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부산 오피스텔 9층 추락 사망
유족 "평소 폭행, 모욕 등 시달려"
13시간 초인종 누르고·가택 침입
"한 치 의심 없는 경찰 수사 촉구"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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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한 오피스텔에서 추락해 숨진 20대 여성의 유족들이 철저한 경찰 수사를 촉구했다. 유족들은 숨진 여성이 전 남자친구로부터 상습적인 폭행과 스토킹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숨진 여성의 이모라고 밝힌 A씨는 21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억울하게 죽은 제 딸 같은 조카의 철저한 수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글을 올렸다.

A씨에 따르면 숨진 여성 B씨는 생전 전 남자친구와 9개월간 교제하며 스토킹을 당했다고 털어놨다. A씨는 "조카가 여러 번의 폭행, 가택 침입, 스토킹, 모욕적인 언사, 목숨을 끊으라고 종용하는 협박 등의 언어폭력과 이별 이후에도 반복된 스토킹에 대한 이야기를 여러 번 한 적 있다"고 밝혔다. A씨가 공개한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보면 전 남자친구로 추정되는 한 인물은 B씨에게 "제발 떨어져 XX, 네 꼬락서니 보니까 불쌍하다" 등 모욕적인 발언과 욕설을 했다.

A씨는 또 "헤어지자고 하니 집 앞에 찾아와 오피스텔 현관문을 발로 차는 등의 행위로 인해 타인에게 피해가 갈까 우려되어 조카가 어쩔 수 없이 (전 남자친구를) 집 안으로 들인 적 있다"며 "집 안에 들이자 이별 통보에 화를 참지 못하고 난동을 피우며 조카를 폭행하고 집기를 파손했다"고 주장했다. 이 남성은 B씨의 집으로 찾아와 13시간 동안 초인종을 누르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조카가 친구를 만나러 갈 때면 (전 남자친구가) 한여름에도 긴팔과 긴바지를 입게 해서 증거 사진을 찍게 하고, 마트를 갔다고 하면 영수증을 찍어서 보내라고 하고, 조카의 지인들에도 폭언을 일삼으며 자살을 종용하는 등의 카톡을 보낸 걸 확인했다"고 분노했다.

B씨와 가족들은 지난해 말 이 남성을 폭행 등의 혐의로 경찰에 신고했다. A씨는 "반복된 폭행, 폭언, 협박 등에 경찰에 신고했지만, 전 남자친구가 자신의 아버지가 변호사이고 삼촌이 경찰이라는 얘기를 하며 신고를 하더라도 자기는 금방 풀려날 거라고 얘기해 (조카가) 보복이 두려워 결국 처벌을 포기했다"고 전했다.

유족들은 타살 가능성도 제기했다. B씨가 투신했을 당시 전 남자친구와 함께 있었고, 투신 직전 두 사람이 말다툼을 벌인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사건 당일 조카가 지인을 만났는데, 스토킹이 두려워 지인에게 부탁해 오전 2시쯤 오피스텔 문 앞에서 헤어졌고, 오전 2시 23분 전 남자친구가 119에 투신 신고를 했다"며 "첫 진술 땐 조카가 투신할 때 자신은 본인 차 근처에 있었다고 거짓 진술했는데, 이후 경찰이 오피스텔 폐쇄회로(CC)TV 등으로 추궁하니 투신 시 같이 있었다고 진술을 번복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진술 번복으로 전 남자친구가 함께 있던 것을 알게 됐고, 단순 투신으로 보기엔 유가족으로서 납득하기 힘든 정황이 많다"며 "조카가 지인과 헤어지고 추락하기까지 전 남자친구 사이에서 무슨 대화와 상황이 벌어졌는지 알고 싶다"고 호소했다.

A씨는 "스토킹하던 전 남자친구와 드디어 헤어졌다며 올여름 유학 가면 지독한 스토킹에서 벗어날 수 있겠다고 안도하며 부푼 꿈을 얘기하던 조카와의 마지막 통화를 잊을 수가 없다"며 "20대 꽃다운 나이에 저버린 조카를 이렇게 허망하게 보낼 수 없다. 한 치의 의심 없는 실체적인 진실을 알고 싶을 뿐이다"라고 글을 끝맺었다.

부산진경찰서는 7일 오전 2시쯤 부산진구의 한 오피스텔 9층에서 B씨가 추락해 숨진 사건을 접수해 구체적인 사고 경위를 확인하고 있다.

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