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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직접 ‘파묘’한 장재현 감독의 ‘코어취재’, “내 장르는 오리엔탈 그로테스크” [SS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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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장재현 감독. 사진 | 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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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장재현 감독은 이야기를 만들지 않는다. 이야기를 찾는다. 쉬는 날에도 일단 밖으로 나간다.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영감을 얻는다.

영화학도 시절 이창동 감독으로부터 배운 “이야기는 만드는 것이 아니다. 만나는 것이다”라는 지침을 수행하는 중이다. 오래전부터 파묘를 소재로 영화화하겠다고 마음먹은 장 감독은 약 15차례 이장 현장을 따라다녔다. 늘 살아있는 장면을 묘사하고 싶었던 장 감독은 파묘의 코어 정서를 알고 싶었다. 그러던 중 그날이 찾아왔다

장재현 감독은 “어느 날 아침에 급하게 장의사님이 전화가 와서 30만원 줄 테니 따라오라고 했다. 전북 진안에서 묘를 팠는데 상주가 뇌졸중이 왔다. 장의사가 급하게 토치로 화장을 했다. 그 자리에서 다 태웠다. 파묘가 과거를 들춰서 잘못된 걸 없앤다는 정서가 있는데, 그날 딱 느낌이 왔다. 상처와 트라우마를 파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지난 22일 개봉한 영화 ‘파묘’는 이러한 경험과 수행을 거쳐 완성된 산물이다. ‘검은사제들’(2015)과 ‘사바하’(2019)로 오컬트 장인으로 평가받는 장 감독의 ‘파묘’는 개봉 첫 주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하는 등 뜨거운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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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묘’ 스틸컷. 사진 | 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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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땅에서 나쁘고 험한 것을 꺼내는 과정을 그린다. 미국에서 엄청난 부자인 상주 박지용(김재철 분)의 아이는 희귀병, 아버지는 정신병에 걸렸다. 박지용도 환각 증세가 있다. 용한 무당인 화림(김고은 분)은 대번에 묫자리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화림은 연륜있는 풍수가 상덕(최민식 분)과 장의사 영근(유해진 분)을 모았다. 파묘를 위해 모인 네 사람은 험한 것 밑에 더 험한 것을 발견했다.

“‘검은사제들’은 희망적인 이야기, ‘사바하’는 슬픈 영화를 만들려고 했어요. ‘파묘’는 개운했으면 했고요. 공포영화가 목적이 아니었어요. 공포영화였다면 박지용을 주인공으로 했어야 해요. 공포영화 90%가 피해자의 시선이니까. 코로나19 때 영화를 보면서 화끈한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여겼어요. 긴장감과 신비로움을 보여주려고 했어요.”

전작보다 더 영리해진 장 감독은 후반부까지 이야기를 다이내믹하게 끌고 갔다. 네 사람의 시선과 행동에 디테일이 살아있다. 사건과 사건과 빠르게 맞물려 쉴 틈이 없다. 후반부에는 새로운 ‘험한 것’이 나타난다. 이 후반부를 놓고 관객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펼쳐지기도 했다.

“서양에서는 뱀파이어나 미라, 중국에서는 강시가 있어요. 우리에겐 친숙하죠. 후반부에 등장하는 ‘그것’을 끝까지 밀어붙여야 영화의 의의가 있을 것 같았어요. 제겐 발전이자 원동력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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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현 감독. 사진 | 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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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의식 있는 네 배우의 앙상블이 이 영화를 빛내는 강점이다. 이 조합 역시 장 감독의 취재에 기반했다.

“풍수가, 장의사는 이제 없어지는 직업이라 나이가 많아요. 아주 꼬장꼬장해요. 반대로 무당은 아주 젊어요. 명품패딩을 입고 고가의 신발을 신죠. 무속인은 풍수가에게 ‘꼰대’라고 하고, 풍수가나 장의사는 ‘버릇없다’고 욕하죠. ‘파묘’는 그렇게 반감이 있는 세대 간의 화합이기도 해요. 저 정도 되는 배우들 모셔놓으면 알아서 앙상블을 만드는 것 같아요.”

오랜 취재를 바탕으로 하다 보니 장 감독은 디테일에 집착하곤 한다. 특히 영화 초반부의 하이라이트인 대살굿 장면은 모든 장면이 계산돼 있었다.

“굿 장면이 비주얼로만 소비되는 게 싫었어요. 행동의 목적이 보여야 해요. 일꾼을 보호하기 위해서 자기가 신(神)을 받아야 해요. 신을 받으면 칼로 몸을 그어 확인하고, 손을 불에 넣어 확인하는 거죠. 그러다 에너지 떨어지면 영양분 보충하라고 피를 넣어주고요. 행동에 다 이유가 있는 거예요. 제가 다 실제로 본 거죠.”

‘파묘’는 제74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포럼 섹션에 초청 받았다. 영화제 사회자는 ‘파묘’를 “영적인 것과 물질적인 것을 모두 망라한 대단한 영화”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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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현 감독. 사진 | 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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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걱정이었어요. 이걸 어떻게 볼까 하고요. 외국 관객은 옆 관객을 두려워하지 않아요. 익사이팅하게 즐기더라고요. 미라나 뱀파이어가 있으니까, 이물감이 없었어요. 외국기자가 저한테 ‘너는 공포영화 감독이 아니다. 오리엔탈 그로테스크 신비주의 감독이다’라고 했어요. 제가 실제로 그렇거든요. 베를린에서 아이덴티티를 찾았어요. 하하.”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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