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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4 (일)

고려아연, 경영진vs최대주주 정면충돌…주총 표대결 전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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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주총 앞두고 신주발행, 배당증액 놓고 격돌…양측 지분율 대등
특별결의 정관변경은 최대주주 유리, 배당은 국민연금 표심이 관건


다음달 고려아연 정기주주총회에서 경영진과 최대주주가 정면 충돌한다.

최윤범 회장 중심의 고려아연 이사회가 제시한 신주발행 관련 정관변경을 놓고, 고려아연 최대주주 영풍의 실질적 지배자인 장형진 고문 측이 주주권리를 침해한다며 반대하고 나섰다. 양측은 결산배당 금액을 놓고도 맞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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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① 국내기업에도 신주발행 가능하도록 정관변경

고려아연 이사회는 다음달 19일 개최하는 정기주주총회에서 정관 일부 변경 안건을 상정했다.

주목받는 안건은 신주인수권 관련 정관 변경이다. 현재 고려아연 정관상 회사는 주주가 아닌 제3자배정 유상증자시 외국 합작법인에만 신주를 발행할 수 있다. 이사회는 이 정관을 삭제하고 국내법인에도 신주발행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고려아연의 최대주주인 영풍(지분율 25.15%)은 이 안건에 대해 반대 표를 던져달라고 주주들에게 요청했다.

영풍은 "주주들의 핵심적인 권리인 신주인수권이 침해되는 것을 방지하고 40년 넘게 지속돼 온 주주중심 경영의 정신을 지킬 수 있도록 현행 정관을 그대로 유지해야한다"며 "이에 정관 개정안에 반대하는 내용으로 의결권을 위임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영풍의 주장에 대해 고려아연 이사회는 정면 반박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고려아연은 "제3자배정에 따른 신주 발행한도을 액면총액 400억원으로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하는 등 내용이 실질적으로 바뀌는 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정 정관과 관련, "현행 표준정관에 따라 상법과 자본시장법에 부합한다"며 "제3자 배정을 통한 기존 주주의 신주인수권 배제는 경영상 목적 달성에 필요한 경우로 제한된다는 점을 명확히 해 주주의 신주인수권이 제한되거나 불리해지는 사정은 특별히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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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② 결산배당 5000원 vs 1만원

양측은 배당금 증액을 두고도 충돌한다. 고려아연 이사회는 주당 5000원을 결산배당으로 지급하기로 의결했다. 이와 관련 영풍은 배당금이 직전년도 1만원에서 5000원으로 줄었다며, 주당 1만원을 배당하는 수정동의안건을 제출하기로 했다.

이와관련 고려아연은 작년 중간배당으로 주당 1만원을 지급했으며 1000억원의 자사주 취득·소각을 통해 중장기적으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노력도 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배당과 자사주 소각을 포함한 작년 주주환원율은 76.3%로 창사이래 최대 수준이며, 과도한 배당은 회사의 건전성과 미래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번 주총은 70년 이상 이어진 최씨 가문과 장씨 가문의 영풍그룹 동업 역사에서 처음으로 표대결이 펼쳐진다는 점에서 남다른 주목을 받는다.

고려아연이 속한 기업집단 영풍그룹은 공동창업주 고(故) 장병희·최기호 회장이 1949년 설립한 영풍기업사가 모태다. 이후 2세대에서는 공동창업주의 자녀인 장형진 영풍 고문, 최창걸 고려아연 명예회장을 주축으로 영풍 및 전자계열은 장씨, 고려아연은 최씨가 담당해왔다. 그러나 2022년 최창걸 명예회장의 아들 최윤범 회장으로 세대교체가 이뤄진 후 양 측은 고려아연을 둘러싸고 지분경쟁을 벌여왔다.

양측이 최근 제출한 의결권대리행사권유 공시 내역을 분석해보면, 이번 주총 의결권이 주어지는 작년말 기준으로 영풍은 고려아연 지분 25.15%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장형진 고문 본인도 3.45%를 보유하고 있다. 특수관계인(장씨 일가 및 영풍이 실질 지배하는 계열사 포함)을 더한 장 고문 측의 지분은 32.09% 수준이다.

반면 최윤범 회장 본인의 지분율(1.75%)이 장 고문 보다 낮고 특수관계인(최씨 일가 및 고려아연이 실질 지배하는 계열사 포함)을 더한 지분율도 15.35% 수준으로 보인다. 장 고문 측에 밀린다. 다만 최 회장이 경영을 맡은 이후 연이어 사업적 제휴를 맺은 현대차그룹, 한화, LG화학이 보유한 주식까지 고려하면 우호지분은 29.93%로 상승하며, 장 고문 측과 대등한 수준으로 올라선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계열사들이 참여해 설립한 해외법인(HMG글로벌) 명의로 고려아연 지분 5%를 인수했으며, LG화학은 고려아연과 자사주 교환을 통해 2%의 지분을 확보했다. 총발행주식수 변화에 따라 현재 지분율은 1.9% 수준이다. 한화H2에너지 USA 등 한화 계열사들도 고려아연의 지분을 7.68% 보유중이다.

아직 입장을 내지 않은 국민연금이 보유한 지분율은 8.06%로 결정적 캐스팅보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관변경 영풍에 유리, 배당은 국민연금 표 '관건'

이번 주총의 쟁점이 되는 두 가지 안건 중 정관변경은 영풍 측에 유리한 구도다. 특별결의 사안이기 때문이다.

상법에 따르면 특별결의는 출석 주주의 3분의 2, 발행주식의 3분의1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통과된다. 작년 주주총회 참석율은 86%인 점을 감안하면, 장 고문 측이 참여해 의결권을 행사한다면 반대 비율만 이미 39%다. 즉, 출석주주 3분의 2의 찬성을 얻기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장 고문이 보유한 지분만으로도 정관변경을 저지할 가능성이 있다.

배당 안건을 둘러싼 표 대결에선 국민연금이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 배당은 일반결의로 출석 주주의 과반, 발행주식총수의 4분의 1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 된다. 출석률이 86%이고 8%의 지분을 쥔 국민연금이 최 회장 측에 힘을 실어줄 경우, 일단 46%에 달하는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 반면, 장 고문이 제안한 안건에 찬성 표를 던진다면, 장 고문 측이 확보하는 지분이 49%에 이른다.

이 가운데 KCGI자산운용은 국내 기관투자자 중 처음으로 영풍 측의 손을 들었다. KCGI자산운용은 이번에 신설된 의결권 행사 기준을 바탕으로 신주인수권 정관 변경 안건에 대해서는 반대, 주당 1만원으로 결산배당을 지급하는 안건에는 찬성표를 던지기로 했다.

KCGI자산운용 관계자는 "고려아연은 전체 유통주식의 약 15%에 달하는 3자배정 유상증자와 자사주매각을 통해 일반주주의 지분가치가 희석돼 왔다"며 "경영권 분쟁에서 한쪽의 손을 들어주는 차원이 아닌 주주이익 원칙과 주식운용본부 내부기준에 입각해 의결권을 행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반면 소액주주연대 플랫폼 액트는 고려아연의 주주환원율을 높게 평가하면서, 최윤범 회장 측을 지지하는 입장을 발표했다.

액트 운영사 컨두잇의 이상목 대표는 지난 26일 "소액주주라고 해서 항상 회사를 비판하는 것은 아니다. 회사가 옳은 길을 간다면 기꺼이 백기사 역할을 하는 것이 진정한, 건강한 소액주주운동"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고려아연은 5000억원을 벌어 4000억원을 주주에게 환원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이 나오기 전 2019년부터 자발적으로 주주환원에 힘써왔다는 점에 주목해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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