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빵집 자영업자 “단골 손님 올때마다 사과·변명해”
줄줄이 메뉴가 인상에 소비자 불만…홈베이킹 하기도
지난 18일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우유를 고르고 있다. 지난해 우유 물가 상승률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이날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우유의 소비자물가지수는 118.13으로 전년 대비 9.9% 올랐다.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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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안효정 기자] “카페 운영한지 8년 만에 처음 가격 올렸어요. 단골들은 ‘그동안 가격 안 올린 게 용했다’면서 상황을 이해해주니까 그나마 괜찮은데, 처음 오는 손님들은 그 사정까지 알진 못하니까 저희 카페 찾는 손님이 전체적으로 줄어들까봐 걱정되죠.”
서울 양천구의 A카페 사장이 한숨을 내쉬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2014년 카페를 열고 난 이후 처음으로 음료 가격을 올렸다고 했다. 작년 우유값 인상분을 반영해서 ‘큰 마음 먹고’ 내린 결정이다. 카페 대표 메뉴로 꼽히는 음료 3개에 한해 가격을 6000원에서 6700원으로 올렸는데, 해당 음료들엔 우유가 400㎖ 이상 들어간다. A카페 사장은 “카페라떼나 카푸치노 등 커피류는 아직 가격을 올리지 않았지만 고민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우유 물가 상승률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에 최고를 기록할 정도로 우유값이 급등하면서 카페와 빵집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의 시름이 늘고 있다. 30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우유의 소비자물가지수는 118.13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9.9% 상승한 수치다.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인 2009년(19.1%) 이후 최고이며, 지난해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3.6%)보다 약 2.8배 높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한모(58) 씨도 올해 초 인기 많은 빵을 중심으로 100~500원씩 가격을 인상했다. 특히 밤식빵(5000원→5500원)과 소금빵(2800원→3200원)의 인상률이 높았다. 한씨는 “기존 가격으로는 급격히 오른 우유 가격을 감당하기 어려웠다”며 “단골 손님이 와서 빵을 사갈 때마다 ‘가격 올려 죄송하다’ ‘어쩔 수 없었다’ 등 사과하고 변명하는 게 일이 됐다”라고 하소연했다.
서울 은평구의 한 카페 직원은 2주 전 메뉴판을 새로 제작했다. 우유가 들어간 음료뿐 아니라 치즈와 아이스크림을 활용한 디저트까지 대부분의 메뉴 가격이 변경됐기 때문이다. 그는 “가격을 올리자마자 손님이 20~30% 정도는 줄어든 것 같다”며 “음료나 디저트를 포장하면 1000원씩 할인해주는 이벤트 등 손님 유인책으로 활용할만한 방법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페와 빵집의 메뉴 가격이 줄줄이 오르면서 소비자들의 불만도 덩달아 늘고 있다. 하루에 한 번씩 분위기 좋은 카페를 찾아가 블로그에 리뷰를 남긴다는 대학생 김모(22) 씨는 “최근 작년에 갔던 카페를 다시 가서 작년과 똑같은 아이스 카페라떼와 딸기 케이크를 시켰는데 2300원을 더 냈다”며 불평했다. 이어 김씨는 “유일한 취미가 ‘분좋카(분위기 좋은 카페) 가기’이고 ‘먹고 싶은 건 먹자’는 주의여서 이제껏 가격을 크게 신경쓰지 않았는데 이젠 계산할 때 망설여지는 게 있다”라고 말했다.
가격 변동 대신 양 줄이기 전략을 쓰는 카페에 분노를 표하는 소비자도 있었다. 직장인 이모(31)씨는 지난 주말 카페에서 시킨 치즈케이크 크기를 보고 당황했던 경험이 있다. 이씨는 2년 전 강서구 마곡의 한 카페에서 맛본 바스크치즈케이크를 기억하고 배달 주문을 넣었다. 가격은 2년 전과 같은 5000원이었는데 배달 온 케이크 크기는 당시의 절반이었다고 했다. 이씨는 “아무리 물가가 올라도 그렇지 어떻게 이게 5000원짜리냐. 어이가 없다”라고 말했다.
카페와 빵집을 ‘끊고’ 집에서 음료와 빵을 만드는 이도 있다. 하루 한 끼는 꼭 빵과 커피를 먹을 만큼 ‘빵순이’라는 신모(30) 씨는 지난달 말부터 커피머신을 사고 유튜브를 보며 베이킹을 하기 시작했다. 신씨는 “물가가 오르다보니 빵과 커피에 쏟는 지출이 어느 순간 2배가 넘더라. 좋아하는 걸 걱정없이 먹기 위해 요즘 영상으로 베이킹을 독학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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