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이 제3회 일대일로(육·해상 신실크로드) 국제협력 정상포럼 개막식 기조연설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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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군이 중국 등 주요 세계 강대국과의 분쟁 초기 단계부터 전술핵무기를 사용하는 방안을 연습해왔다는 내용을 담은 기밀 문건이 언론보도로 알려졌다.
2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08∼2014년 러시아군 훈련을 위해 작성된 29건의 기밀문서를 서방 취재원에게 입수해 보도했다.
이들 문건에선 그간 러시아가 인정하던 것보다 전술핵 사용 문턱이 낮다는 점이 드러났다. 우선 중국의 공격을 가정한 훈련에선 러시아가 2차 침략군 진격을 막기 위해 전술핵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했다. 이는 중국군이 러시아를 공격한 뒤 바로 다음 부대를 투입할 경우 핵무기로 반격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또 러시아군 전략핵잠수함 전력의 20% 이상, 핵추진잠수함의 30% 이상, 순양함 3척 이상, 공군 기지 세 곳 이상이 파괴될 경우도 잠재적인 전술핵 사용 조건으로 꼽혔다. 러시아 전술핵은 미국을 겨냥한 전략핵무기와 달리 유럽·아시아의 전장에서 제한적으로 사용될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전술 핵무기 사용 조건을 적의 핵무기 선제공격에 대한 보복과 ‘재래식 무기를 사용하더라도 국가로서 러시아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는 경우’라고 밝힌 바 있다. 푸틴은 당시 “두 가지 기준 모두 충족되지 않을 것”이라며 이 기준을 낮춰야 한다는 강경파의 공개적인 요구를 일축했다.
또 푸틴 대통령은 전술핵 공격에 대해 부정적으로 느낀다고 하면서도, 러시아의 전술핵 전력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넘어선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미국은 러시아가 최소한 2000기의 전술핵을 보유한 것으로 추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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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최소 2000기 전술핵 보유”
FT는 “이 파일은 10년 이상 전의 것이지만, 전문가들은 현재 러시아의 군사 교리와 여전히 관련이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또 푸틴이 2001년 핵 선제공격 금지 협정을 포함한 중국과의 동맹을 맺기 시작했을 때도 모스크바의 안보 엘리트들 사이에 있었던 중국에 대한 깊은 의심을 드러낸다고 지적했다.
카네기 러시아 유라시아 센터의 알렉산더 가부에프 소장은 “이 같은 문서가 공개적으로 보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재래식 수단으로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는 경우 핵무기 사용에 대한 작전 문턱이 매우 낮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국제전략연구소의 전략·기술·군비 통제 담당 윌리엄 알버크 디렉터는 “러시아는 중국과의 국경 근처 극동 지역에서 핵을 탑재할 수 있는 미사일을 계속 강화하고 훈련하고 있다”며 지난해 6월과 11월에 중국과 접한 두 지역에서 이스칸데르 미사일을 사용한 러시아 훈련 사례를 지적했다.
핵 무기 운반 수단으로 거론된 적이 있는 이스칸데르 미사일. 벨라루스 국방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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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도 러시아가 자체 핵 능력이나 같은 규모의 지상 침공 능력이 없는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전술 핵무기를 사용하는 데는 중국이나 미국보다 더 높은 문턱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러시아 정부 관계자는 FT측에 “이 문서의 진위는 매우 의심스럽다”며 관련 보도를 일축했다.
백일현 기자 baek.il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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