에 대해 승진 철회와 즉각적인 중징계를 단행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노조는 오는 22일 국민권익위원회에 해당 사항을 제소할 예정이다. 이들은 지난 15일부터 점심시간에 동주민센터와 서울지하철 양재역 출구 앞에서 ㄱ과장에 대한 징계와 승진 취하를 촉구하는 선전전도 열고 있다. 서초구청은 “내부 감사가 진행 중에 있기 때문에 확인해줄 수 있는게 없다”고 밝혔다.

노조의 주장과 관련해 ㄱ씨는 이날 한겨레에 “로그인도 거치지 않은 노조 익명 게시판을 통해 악의적인 게시글을 올린 게시글 작성자들과 가족까지 모욕하고 실명을 게시한 현수막으로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준 노조를 대상으로 법적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윤연정 기자 yj2gaze@hani.co.kr 정봉비 기자 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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