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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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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풀고 채용 늘려" 일관성 없는 정부 경영평가에 공공기관 '대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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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월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4년 1차 공공기관 운영위원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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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공공기관의 경영정보를 온라인 공개하는 '알리오'에는 에너지공기업들의 계획예방정비공사를 위한 물품·자재 구매 입찰 공시가 평소보다 2~3배 이상 늘었다.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공공기관들의 재정 조기집행을 밀어붙인 결과다.

여기에 정부가 집행 실적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반영하겠다고 나서면서 공기업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상반기 지출을 최대한 늘려 경기부양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의도지만 실적을 채우기 위해 공기업들이 불필요한 물품·자재를 구매하거나 선금을 받은 시공사의 부실 공사로 이어진 선례가 많은 탓이다.

8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다음달 초 '공공기관 경영평가단 워크숍'을 열고 올해 공공기관 경영실적평가에 착수한다.

공공기관 경영평가는 결과에 따라 임·직원들의 성과급 지급 규모를 좌우하는 만큼, 각 기관들에게는 민감한 사안이다. 평가에서 미흡(D) 이하 등급을 받을 기관장이 해임되거나 경상비가 삭감될 수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지난해 실시한 첫 경영평가에서는 공공기관의 효율성과 공공성 간 균형 있는 평가에 중점을 두면서 재무성과 지표의 배점을 확대한 바 있다. 그 결과 재무상황이 악화된 에너지 공기업이 전반적으로 등급이 하락하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하지만 소비 부진과 투자 위축이 우리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으면서 정부 기조가 바뀌었다. 공공기관의 재무 성과를 강조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신속한 투자와 집행에 방점을 둔 것.

정부는 지난달 16일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올해 63조4000억원 규모의 공공기관 관련 예산 중 55%인 34조9000억원을 상반기 내에 투입하기로 했다. 얼어붙은 건설 경기 회복을 위해 이중 15조원의 예산이 LH와 철도공단, 도로공사 등 SOC 관련 공기업과 공공기관에 투입된다.

공공기관의 신속한 집행을 가속화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도 마련했다. 정부는 올해 경영평가에서 공공기관의 신속한 집행에 대한 가점 부여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일선 공공기관들은 정부의 평가 기조가 1년마다 바뀌는 탓에 장기적인 경영계획 수립이 어렵다고 호소한다.

한 에너지 공기업 관계자는 "지난해 상저하고 예측에도 재정성과를 강조했던 정부가 올해는 신속 집행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일관성 없는 평가에 어떻게 장단을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다른 에너지 공기업 관계자는 "공사가 특정 기간에 집중되면 자재 가격이나 인건비가 오를 수 밖에 없다"며 "선금을 미리 받은 시공사가 공사를 제대로 할지도 의문이다"고 말했다.

정부가 좀처럼 늘지 않는 청년 취업자 문제를 공공기관에 떠넘기고 있다는 불만도 적지 않다. 정부는 올해 공공기관 정규직 채용 규모를 지난해보다 10% 늘린 2만4000명으로 잡았다. 공공기관의 신규채용이 늘어난 것은 2019년 이후 5년만이다.

또 수요가 많은 6개월 청년 인턴 규모를 1만명 수준으로 늘리면서 공공기관의 신규 채용 확대를 위한 노력 정도를 경영평가에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2025년까지 공공기관 인력 1만2000명을 줄이겠다는 '공공기관 기능조정 및 조직·인력 효율화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정부에서 공공기관 인력과 부채가 늘어 방만 경영이 심각해졌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였다.

대신 청년 인턴규모를 더 늘리겠다는 대안을 제시했지만 정규직 채용으로 연결되지 않는 스펙 쌓기용 단기 일자리라는 비판과 함께 고용 통계 수치를 개선할 단기 일자리 만들기에 매몰되고 있다는 지적이 잇달았다.
아주경제=박기락 기자 kirock@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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