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15 (토)

이슈 정치권 보수 진영 통합

“용산 간뒤 부모님도 안 찾아뵀다”…‘꼿꼿 공직자’ 주진우의 도전 [금배지 원정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금배지 원정대-28]
윤석열 대통령 최측근으로 불린
주진우 전 대통령실 비서관
부산 해운대갑에 출사표
“난 양보 익숙한 ‘갈등회피형’ 인간
고소인·피고소인 합의경험 내가 1등”


◆ 제22대 국회의원선거 ◆

매일경제

주진우 전 대통령실 비서관이 부산 해운대구 선거사무소에서 매일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Q. 주진우에게 정치란?

가장 보통의 사람들이 희망을 갖고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일

Q. 주진우에게 금배지란?

특권은 내려놓고 민생은 위로 떠받들겠다는 각오



그는 2022년 5월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에 들어간 후 올해 초 까지 1년 8개월간 단 한 번도 부산을 찾지 않았다. 아버지·어머니가 계시고, 그가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머물렀던 고향 같은 도시지만, ‘총선 준비를 한다’는 말을 듣기 싫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유난스러울 정도로 투철한 공직관을 보유한 이번 ‘금배지 원정대’ 주인공은 주진우 전 대통령실 법률비서관(49)이다.

윤석열 정부서 법률비서관은 과거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을 대신하는 자리다. 이 자리에 처음 임명된 사람이 당시 47살(사시 41회)이었던 주진우 전 비서관이었다. 한동훈 법무장관(사시 37회·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못지않은 파격 발탁 인사였다.

대선 초반 네거티브 대응부터 인수위 인사 검증 등 주요 임무를 수행해 온 그는 대통령실에 들어간 이후 ‘왕(王)비서관’으로 불릴 만큼 윤석열 대통령의 신임을 받았다.

그런 그가 이제 대통령실을 떠나 정치인의 길을 걷겠다고 나섰다. 부산 해운대갑에 도전장을 내민 주 전 비서관을 최근 그의 지역구 선거사무소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약 1시간 동안 이어진 대화에서 발견한 그의 경쟁력은 크게 두 가지, ‘공직관’과 ‘합의 능력’이었다.

주진우 전 비서관은 “무엇이든 원칙대로 하는 걸 좋아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달라’는 요청에 그는 “검사 시설 단 한명의 정치인도 만나질 않았다. 혹시라도 마주칠까 봐 동창회·송년회 등 각종 모임에도 일절 나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에 있을 때도 업무상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정치인을 안 만났다”며 “정치를 준비한다는 오해를 받기 싫어서 정치적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으로 의심받을 행동을 안 했다”고 덧붙였다.

사실 그는 4년 전 총선 때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으로부터 영입제의를 받은 바 있다. 2019년 4월 문재인 정부 시절, 당시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장이었던 주 전 비서관은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을 맡아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을 기소했다. 청와대 압수수색도 두차례 강행했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은 정권 교체 시 당연한 것처럼 여겨졌던 ‘코드 인사’를 사법당국이 불법으로 규정한 대표 사례 중 하나다. 김은경 전 장관은 결국 유죄를 선고받았다.

하지만 주 전 비서관은 좌천됐고, 그는 망설임 없이 검찰을 떠났다. 그러자 보수 진영에서 ‘러브콜’을 보냈지만 그는 응답하지 않았다. 주 전 비서관은 “나 때문에 검찰의 중립성이 훼손되는 게 싫었고, 공직자로서 적절한 처신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회고했다.

현실에선 다를 수 있지만, 사실 공직자가 투철한 공직관을 갖는 건 당연한 일이다. 주 전 비서관은 ‘정치인 주진우’가 되는데 적합한 또 다른 능력을 갖추고 있는데 그것이 바로 합의를 이끌어 내는 능력이다.

주 전 비서관은 “검사 시절 고소인과 피고소인의 합의를 끌어내는 건 내가 1등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검사실 입장에선 다소 힘들더라도 고소인·피고소인을 함께 불러 그들끼리 대화할 시간을 충분히 주면, 10건 중 2~3건은 자동으로 화해했다”며 “그게 안 될 때만 양쪽 이야기를 듣고 조정하면 합의에 이를 가능성이 커지고, 결과적으로 사건도 쉽게 처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갈등회피형’ 성격이다 보니 내 것을 많이 양보하는 편”이라며 “주변에선 답답하게 볼지 몰라도, 나는 양보와 배려가 곧 소통 능력이면서 네트워킹 능력이라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정치를 하려면, 서서히 잘하는 게 아니라, 선언적으로 상징적인 특권을 내려놓는 처신을 해야 한다”며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겠다고 말만 할 것이 아니라, 사익을 내려놓고 특권을 양보한 뒤에 공익을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여름 성수기에도 한산한 해운대···새 성장동력 찾겠다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해운대구는 ‘부산의 강남’이자 ‘부산의 대구’다. 완전한 보수 텃밭이란 뜻이다. 현역인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이 해운대 기장을 선거구서 한번, 해운대갑서 두 번 당선됐다. 문재인 정부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과 비서실장을 역임한 유영민 전 장관이 20·21대 총선에 출마했으나, 모두 10%포인트 넘는 차이로 패했다. 하 의원 이전엔 안경률 전 의원(해운대 기장을)이 3선을 했고, 옆 동네인 해운대 기장갑에선 같은 당 서병수 의원이 4선 경력을 쌓았다. 중진 반열에 올라선 하 의원이 서울 중성동을에 도전키로 하면서 해운대갑이 비게 됐고, 여기에 주진우 전 비서관과 전성하 전 부산시 투자유치협력관 등이 공천신청을 했다.

하지만 한때 피서객으로 가득찬 해운대 해변의 모습을 한여름 성수기에도 보기 힘들어지면서 변화 요구에 지역구에서 일고 있다. 해운대가 천혜의 자연환경과 기본 인프라스트럭처에 안주하는 동안, 부산의 광안리·송도, 강원도 양양 등이 치고 올라온 상황이다.

주 전 비서관은 “지금 해운대구는 과거 비약적 성장을 한 뒤 성장 동력이 꺼진 지역”이라며 “새 트렌드에 맞는 볼거리 할 거리가 줄면서 젊은 층이 떠나고 인구마저 줄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다만 아직 세계적인 관광 인프라와 벡스코 등 마이스(MICE·기업회의, 인센티브 관광, 컨벤션, 전시회) 산업 기반 시설을 보유한 만큼, 앞으로는 장기 체류 외국인 유치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급 호텔 등이 밀집한 우동과 달리 베드타운 역할만 하는 좌동에 대해선 “53사단 이전을 추진함으로써 체계적인 개발을 통해 교통난 등을 해결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밖에 주 전 비서관은 해운대 좌동 ‘그린시티’ 재개발이 노후계획도시특별법상 특별정비구역에 지정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노후계획도시특별법은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로 작년말 관련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20년 지난 노후 계획도시 아파트 재건축 규제 완화가 골자다. 특별법 적용 지역은 최대 108개라, 어느 지역이 포함되느냐가 관심사다.

국회 입성하면 野에 막힌 민생입법 뚫는 게 첫 미션
국회에 입성할 경우 어떤 입법이나 정책제안 계획을 가졌는지를 주 전 비서관에게 물었다. 이에 주 전 비서관은 “새롭게 입법 제안을 하는 게 아니라, 막힌 입법을 뚫는 게 제1 책무”라고 답했다.

이는 작년 말 주 전 비서관이 정치판에 뛰어들 결심을 하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주 전 비서관은 “상대가 잘못하게 하는 게 우리나라 정치의 목적이다. 그래야만 정권을 가지고 올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국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입법도 상대가 한다고 하면 반대를 한다. 결국 중요한 민생입법이 늘 뒷전이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방위산업 수출금융 지원 확대를 위해 수출입은행 정책지원 자본금 한도를 현행 15조원에서 30조원으로 늘리는 내용의 수은법과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위한 산업은행법을 대표 사례로 들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막힌 입법을 뚫고 나서 기회가 되면, 새로운 시장 상황에 맞는 금융입법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가 지망하는 국회 상임위원회도 법제사법위원회가 아닌 정무위원회다. 그는 금융 전문성에 상당한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 그는 “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부 근무를 거쳐, 2014년 서울 남부지검 증권범죄 합동수사단과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을 설계하며 많은 금융실무 경험을 쌓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규제를 너무 하면 시장이 죽고, 아니면 투자자 보호가 안 되는 금융시장의 특성을 매우 잘 알고 있다”며 “금융 관련 입법 속도가 시장 변화를 따라가질 못하는 만큼, 가상화폐 등 현시대 상황에 맞는 법안을 설계하고 싶다”고 밝혔다.

父子검사 집안···“공익 대변자 돼라” 말씀 들으며 성장
매일경제

부산 해운대구 좌동재래시장에서 한 주민이 주진우 전 대통령실 비서관(왼쪽) 선거 점퍼에 적힌 이름을 확인하고 있다. [제공=주진우 예비후보 선거사무소]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주진우 전 비서관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인물 중 한명이 바로 그의 아버지다. 그의 부친은 부산지검 부장검사를 역임했고, 현재 부산에 있는 법무법인 율한의 고문인 주대경 변호사(사시 17회)다.

주대경 변호사는 3남매 중 첫째인 주 전 비서관에게 기회가 될 때 마다 “공익의 대변자가 돼라”고 당부했다. 주 전 비서관이 ‘명예’·‘국익’·‘공익’이란 단어에 평생 꽂혀있는 건 그의 아버지의 교육 철학이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건 아버지가 잘나가는 유능한 검사였음에도 불구하고, 주 전 비서관이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부산에만 머물렀다는 사실이다. 주대경 변호사는 부산지검 동부지청 특수부장검사를 맡은 뒤 본인이 자원해 은퇴할 때까지 부산에만 머물렀다. 그의 아버지, 즉 주진우 전 비서관의 친할아버지가 매우 편찮으셨기 때문이다.

주 전 비서관 아버지는 ‘출세’를 포기하고 ‘효(孝)’를 택했다. 그런 아버지이자 검사 선배 밑에서 자란 아들은 ‘사익’이 아닌 ‘공익’만을 추구하는 정치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금배지 원정대’는 2024년 4월 열리는 22대 총선에 출마를 준비 중인 정치인을 소개하고, 해당 지역구를 분석해보는 매일경제신문 정치부의 기획 연재물입니다. 현역 의원은 물론 정치 신인까지 집중 추적해 유권자 여러분의 선택을 돕겠습니다.



매일경제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