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4.2.14/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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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4일 “1기 신도시(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 선도지구 공모 일정을 대폭 앞당겨 5월 중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최 부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국민이 원하는 곳에 원하는 주택이 더 많이 공급되도록 속도를 내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당초 국토부는 지난달 ‘1·10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서 1기 신도시 선도지구 지정 기준을 이르면 5월 중으로 마련하겠다고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최 부총리의 발언은) 5월 선도지구 지정 기준을 마련하면서 공모 절차를 시작하겠다는 것”이라며 “당초 정해진 일정을 앞당기겠다는 것이 아니라 1기 신도시 재건축 사업 전반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미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선도지구는 1기 신도시 정비예정구역 중 먼저 정비사업이 추진되는 일종의 시범단지다. 국토부는 선도지구에 대해 “새로운 도시정비 모델의 모범 사례이자 신도시 전체로 정비사업이 확산될 수 있도록 하는 이정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후계획도시 선도지구 지정 기준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국토교통부] |
국토부는 지난달 31일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이하 특별법)’ 시행령을 입법 예고하면서 선도지구 지정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선도지구를 지정할 때 ▶주민 참여도 ▶노후도 및 주민 불편 ▶도시기능 향상 ▶주변 지역 확산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특별법이 오는 4월 27일 시행되면, 국토부는 5월에 지자체별 구체적인 기준·배점·평가절차 등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후 공모 절차를 통해 올해 11~12월께 5개 1기 신도시별로 선도지구 1개 이상씩을 지정할 방침이다. 1기 신도시 재건축은 현 정부 임기 내(2027년 5월) 처음 착공해, 2030년 첫 입주가 목표다.
선도지구 지정은 1기 신도시 단지 주민들에게는 사활이 걸린 일이다. 1기 신도시에서는 2026년까지 약 29만 가구가 재건축 대상(30년 이상)에 편입된다. 1기 신도시 주민들 사이에서는 가장 빠르게 사업이 진행되며, 각종 인센티브가 주어질 선도지구에서 밀리면 재건축을 언제 진행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팽배한 상황이다. 분당신도시의 한 공인중개사는 “개포·고덕 등 먼저 재건축을 진행한 다른 택지지구의 사례를 비춰볼 때 우선순위에서 밀리면 10년 이상 뒤쳐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주민이 많다”고 설명했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 일대의 모습.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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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1호 단지’가 되기 위한 단지 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국토부가 통합 재건축 시 안전진단 면제, 용도지역 변경, 용적률 상향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고 밝히자 인근 단지와 손잡고 통합 재건축을 추진하는 사례가 늘었다. 아직 구체적인 선정 기준이 나오기도 전이지만, 자체적으로 재건축 주민 설명회를 열고, 효력이 없는 주민 동의서를 모으는 단지도 있다.
분당에서는 정자동 '한솔1·2·3단지(청구·LG·한일)'와 '정자일로단지(임광보성·서광영남·계룡·화인유천·한라)'가 사전 주민동의율 80% 이상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매동 '풍림·선경·효성', 구미동 '까치마을 1·2단지·하얀마을 5단지' ‘시범단지(삼성한신·우성·한양·현대)’ 등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일산에선 후곡마을 3·4·10·15단지, 강촌마을 1·2단지, 백마마을 1·2단지 등이 뛰고 있다.
다만 선도지구 지정 경쟁이 4·10 총선과 맞물려 자칫 과열 양상으로 흐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예비후보는 지역구에 선도지구 선정 단지 수를 최대한 많이 확보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주민 설명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석하고 있다. 실제 지난 3일 성남시청 온누리홀에서 열린 분당 재건축 주민설명회에는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분당갑),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분당을)은 물론 김은혜·김민수 국민의힘 예비후보(분당을)까지 총출동했다. 특히 분당을에서 맞붙는 김은혜 전 의원과 김병욱 의원은 한 재건축 설명회 자리에서 ‘특별법 원조(元祖)’를 놓고 언성을 높이며 날 선 신경전을 펼치기도 했다.
서진형 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1기 신도시 문제가 정치권의 총선 표심 잡기 수단으로 활용돼선 안 된다”며 “이주 대책, 용적률 배분 등 아직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한 만큼 세밀한 마스터플랜을 갖고 장기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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