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암 병변, 내시경으로 보면서 제거
개복 수술만큼이나 치료 성적 좋아
속쓰릴 땐 약물치료로 손상 막아야
박종재 이사장은 “속쓰림·소화불량 같은 소화기 증상이 있다면 위 내시경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인성욱 객원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타는 듯한 속쓰림, 목 이물감, 소화불량, 상복부 통증, 복부팽만감 같은 소화기 증상은 너무 흔해서 간과하기 쉽다. 소화기 증상이 만성화한 상태라면 식도·위·십이지장으로 이어지는 상부 위장관 점막에 염증이 얼마나 번졌는지 확인하는 위 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박종재(고대구로병원 소화기내과) 이사장에게 방치하면 위험한 소화기 질환과 최신 치료 트렌드에 대해 들었다. 그는 초기 위암을 내시경으로 제거하는 치료내시경 분야 최고 권위자다.
Q : 속이 쓰리고 소화가 잘 안 되는 것뿐인데 위 내시경까지 받아야 하나.
A :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렇다. 위식도 역류 질환, 위궤양, 위암 등 소화기 질환은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이 비슷해 위 내시경을 통해 상부 위장관 점막을 살펴보면서 진단·치료해야 한다. 위장 점막이 심하게 손상된 위궤양은 육안으로는 위암 병변과 구분이 어려워 조직검사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소화기 증상이 있다고 위암을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마냥 안심할 수도 없다는 이유다. 한국인이 가장 많이 걸리는 암인 위암은 위 내시경 검사가 보편화하면서 조기 발견·치료가 가능해졌다. 속쓰림·소화불량 같은 소화기 증상이 있다면 위 내시경 검사를 권한다. 길어봤자 3~5분이면 충분하다.”
Q : 위 내시경으로 위암을 치료할 수 있나.
A : “초기라면 충분히 가능하다. 위 내시경으로 상부 위장관 점막에서 위암 등 암이 의심되는 병변을 확인하면서 동시에 내시경 전용 칼로 점막과 근육 사이를 도려내 제거할 수 있다. 내시경 점막하 박리술(ESD)이다. 내시경을 이용한 초기 위암 치료는 개복 수술만큼이나 치료 성적이 좋다. 위 점막을 도려내는 ESD 치료 직후에는 점막 치유를 돕기 위해 위산 분비를 억제하는 약을 4~8주 정도 복용해야 한다. 위 내 산도를 pH4 이상으로 유지해 출혈·천공 등 합병증을 예방하고, 위산 자극으로 인한 점막 손상을 최소화하는 역할을 한다. 최근엔 나를 포함한 연구팀이 시행한 연구에서 빠르고 강력하게 위산 분비를 억제하는 P-CAB계열의 약(테고프라잔)도 ESD 치료 후 점막 치유에 도움을 주는 것을 확인했다.”
Q : 위 내시경 검사에서 많이 발견하는 질환이 위식도 역류 질환이라고 들었다.
A : “점막 결손이 관찰되는 미란성 위식도 역류 질환이다. 위 내시경으로 보면 위와 식도가 연결된 부위가 헐거나 파여 있다. 다만 위식도 역류 질환은 위 내시경 검사에서 식도 염증 등 병변이 관찰되지 않는 경우(비미란성 위식도 역류 질환)도 존재한다. 이 경우도 위산 역류가 심해지면 식도 점막 손상이 악화해 미란성으로 진행할 수 있다.”
Q : 제산제 등으로 속쓰림을 달래는 사람이 많다.
A : “제산제의 효과는 일시적이고, 위산이 반복적으로 식도 점막을 침범하면서 손상되는 것은 막지 못한다. 더 심해지면 식도 점막이 위 상피세포로 변하는 바렛 식도로 진행한다. 바렛 식도는 식도암 발병 위험을 30배 이상 높이는 위험 인자다. 증상이 지속하면 위 내시경 검사 후 위산 분비를 억제해 식도 점막 손상을 막는 약물치료를 받아야 한다. 요즘엔 초회 투약만으로도 1시간 이내 위 내 산도를 빠르게 안정시킬 수 있어 약 복용 첫날부터 증상 관리가 가능하다.”
Q : 위식도 역류 질환에서 위산 분비를 억제하는 유지 치료가 왜 중요한가.
A : “위식도 역류 질환으로 위산의 자극이 심해질수록 삶의 질은 나빠진다. 증상이 좋아졌다고 바로 약물치료를 중단하면 증상이 재발하는 경우가 많아 지속적 유지 치료가 중요하다. 빠르고 강력하게 위산 분비를 억제하는 약물치료로 위산 자극으로 인한 식도 점막 손상을 막는다.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 합병증 발생 위험도 낮출 수 있다.”
Q : 위산 분비를 억제하는 약은 식사 전에 먹어야 약효가 좋다고 들었다.
A : “약마다 다르다. 오메프라졸 같은 PPI계열의 약은 복용 시점에 따라 치료 반응이 다르게 나타난다. 약을 먹고 굶거나 식사 후 약을 먹으면 위산 분비를 억제하는 약효가 크게 떨어진다. 약효 극대화를 위해서는 아침 식사 1시간 전인 공복에 복용해야 한다. 그런데 아침 식사 전에 약을 먹는 것이 지키기 어렵다. 약 복용시간을 놓치면서 증상이 악화할 수 있다. 약물치료에도 별 효과가 없다고 느끼는 이유다. 게다가 PPI계열 약은 복용 후 약효가 나타나기까지 적어도 3~5일 정도 걸린다. 이와 달리 테고프라잔 등 P-CAB계열의 약은 식사 여부와 상관없이 하루 중 어느 때나 복용 가능하다. 증상 완화 효과가 빠르고 투약 편의성이 높아 지속적 치료에도 긍정적이다.”
Q : 수면 중 속쓰림이 심할 땐 왼쪽으로 누워 자면 덜하다고 하던데 어떤가.
A : “어느 정도 맞는 말이다. 위는 구조상 왼쪽으로 볼록 튀어나와 있어 왼쪽으로 누우면 위산이 식도로 역류할 위험이 덜하다. 여러 연구에서 왼쪽으로 눕는 것이 위산 역류를 줄인다는 점을 일관되게 확인했다. 수면 자세를 바꾸고 약물치료를 받아도 밤잠을 자기 힘들 정도로 속쓰림이 심하다면 약효가 불안정한 상태일 수 있다. 약효 지속시간이 긴 것으로 교체하는 것을 권한다. 위 내부의 산도가 pH4 이상으로 안정적인 상태로 유지되면 자다가 속쓰림으로 자다 깨는 일을 줄여줄 수 있다. 매일 한 알씩 일주일 동안 테고프라잔을 투약했더니 위 내부 산도가 pH4 이상으로 24시간 동안 유지되는 비율이 68%로 높았다는 임상 연구도 있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