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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니 새 대통령 프라보워 유력…‘조코위 왕조’ 현실화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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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투표용지 샘플 분석…득표율 60% 육박 관측

경향신문

투표 마치고 ‘V’ 들어보인 프라보워 인도네시아의 차기 대통령 당선이 유력한 프라보워 수비안토 국방장관이 대선일인 14일 자카르타 인근 보고르의 한 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친 뒤 인주가 묻은 손가락으로 자신의 기호 2번을 뜻하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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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부대 사령관 출신 국방장관, 30년 독재 수하르토의 사위
현 대통령 장남 러닝메이트로 출마…조코위 영향력 지속될 듯
프라보워 캠프 “단판 승리 확신”…결과는 내달 20일 전 발표

유권자 2억500만명의 뜨거운 열기 속에 14일 치러진 인도네시아 대통령 선거에서 현 국방부 장관인 프라보워 수비안토 후보의 당선이 유력한 것으로 나타났다. 거대한 내수 시장과 니켈·야자유 같은 천연자원, 동남아 지역에서 외교적 영향력을 갖고 있는 인도네시아의 대선은 미국과 중국에도 큰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선거다. 프라보워 후보의 러닝메이트가 조코 위도도(조코위) 대통령의 장남이라는 점에서 조코위의 ‘정치 왕조’ 구축이 현실이 되는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자카르타포스트에 따르면, 이날 여론조사 기관 CSIS·사이러스 네트워크가 진행한 ‘빠른 개표’에서 오후 7시 기준(분석률 92.15%) 기호 2번 프라보워 후보와 기브란 라카부밍 부통령 후보가 58.3%를 득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 전에 실시된 막판 여론조사 결과(49~51%)를 크게 뛰어넘는 수치다. 당선 요건 중 하나인 ‘과반 득표’를 무난히 충족하는 모양새다.

반면 기호 1번 아니스 바스웨단 후보와 무하이민 이스칸다르 부통령 후보는 24.94%, 기호 3번 간자르 프라노워 후보와 마흐푸드 엠데 부통령 후보는 16.76%에 그쳤다.

빠른 개표는 총선거관리위원회(KPU)의 위탁을 받은 여론조사 기관이 전국 투표소에서 투표 용지 샘플을 수거해 분석하는 방식이다. 일반적인 출구조사와는 달리 실제로 행사된 표를 기반으로 한다. 수많은 섬으로 이뤄진 인도네시아는 국토가 방대해 전체 개표까지 최장 한 달이 걸리는 만큼 선거 결과를 미리 가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수단이다. AP통신에 따르면 2004년 이래 인도네시아에서 치러진 4차례 대선에서 빠른 개표 결과와 최종 결과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로써 프라보워 후보가 결선투표 없이 최종 당선자가 될 가능성이 유력해졌다. 프라보워·기브란의 선거 캠프는 “완전한 단판 승리로 끝나리라 확신한다”고 밝혔다.

정식 결과는 늦어도 다음달 20일까지 발표될 예정이다. 프라보워 후보가 전체 유권자의 50% 이상을 득표하고 동시에 각 주에서 20% 이상을 득표한 것으로 확인되면 최종 당선자가 된다. 만약 조건을 충족하는 후보가 없을 경우 오는 6월 1·2위 후보가 결선투표를 치른다.

당선이 유력한 프라보워 후보는 특수부대 사령관 출신으로, 현 조코위 정부에서 국방장관을 지냈다. 72세로 대선 후보 중에는 가장 나이가 많았으나 친근함을 강조하며 ‘껴안고 싶은 할아버지’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인도네시아 유권자 절반가량이 청년층임을 감안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틱톡’을 활발하게 이용하며 공략한 덕분이다. 그는 인도네시아의 어두운 현대사와 직접적으로 맞물린 인물이기도 하다. 프라보워 후보는 30년 넘게 독재한 수하르토 전 대통령의 사위였다. 수하르토 정권에서 그의 아버지는 경제장관이었고, 후보 자신도 군부 실세였을 만큼 독재 시절의 명문가 출신이다.

인권 탄압 의혹 역시 프라보워 후보를 붙들고 있다. 그는 1998년 수하르토 독재 정권에 반대한 인사들을 납치하고 고문했다는 혐의로 불명예 제대했다. 당시 납치된 활동가 22명 중 13명이 아직도 실종 상태다. 프라보워 후보는 이 일로 직접 재판을 받은 적은 없지만 그의 수하 중 일부가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는 파푸아와 동티모르의 인권 탄압에 연루됐다는 의혹도 있다. 이러한 이력 때문에 미국은 2000년 그가 미국에 유학 중인 아들의 졸업식에 참석하기 위해 신청한 비자를 거부하기도 했다.

프라보워 후보는 수하르토 몰락 이후 한동안 망명 생활을 하다 다시 정치에 뛰어들어 2014년과 2019년 대선에 출마했으나 조코위 대통령에게 모두 패배했다. 조코위 대통령이 통합을 위해 그에게 국방장관직을 제안했고, 이번에 조코위 대통령의 장남 기브란 라카부밍이 부통령 후보로 그와 함께 뛰면서 프라보워 후보는 ‘조코위의 정적’이 아닌 ‘조코위 유산’을 이어받는 후계자로 자리매김했다.

조코위 대통령은 이제 물러나지만 그의 영향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프라보워 후보는 수도 이전, 대규모 해외 투자 유치, 인프라 개발 등 조코위표 정책을 이어가겠다고 공약했다. 대외 관계 역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을 잡되 경제적으로는 중국의 투자를 끌어오는 등 실리를 취할 것이란 분석이 많다.

특히 조코위가 아들인 기브란을 통해 자신의 ‘정치 왕조’를 세우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인도네시아 민주주의의 향방을 둘러싼 우려도 나온다.

조코위 대통령은 명시적으로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는 않았지만 프라보워·기브란 진영을 사실상 밀어주며 ‘킹메이커’ 노릇을 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학생과 시민 활동가들은 조코위 대통령이 부당하게 선거에 개입했다고 비판하는 시위를 벌였고, 관련 내용을 다룬 다큐멘터리가 화제를 낳았다.

그레그 필리 호주국립대 명예교수는 “조코위는 이번에 출마하지 않은 사람 중 가장 중요한 인물이다. 지지율이 80%를 넘을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는데, 프라보워가 그 최대 수혜자”라고 알자지라에 말했다.

하노이 | 김서영 순회특파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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