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세월호 다큐 4월 방송 불가 통보
유가족·제작진 "공정보도 망각했나"

전국언론노동조합·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19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월호 10주기 다큐 불방 규탄 및 저지, 박민 사장·제작1본부장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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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가 4월 총선을 이유로 세월호 참사 10주기 다큐멘터리 방송 중단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세월호 참사 유족들과 시민단체는 불방 결정을 규탄하며 박민 KBS 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와 4·16연대는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월호 10주기 다큐멘터리를 예정대로 4월 방영하고, 불방 결정을 내린 박민 사장과 이제원 제작1본부장은 즉각 사퇴하라"고 밝혔다. 이들은 입장문에서 "참사 생존자의 목소리를 담은 다큐가 총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방송을 불허하는 초유의 사태를 납득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전날 성명을 내고 "KBS '다큐인사이트' 팀에서 제작 중이던 세월호 참사 10주기 다큐멘터리 제작이 결국 무산됐다"고 밝혔다. 노조에 따르면 이제원 제작1본부장은 이날 시사교양국장과 회의에서 '사측에서 4월 방영은 불가능하다고 하니 출연자들이 참여 거부 의사를 밝혔고 그러면 제작을 중단할 수밖에 없는 거 아니냐'는 취지의 입장을 전달했다.

앞서 4월 18일 방영 예정이던 10주기 다큐 '바람과 함께 살아낼게'(가제)는 세월호 참사 생존자들의 이야기를 담는 방식으로, 현재까지 촬영이 40% 정도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큐에 참여한 생존자 A씨는 1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미 촬영에 들어가 절반을 찍었고 10주기가 아니면 방송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의미 있는 것들이 담겨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했다.

유족들은 KBS 측의 결정에 "공영방송이 참사를 정쟁으로 만들고 있다"며 비판했다. 김순길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사무처장은 "KBS가 10년 전 머리 숙여 약속한 공정보도를 망각하고 절대 아물지 않을 유족들의 상처에 다시 한번 굵은소금을 뿌렸다"며 "공영방송의 책임감이 남아있다면 10주기 다큐를 예정대로 방영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박승렬 4·16연대 공동대표는 "참사를 정쟁이라고 규정하고 다큐 방영을 방해하는 KBS의 행위는 '국민의 방송'을 표방하며 국민을 배신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KBS 측은 27일 열릴 TV편성위원회에서 이 사안을 논의한다. 다큐인사이트 소속 조애진 PD는 "제작진으로서 유족분들께 죄송스러운 마음"이라며 "저희는 아직 방송을 포기하지 않았다. 시사교양PD들은 기수별 성명을 내고 있고 다큐가 방영될 수 있도록 끝까지 내부에서 목소리를 내겠다"고 했다.

김소희 기자 kimsh@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