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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서 북콘서트 연 박근혜 “정치는 안하겠지만…보답 차원서 할 일은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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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박근혜 전 대통령이 5일 대구 수성구 한 호텔에서 열린 북콘서트에서 발언하고 있다. 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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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이 5일 대구에서 자신이 집필한 회고록 <박근혜 회고록:어둠을 지나 미래로> 출간 기념 북콘서트를 열었다. 친박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 행사에서 박 전 대통령은 총선 등 정치 현안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피했다.

이날 오후 2시부터 수성구 만촌동 한 호텔에서 열린 북콘서트에서 박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 대한 소개와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등 전직 대통령으로서 겪은 정치 역정과 관련된 소회를 직접 밝혔다.

행사내 단상에 오르는 공식 프로그램인 ‘저자와의 대화’에 초대받은 인사로는 박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유영하 변호사와 허원제 전 의원 등 2명이었다. 허 전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의 재임 시기인 2016년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을 지낸 인물이다.

이외에 별도로 김관용 전 경북도지사와 서상기 전 의원, 김재수 전 장관, 김관진·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 조윤선 전 여성가족부 장관 등이 초청 내빈으로 참석했다.

이날 저자와의 대화에서는 사회자가 질문을 하면 박 전 대통령이 직접 답하는 자리도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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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이 5일 대구 수성구 한 호텔에서 열린 북콘서트에서 발언하고 있다. 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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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나 사회활동 등에 대한 계획을 묻는 질문에 박 전 대통령은 “정치 일선은 떠났고 (정치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물론 재임 중에 하지 못한 일에 대한 아쉬움이 있고, 누군가가 그것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면서 “국민으로부터 받은 사랑이 너무 크고 감사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제가 할 일이 있다면 어떤 일이라도 해서 보답하겠다”고 했다.

향후 정치적 목소리를 내거나 간접적인 활동을 이어갈 수도 있다는 여지를 남긴 것으로 해석된다.

박 전 대통령은 “개인과 사회, 국가 관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신뢰”라며 “그 동안 건강과 회고록 집필 문제로 외출을 자제했는데, 앞으로는 국민 여러분을 자주 만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이나 관광지를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봴 수 있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수감생활을 두고 박 전 대통령은 “힘들지 않았고 억울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라면서 “그러나 돌아봐도 재임 중에 사소한 실수는 있었을지라도 의도적으로 제게 부끄러운 일이라든가 국민 앞에 부끄러운 일을 한 적은 없다고 생각해서 떳떳하고 당당했다. 어려운 시간을 지켜내는데 국민의 위로가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너무 가까이 있던 사람을 관리하지 못해서 국민에게 실망을 드렸던 건 저를 힘들게 했다”면서 “진실은 언젠가 밝혀질 것으로 생각해서 담담하게 견딜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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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의 북콘서트장 입구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등이 보낸 화환이 놓여 있다. 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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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전 대통령은 북콘서트에서 수감 시절에 썼던 자필 메모를 처음 공개하기도 했다.

2022년 대선을 반년쯤 앞둔 2021년 늦가을 작성한 메모에서 박 전 대통령은 “저는 저에 대한 거짓과 오해를 걷어내고 함께했던 공직자들과 기업인들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했다는 것을 밝히고 싶었기에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를 묵묵히 따랐다”고 밝혔다.

그는 “대통령으로 재직하면서 혼신의 힘을 다해 했던 일들이 적폐로 낙인찍히고 맡은바 직분에 충실하게 일한 공직자들이 구속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저로서는 견디기 힘든 고통이었다”며 “그리고 처음 정치를 시작할 때부터 함께한 이들마저 모든 짐을 제게 건네주는 것을 보면서 삶의 무상함을 느꼈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은 “하지만 이 모두 정해진 운명이라고 받아들이겠다.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이 나라를 위태롭게 하는 어둠의 세력들로부터 안보를 굳건히 지켜냈고, 조금이라도 나은 삶을 국민들에게 드리기 위해 노력했던 시간들은 보람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2006년 테러 이후의 저의 삶은 덤으로 주어져서 나라에 바쳐진 것이라 생각했기에 제 일신에 대해선 어떠한 미련도 없다”고 적었다. 또 “이제 모든 멍에를 묻겠다. 누구를 탓하거나 원망하는 마음도 없다”며 “서로를 보듬으면서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어주기 바란다”고 글을 마무리 했다.

한편 박 전 대통령은 북콘서트에서 질문에 답하기 전 2012년 대선 승리와 제18대 대통령 재임 당시, 최근 근황까지 약 10년에 걸친 정치 여정을 밝혔다.

재임 당시 미국과 중국, 일본과의 외교 상황, 대북 문제, 재임 기간 중 풀지 못한 국정 과제, 일본과의 위안부 합의 뒷이야기,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된 비화, 탄핵 후 문재인 정부의 국정 운영에 대한 평가 등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이날 박 전 대통령은 문재인정부를 두고 “외교, 안보, 경제 모든 분야에서 상당히 다른 방향으로 갔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날 북콘서트장 입구에는 여권 인사와 과거 친박계 인사들이 보낸 화환들이 놓였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장동혁 국민의힘 사무총장, 박근혜 정부에서 경제부총리를 지낸 최경환 전 총리,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 한광옥 전 대통령 비서실장, 제19대 국회의원 ‘약지회’ 등 범여권측 인사들의 화환들이 즐비했다.

<박근혜 회고록:어둠을 지나 미래로>에는 19대 총선과 18대 대선을 승리한 2012년부터 특별 사면 뒤 대구 달성군 사저로 내려온 2022년 3월 이후 현재까지 약 10년에 걸친 박 전 대통령의 삶이 담겼다.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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