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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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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주 과열이 부른 현상... CB 리픽싱 없애랬더니 바로 “네!”하는 새내기주 FI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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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파두 사태’ 이후 기업공개(IPO) 문턱이 높아진 데다 새해 들어 공모주 과열 열풍이 불면서, 자금 회수가 급한 신규 상장 기업의 재무적 투자자(FI)들이 일부 권리를 포기하면서라도 상장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오는 23일 코스닥 상장을 앞둔 이에이트의 FI들은 상장 전 투자한 전환사채(CB)의 리픽싱 조항을 삭제했다. 안전장치가 없어지더라도 상장이 먼저라고 판단한 것이다.

조선비즈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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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에이트는 상장 전 유치한 CB에 대해 리픽싱 조항을 전부 삭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이트는 국내 최초로 시뮬레이션 기반 디지털 트윈 플랫폼을 만든 기업이다. 재난 재해, 조선·해양, 석유화학 등 여러 분야에서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며 실적을 쌓고 있다.

이에이트는 상장을 준비하며 2022년부터 총 세 차례 전환사채를 발행했다. 전환사채란 채권처럼 이자를 받다가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사채를 의미한다. 이에이트는 2022년 9월 한화투자증권을 대상으로 전환사채 4억원을 발행했다. 이어 스톤브릿지벤처스, 카스피안캐피탈을 대상으로 35억원, 20억원 등 총 55억원을 추가로 수혈했다. 표면이자율이 0%여서 사실상 주식 전환이 목적인 전환사채다.

이에이트가 발행한 전환사채는 전날 기준 모두 전환청구권을 행사해 주식으로 바꿀 수 있다. 전환가액은 1만9000원이다. 전환사채에는 FI에 유리한 리픽싱 조항도 붙었다. 만약 공모가가 전환가액보다 낮으면, 전환가액을 공모가액의 60~70%로 낮춰 그만큼 주식 수를 늘릴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설령 공모가가 떨어져도 그만큼 FI가 받는 주식 수가 많이 늘어나 손해보기가 어려운 구조다.

하지만 한국거래소는 일반 투자자 보호 목적으로 이에이트에 전환사채 리픽싱 조항 삭제를 권고했고, 회사는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요예측에서 공모가가 전환가액보다 높은 2만원으로 확정돼 FI들도 리픽싱 조항 삭제를 수용한 것이다. 새해 들어 잇따라 ‘따따블(공모가 대비 네배 급등)’ 종목이 나오는 등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어, 빨리 상장하고 자금을 회수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손실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FI들이 보유한 전환사채는 상장 후 10영업일 이후부터 전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주식으로 바꾸더라도 1개월 보호예수가 걸려있어 당장 팔 수 없다. 상장 한 달 후 주가가 1만9000원보다 떨어지면 FI 입장에선 손실을 보게 된다.

최근 IPO가 어려워지면서 벤처캐피털(VC), 사모펀드(PEF) 등 FI도 상장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한 심사역은 “최근 거래소에서 상장예정기업에 상환전환우선주(RCPS), 전환사채 등에 붙은 리픽싱 조항을 전부 없애라고 지도하는 사례가 많다”며 “그래도 상장해서 자금을 회수하는 게 이득이다 보니 VC들도 모두 수긍하고, 거래소 가이드라인을 따라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인아 기자(inah@chosunbiz.com);권오은 기자(oheu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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