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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이슈 최저임금 인상과 갈등

'필리핀 이모'는 같은 일 해도 최저임금 적게?…실현 가능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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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최영미 가사·돌봄유니온 위원장이 지난해 7월 오전 서울 중구 로얄호텔에서 고용노동부 주최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 시범 사업 관련 공청회' 토론 중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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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와 간병 등 돌봄서비스 인력부족 해결을 위해 외국인 노동자 도입 논의가 한창인 가운데 이들에 대한 최저임금 예외 적용 아이디어가 눈길을 끈다.

외국인 인력을 도입하는 것만으로는 가정의 돌봄부담을 실질적으로 낮출 수가 없는 탓에 이들의 임금을 줄이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가입돼 있는 ILO(국제노동기구) 협약은 동일 업무를 하는 내국인과 외국인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데다 고용감독 사각지대 확대에 따른 노동인권 문제, 최저시급 차등 적용에 따른 대상업종 종사자의 반발을 고려하면 실제 최저임금 예외·차등 적용이 실현되긴 어렵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국은행은 5일 '돌봄서비스 인력난 및 비용부담 완화방안'이라는 보고서를 내고 가사·간병 분야 돌봄분야 외국인 인력 도입논의와 비용부담 완화 방안을 제시했다. 보고서는 △개별가구가 사적계약을 통해 외국인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는 방식 △외국인 고용허가제 대상업종에 돌봄서비스를 포함하고 돌봄서비스 최저시급을 별도로 규정하는 방안 등 2가지 안을 제안했다.

개별가구의 사적계약은 외국인 돌봄노동자가 회사나 법인에 채용되는 방식이 아니기때문에 최저시급을 적용받지 않는다.

또 우리나라 최저임금법 제4조는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해 최저임금을 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 돌봄 노동자에 대한 별도 최저임금을 책정하는 게 가능하다고 한다. 이 경우 내국인-외국인 차등 금지조항을 준수하기 위해선 외국인 돌봄 노동자뿐만 아니라 내국인 노동자에 대해서도 같은 조건의 최저임금을 적용해야한다.

현행법과 ILO협약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외국인 돌봄 노동자의 임금을 줄이자는 방안이지만 현실적인 걸림돌이 많다는 게 노동당국 안팎의 평가다.

우선 개별가구의 사적 계약 방안은 현재도 대다수의 돌봄 노동자가 같은 방식의 계약으로 고용돼있기 때문에 차별성을 두기 어렵다는 점이다. 사업체와 달리 개별가구의 사적계약은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 범위에 들어가지 않는 탓에 인권, 고용환경 보장이 쉽지 않고 그에 따른 부작용 사례도 적지않다는 점도 문제 중 하나다.

별도 최저시급을 책정하는 안 역시 돌봄노동 종사자의 반발이 예상된다. 내외국인 간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탓에 전체 돌봄노동자에 대한 임금 하락 효과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최저임금법은 개별업종에 대한 별도 최저임금을 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지만 실제 차등 최저임금이 적용된 것은 최저임금법이 시행된 1988년 단 한 차례에 불과하다. 이 때도 제조업과 비제조업 등 큰 범주에서 최저임금을 구분했던 점을 고려하면 특정업종에 대한 별도 최저임금 산정사례는 사실상 없다는 설명이다. 최저임금을 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 역시 매년 업종별 최저임금 논의를 하지만 결과물로 나온 사례는 아직 없다고 한다.

노동당국의 한 관계자는 "업종별 최저임금을 책정해 돌봄노동자 전체에 대한 최저임금을 낮추되 언어나 문화면에서 상대적으로 앞서는 내국인 근로자가 최저임금 이상으로 우대받는 현상으로 이어지는 효과를 기대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현재도 돌봄노동자가 열악한 노동환경을 호소하는 상황에서 전체 최저임금 하락을 받아들이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훈남 기자 hoo1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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