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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고령사회로 접어든 대한민국

[의료대란 일주일]① "고령화로 의사수요 급증" vs "인구줄어 의사 남아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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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수 부족한지부터 근본적 시각차…증원 결정 과정서 '의사 역할' 놓고도 대립

"의사 늘면 진료비 폭증" vs "의사 적어 진료비 높은 것"

필수의료 패키지 中 '혼합진료 금지·미용의료 개방'도 의사들 반대

[※ 편집자 주 = 지난 19일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전국 수련병원 전공의들의 대규모 사직으로 시작된 의료대란이 일주일째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수천 명에 달하는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나면서 곳곳에서 암 환자의 수술이 연기되고, 받아줄 응급실을 찾지 못한 환자들의 수백㎞ '뺑뺑이'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정부와 의사들의 극한 대립을 불러온 쟁점은 무엇이지, 사태가 악화할 수밖에 없었던 구조적 문제점은 없는지, 현 사태를 타개할 해법과 대안은 무엇인지 살펴보는 5건의 기획기사를 송고합니다.]

연합뉴스

의료 현장에 남은 의사들
(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 의과대학 입학정원 증원을 둘러싸고 정부와 의사들 사이의 간극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것은 논의의 근본 전제인 의사 부족 여부에 대한 시각이 '극과 극'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정부는 27년간 의대 정원이 늘지 않는 상황과 급속한 고령화를 이유로 의사 수가 부족하다고 보지만, 의사들은 인구 감소 상황에서의 의대 증원이 의사인력의 공급 과잉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의사 수, 즉 의대 증원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의사가 어느 정도의 역할을 해야 하는지도 양측의 시각이 갈린다.

정부는 의사뿐 아니라 사회 각계의 의견을 들은 뒤 정부가 결정할 일이라는 생각이지만, 의사들은 증원 규모까지 정부와 의사들이 함께 정해야 한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

의사들은 의사 수가 늘어나면 건강보험 재정이 파탄 날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에 대해 정부는 의사 수 부족이야말로 진료비 상승의 주범인 만큼 이번에는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연합뉴스

대기시간 '64분'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고령화에 의사 수요 늘어" vs "저출산에 의사 남아돌아"

'저출산 고령화'라는 같은 현상을 두고 정부와 의사들은 의대 증원이 필요한지에 대해 정반대의 진단을 내리고 있다.

정부는 고령화에 의료수요가 폭증하고 있다는 것을 큰 폭의 의대 증원에 대한 주요 근거로 삼고 있지만, 의료계는 인구 감소로 인구당 의사 수가 급증해 오히려 의사가 남아도는 상황이 올 것이라는 논리를 편다.

복지부의 논리는 나이가 많을수록 더 자주 병원에 가기 때문에 고령화로 노인이 늘어나면 그만큼 의료 수요가 많아진다는 것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통계청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2035년 전체 인구의 입원일 총합은 2억50만일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2022년 전체 인구의 입원일(1억3천800만일)과 비교하면 45.3% 늘어나는 셈이다. 이 기간에 병원 외래 방문일도 9억3천만일에서 10억6천만일로 12.8%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복지부는 여기에 의사의 근로시간 감소나 고령의사의 증가 등을 고려하면 더 많은 의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반면 의사들은 급격한 출산율 감소로 의사가 남아돌 것이라고 강조한다. 정원을 유지하더라도 인구수가 줄어드니 인구 대비 의사 수는 늘어나게 된다는 논리다.

이동욱 경기도의사회 회장은 최근 TV 토론에 나와 "(의대 정원을) 그냥 둬도 출생 수가 감소해서 (인구당) 의사 수 증가 폭이 30∼40%로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홍보위원장도 "우리나라의 15세 미만 인구는 23년간 400만명가량 줄어든 반면,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숫자는 2천900명이 늘어났다"며 "그런데도 소아청소년과 의사 부족 사태가 벌어졌다는 것은 필수의료 위기 문제가 의사 수 부족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입원실 병상 회진하는 의사-노인 환자(PG)
[이태호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 "의대증원 흥정대상 아니다" vs "의사 말 듣지 않고 정책 밀어붙여"

의대 증원을 어떻게 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 차이도 첨예하다. 정부는 의사들은 '논의'의 대상일 뿐 합의할 상대는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의사들은 구체적인 증원 규모를 두고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어서 일방적인 정책 추진이라고 주장한다.

복지부는 의대 증원 문제를 의협과의 의료현안협의체뿐 아니라, 사회 각계가 참여하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에서도 논의한 뒤 전문가들의 장래 수요 예측 결과까지 고려해 증원 규모를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의협에 공문까지 보내 증원 규모를 제안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의협이 답을 주지 않았으며, 의사들과는 분명히 논의를 진행했다고 강조한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23일 TV 뉴스 프로그램에 출연해 '2천명'이라는 증원 규모에 대해 "의료 수급 전망과 대학 수요조사를 토대로 결정된 최소 숫자로, 협상을 하기 위해 정부가 던진 숫자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의사들은 정부가 증원 규모 수치를 제시하지 않았으므로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한다. 의료계와 합의 없이 갑작스럽게 증원 규모를 내놓고 따르라고 하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좌훈정 서울시의사회 정책이사는 지난 23일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의대증원 반대 집회에서 "우리 말 듣지 않고 이렇게 정책 밀어붙이는 정부야말로 국민을 볼모로 삼은 것 아니냐. 환자가 죽으면 정부 때문"이라고 말해 참석자들로부터 호응을 얻었다.

연합뉴스

의사 집단행동 관련 중대본 브리핑
(서울=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의사 수 부족해 진료비 상승" vs "건강보험 재정 파탄날 것"

의협은 의대 증원을 반대하며 의사 수 증가가 건강보험 재정 파탄을 낳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인구 1천 명당 의사가 1명 증가하면 의료비가 22% 증가한다는 내용의 2007년 국민건강보험공단 연구보고서를 들어 의사 수 증가가 의료비 상승을 견인한다는 주장을 편다.

반면 복지부는 고령화가 의료비에 영향을 미치지만, 의사 수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제때 진료를 받아 병을 키우지 않으면 큰 수술을 받지 않아도 되므로 의사 수 증가가 의료비 지출을 줄이는 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료계는 의대 증원을 큰 폭으로 늘리면 안 그래도 심한 '의대 쏠림' 현상이 더 극심해질 것이라는 주장도 편다.

복지부도 단기적으로는 이런 현상이 있을 수 있다고 인정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의사 직군과 다른 직군의 소득 균형이 이뤄져 쏠림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

정부가 의대 증원 발표 직전에 내놓은 '필수의료 패키지'와 관련해 의협은 처음에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가 의대 증원 문제가 뜨거워지면서 반대로 돌아섰다.

필수의료 패키지는 10조원 이상을 투자해 필수의료 수가를 집중적으로 인상하고, 보험에 가입하면 의료사고에 대해 의사의 기소를 면제해주는 내용의 의료사고처리 특례법 등 의사에게 주는 '당근책'을 담았다.

의사들은 ▲ 건강보험 급여 항목에 비급여 항목을 끼워서 진료하는 '혼합진료' 금지 ▲ 임상 수련을 마친 의사에게만 개원할 수 있도록 하는 '임상의사 면허' 도입 ▲ 의사 외에도 미용의료를 시술할 수 있도록 자격체계 개선 등의 정책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부담을 축소하고 미용의료 분야로의 의사 쏠림 현상을 해소하자는 의도지만, 의사들 사이에서는 수입이 줄어들 것이라며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전공의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도 성명에 이를 비판하는 내용을 포함하는 등 의사단체들은 필수의료 패키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갈수록 높이고 있다.

연합뉴스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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