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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방송, 숙원 풀었지만…OTT와 경쟁·펀드 운용 '디테일'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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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미디어·콘텐츠 산업융합 발전방안에 대한 업계 '말말말'/그래픽=임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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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콘텐츠산업융합발전위원회(융발위)가 출범 약 1년 만에 내놓은 '미디어·콘텐츠 산업융합 발전방안'에 규제 완화 방안이 대거 담기며 미디어·방송 업계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글로벌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등장과 함께 위기에 빠진 국내 미디어·방송 업계의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그러나 이미 고사 직전인 유료방송을 위한 진흥책이 없는데다, 콘텐츠 펀드 운영 방법 등 아직 정해야 할 '디테일'이 많아 법안 제정까지 꼼꼼하게 사업자 의견을 들어달라는 목소리가 많다.


재허가 폐지 가닥에…유료방송업계 "드디어 OTT와 동일규제"

유료방송 업계는 숙원이 풀릴 기미가 보인다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재허가·소유 지분 제한·시장점유율 등 각종 규제가 풀리면서 드디어 OTT와 동일한 선상에서 사업을 영위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케이블·IPTV(인터넷TV) 등 유료방송 업계는 OTT와 자신들 서비스가 다르지 않다며 오랜기간 '동일서비스·동일규제' 적용을 주장해왔다.

유료방송 허가제 폐지나 소유·겸영 제한 완화 등 규제 완화 방안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가 2021년 7월 발표한 '유료방송 제도 개선 방안'에서부터 논의됐다. 3년이 다 돼서야 법 개정의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한 것. 당시에도 과기정통부는 "OTT에 비해 기존 방송법과 IPTV법의 규제 수준이 높았다"며 "최소 규제 원칙에서 기존 방송법에 포섭된 케이블과 IPTV 관련 규정을 OTT에 맞게 풀어가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고 했었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는 "뒤늦은 감도 있지만, 규제가 완화되는 것은 환영한다"며 "다만 사업자 의견과 필요 사항에 대해 좀 더 디테일한 논의를 거쳐 법조문을 만들면 좋겠다"고 전했다. IPTV 업계 관계자도 "국내 미디어 산업 자체가 위기 상황인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여러 전문가가 오랜 기간 논의한 결과가 나왔다는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며 "신속하게 후속 조치가 이뤄져 업계 발전의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넷플릭스가 올린 제작비에 허덕이던 제작사…콘텐츠 펀드에 기대감↑

콘텐츠 업계는 신설되는 1조원 규모의 'K-콘텐츠·미디어 전략 펀드'에 대한 기대가 크다. 자본력이 콘텐츠·미디어의 경쟁력과 직결되는 만큼 투자가 절실한데, 콘텐츠의 경우 성공 가능성이 낮아 투자를 꺼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경쟁력 있는 콘텐츠 발굴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데, 정부 펀드라는 안정적인 투자자를 만나 한시름 놓은 것이다.

제작사들이 특히 관심 갖는 부분은 '블라인드 펀드'다. 블라인드 펀드는 투자대상을 미리 정해 놓지 않은 상태에서 우선 펀드를 조성하고, 향후 좋은 대상을 발견하면 펀드 자금을 투입하는 형태로 운용된다. 콘텐츠 IP(지식재산권) 확보, 대형 프로젝트 등 성공 확률이 높은 부분은 투자 대상을 우선 정해 놓는 '프로젝트 펀드'로, 창의적·실험적이지만 미래 가치가 높은 부분은 '블라인드 펀드'로 투자하게 된다.

콘텐츠 업계는 "블라인드 펀드만이라도 펀드 운용사 없이 미디어·콘텐츠 업계가 알아서 활용할 수 있게 전향적으로 풀어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운용사가 개입하면 블라인드 펀드 투자마저 안정적인 콘텐츠에 투자하는 프로젝트 펀드와 유사한 방향으로 운용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지난달 말 OTT·제작사와 만나 "콘텐츠 10개 중 9개가 실패하더라도 투자가 이뤄져 시장이 돌아가도록 수혈할 것"이라고 밝힌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발언 취지에 맞게 한층 다양한 콘텐츠가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의미다.


글로벌 OTT와 경쟁? 아직 역부족…"플랫폼 진흥책도 필요"

이번 발전방안만으로는 이미 위기에 빠진 국내 콘텐츠·미디어 업계를 살리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료방송 업계 관계자는 "규제를 대폭 완화해 글로벌 OTT와 맞춰준다는 큰 틀은 좋지만, 코드커팅이 현실화된 상황에서 우리(케이블·IPTV·위성방송)가 넷플릭스랑 경쟁해서 생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1조원 펀드가 조성된) 콘텐츠처럼 미디어 플랫폼도 진흥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해당 관계자는 "정부 펀드 지원으로 만든 콘텐츠를 넷플릭스나 디즈니에 팔면 무슨 소용인가"라며 "이런 부분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규제 완화라는 취지를 법조문에 잘 담을 수 있도록 업계와 지속적인 소통을 해달라는 요청도 있었다. 사업자들은 입모아 "융발위 결과와 정부 발표 계획 등 콘텐츠·미디어 발전방안이라는 '총론'에는 공감하지만, 이후 마련될 '각론'을 잘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유료방송 업계 관계자는 "재허가가 폐지된다고 하더라도 공공성 사후 규제가 어떻게 정해질 지 등 변수가 많다"며 실제 법안이 나올 때까지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지상파는 유료방송에 집중된 규제 완화책에 아쉬움을 표했다. 한국방송협회는 "개별 방안의 규제 완화폭과 실효성에 있어 유료방송 입장에 치중된 측면이 있어 지상파-유료방송과의 규제격차는 도리어 심화될 우려가 있어 보인다"며 지상파를 위한 방안을 추가로 마련해 줄 것을 요청했다.

배한님 기자 bhn2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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