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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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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아동·청소년 화장실 이용 찍은 영상은 성착취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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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촬영도 성적 대상화 했으면 성착취물” 판단

경향신문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경향신문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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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청소년이 화장실을 이용하는 모습을 촬영한 영상은 형사처벌 대상인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이라고 대법원이 판단했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등 이용촬영, 아동·청소년성보호법상 성착취물 소지·제작·배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일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지난해 12월 사건을 서울고법 춘천재판부로 돌려보냈다고 3일 밝혔다.

A씨는 2022년 8·9월 강원 강릉시의 한 상가 건물 여자 화장실에 카메라를 몰래 설치해 47회에 걸쳐 불특정 여성들이 용변을 보는 모습을 촬영한 혐의로 기소됐다.

1·2심 모두 A씨의 불법 촬영 혐의는 유죄로 판단했다. 문제는 A씨가 24회에 걸쳐 아동·청소년이 용변을 보는 모습을 촬영한 영상이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에 해당하는지였다.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제작·배포죄는 텔레그램 N번방 사건 이후 법 개정으로 처벌이 강화됐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촬영한 영상이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이라고 판단한 반면 2심 재판부는 아니라고 봤다. 2심 재판부는 지난해 8월 판결에서 “이 사건 영상에서 아동·청소년 피해자들은 용변을 보는 등 화장실을 그 용도에 따라 이용했을 뿐”이라며 “화장실 이용 행위 자체가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음란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일상적인 모습을 촬영한 영상물도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이라고 본다면 처벌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진다고 했다.

지난해 11월 대법원은 이 사건과 별개인 다른 사건 피고인이 고등학교 여성 기숙사에서 여학생들이 옷을 갈아입는 등 일상 생활을 하는 모습을 밤에 멀리서 망원렌즈로 촬영한 사건에서 해당 촬영물이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이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잠재적인 성범죄로부터 아동·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아동·청소년을 성적 대상화하는 행위를 엄격하게 규율해 위반 행위를 처벌할 필요가 있다”라며 “아동·청소년 등이 일상적인 생활을 하면서 신체를 노출한 것일 뿐 적극적인 성적 행위를 한 것이 아니더라도 이를 몰래 촬영하는 방식 등으로 성적 대상화했다면 이와 같은 행위를 표현한 영상 등은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에 해당한다”라고 했다.

대법원은 이번 사건에서 이 판례의 법리를 인용하면서 화장실 이용 행위 촬영도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이 맞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 영상물에는 아동·청소년이 용변을 보는 등 화장실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신체 부위가 노출되는 영상이 담겨 있고, 피고인은 화장실 내 용변칸 천장에 카메라를 설치해놓고 아동·청소년의 모습을 몰래 촬영했다”라고 했다. 대법원은 이어 “아동·청소년의 노출된 신체를 몰래 촬영한 것이므로 그것이 화장실 이용 행위 등 일상적인 모습에 관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라며 “그런데도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 판결에는 법리 오해의 잘못이 있다”라고 했다.

성폭력 피해자를 다수 대리해온 이은의 변호사는 “아동·청소년 사건은 더 민감하게 보고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라면서 “동시에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개념을 적극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반면 채다은 변호사는 “일반적인 행위를 촬영했어도 ‘음란한 행위’로 한정하지 않고 성착취물로 본 대법원 판결은 의미가 있다”면서도 “고의를 엄격하게 따져서 법리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유선희 기자 y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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