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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

북한 만리경, 한국 425 위성 '아찔한 동거'…50㎞ 거리가 위험한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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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MT리포트]남북 스타워즈 (上)

[편집자주] 남북한의 인공위성이 동시에 지구를 돌고 있다. 매일 한 번씩 50㎞ 거리로 스쳐 지나간다. 마음만 먹으면 레이저 또는 전파 공격도 가능한 거리다. 스타워즈(Star Wars)는 더이상 상상의 영역이 아니다. 전 세계 우주 동향을 살펴보고 우리에게 이를 막을 수단이 있는지 짚어본다.



[단독]"불과 50㎞ 거리"…남북한 위성, 매일 '아찔한 아이컨택'


#. 미국 우주군(space force)이 목표궤도에 군사위성을 안착시켰다. 성공을 자축하던 미 우주군 앞에 중국 오성홍기가 그려진 우주선 한 대가 등장한다. 이 우주선에서 나온 로봇팔이 미국 위성의 태양전지판을 잘라버렸다.

2020년 5월 공개된 미국 넷플릭스 드라마 '스페이스 포스'의 한 장면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진 SF(공상과학)물에나 나올 법했던 이야기지만, 이젠 더 이상 허구가 아니다.

한국 425 프로젝트 군용 정찰위성 1호(KORSAT7)와 북한 만리경 1호(MALLIGYONG-1)가 지난 9일 50㎞ 거리까지 초근접(노란색 원이 겹칠 때)하는 모습. 우리 정찰위성은 근지점 기준 551㎞ 고도에 있고 만리경 1호는 현재 496㎞에 유지 중이다. 미국 우주사령부 연합우주작전센터(CSpOC) 데이터를 활용하는 국내 우주스타트업 '스페이스맵' 추적 시스템을 활용한 영상이다. 스페이스맵은 2016년부터 미국 공군과 매년 연구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 영상=스페이스맵올해부터 남북 정찰위성이 우주 궤도를 함께 도는 가운데 남북한의 위성이 불과 약 50㎞ 거리를 매일 스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우주 공간에서 50㎞는 위성 간 상호 촬영은 물론 레이저 공격이나 주파수 간섭·교란 등이 가능한 거리다. 대개 적국 위성 교란은 전쟁 등 고강도 무력도발의 사전 단계로 간주된다.

현재 북한의 정찰위성 만리경 1호의 기술 수준은 높지 않지만 북한이 러시아가 보유한 위성 공격용 레이저 무기 기술 등을 이전 받아 정찰위성을 추가로 올릴 경우 심각한 안보 위협에 직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15일 스페이스맵과 정보당국에 따르면 425 프로젝트 군용 정찰위성 1호(KORSAT7)와 북한 만리경 1호(MALLIGYONG-1)는 지난 9일 오후 2시7분쯤 50㎞ 거리를 지나쳤다. 두 위성은 오는 19일 오후 9시56분쯤 같은 거리를 두고 다시 만난다. 위성 공전주기(지구 도는 주기)와 지구 자전 영향에 따라 두 위성이 조우하는 시기는 열흘이 될 수도 있고 하루가 될 수 있는 등 불규칙적이다.

다만 만리경 1호와 비슷한 고도인 500~550㎞를 도는 우리나라 위성이 약 10기인 점을 감안하면 남북한 위성은 하루 한 번 이상 50㎞ 거리를 두고 만나는 셈이다.

스페이스맵 추적 자료를 살펴보면 만리경 1호는 매일 2차례 우리나라 상공을 지나친다. 스페이스맵은 미국 우주사령부 연합우주작전센터(CSpOC) 데이터를 활용해 전 세계 인공위성을 추적하는 국내 우주소프트웨어 기업이다. 특히 만리경 1호가 서울을 찍을 수 있는 시간도 112~116초로 나타났다.

스페이스맵에 따르면 북한 만리경 1호(MALLIGYONG-1)는 하루 2번씩 서울 등 우리나라 상공을 지나간다. 현재까지 만리경 1호의 정찰 기능은 수준이 떨어지지만 향후 러시아로부터 기술을 받아 정찰위성을 추가로 올릴 경우 각종 위협이 예상된다. / 영상=스페이스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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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만리경 1호(MALLIGYONG-1)가 서울 상공을 촬영할 수 있는 기간(Duration). 약 112~116초 사이를 머물며 찍을 수 있다. / 사진=스페이스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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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리경 1호는 지난해 11월 지구 저궤도인 약 510㎞에 안착했다. 근지점(위성이 지구와 가장 가까워지는 점) 기준 488㎞까지 떨어졌다가 추진 장치를 통해 현재 496㎞ 고도를 유지 중이다. 지난해 12월 고도 약 570㎞에 안착했던 우리 정찰위성 1호는 현재 551㎞에 있다. 우리 정찰위성과 만리경이 초근접할 때 거리는 55㎞에 불과하다. 만나는 시간은 10초 이내다.

국방부와 정보당국 등은 현재 만리경 1호가 정상적으로 지구 궤도를 돌지만 용산 대통령실 등 국내 주요시설을 촬영해 지상으로 전송하는 능력이 없다고 판단한다. 만리경 1호의 사진 해상도는 1~5m 정도(가로·세로 1~5m 점을 한 개 픽셀로 식별하는 수준)로 우리나라 30㎝에 비하면 수준이 낮은 게 사실이다.

다만 북한은 올해 정찰위성 3기를 추가 발사하고 최근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하는 대가로 우주기술을 추가로 넘겨받을 가능성도 크다. 지난해 9월 북러 정상회담에선 러시아가 북한 우주비행사를 훈련시켜 우주로 보내는 등의 인력·기술협력 계획이 나왔다. 이어 북한은 국가우주개발국(NADA)을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NATA)으로 개편하며 우주개발 노선을 자력 개발에서 기술 협력 등으로 확대했다.

이 때문에 러북 간 불법 우주기술 협력 등의 문제를 국제사회에서 공론화해 나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은 올해부터 2년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비상임이사국으로 러북 불법 군사협력 등에 대한 대북제재의 필요성을 제기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선 외교부, 국방부, 국가정보원 등이 관련 정보를 실시간 공유하며 대응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조언이다.

국정원 관계자는 "북한의 인공위성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 425 프로젝트 군용 정찰위성 1호(KORSAT7)와 북한 만리경 1호(MALLIGYONG-1)가 15일에도 우주 공간에서 조우하는 모습. 또다른 정찰위성(DOORY-SAT)도 주기적으로 만리경과 만난다. / 영상=스페이스맵


'현대전' 승패 쥔 인공위성…레이저·재밍 공격에 '속수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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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이우 로이터=뉴스1) 박재하 기자 = 1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러시아군의 드론이 격추되고 있다. 2024.03.15/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키이우 로이터=뉴스1) 박재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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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2월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저궤도 인공위성이 승패에 큰 영향을 미쳐 '우주전'이라고도 불린다. 공군 우주센터장(대령)을 지낸 최성환 한화시스템 항공·우주사업부문 전문위원은 "막강한 군사력을 앞세웠던 러시아 공군이 고전을 면치 못했던 건 우크라이나군이 보유한 '정보력'에 밀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저궤도(LEO) 위성은 지상으로부터 고도 200~2000㎞ 떠 있는 위성을 지칭한다. 미국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같은 저궤도 군집 통신위성, 바다나 육지를 관측하는 지구관측위성 등이 저궤도 위성에 속한다. 국내 1호 군사정찰위성도 고도 약 550㎞ 지점에 있다. 저궤도 위성은 '우주 전쟁'에서 승패를 좌우할 핵심 무기지만 적의 공격에 그대로 노출될 수 있어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는 전쟁 중 세계 최대 SAR(합성개구레이더) 군집위성을 보유한 위성 기업 아이스아이(ICEYE) 등으로부터 러시아군의 움직임을 영상 정보로 실시간 제공받았다. SAR 위성은 지상에 레이더를 쏴 물체를 분별하기 때문에 빛이 없는 야간과 악천후에도 관측 능력이 우수하다. 러시아 공군의 전략은 SAR 위성이 찍은 영상에 속수무책으로 노출됐다. 또 우주기업 스페이스X는 우크라이나에 지상 기지국 없이도 위성을 통해 통신할 수 있는 스타링크 위성 통신 서비스를 지원했다. 덕분에 우크라이나군은 교전으로 지상 통신망이 파괴된 상태에서도 통신이 가능해 드론 공격은 물론 효율적인 작전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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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적 복싱 챔피언' 비탈리 클리츠코 우크라이나 키예프 시장과 그의 동생 블라디미르 클리치코가 2022년 스페이스X가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스타링크 터미널 앞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위키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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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국 훤히 들여다보는 위성...레이저 공격 등엔 속수무책

저궤도 위성의 활용도가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취약점도 분명하다.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CSIS)가 펴낸 '우주위협평가 2022'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는 저궤도 위성에 미사일을 쏴 파괴하는 대위성공격(ASAT·Anti-Satellite) 요격 시험에 성공했다. 이후 우크라이나를 돕는 스타링크 위성을 ASAT로 공격하겠다며 위협했다. 콘스탄틴 보론초프 유엔(UN·국제연합) 군축 사무국 러시아 대표는 2022년 9월 공개 석상에서 "군사적 갈등에 간접적으로 개입한 민간 인프라는 합법적 (공격의) 목표물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런가 하면 러시아는 광학 기반 위성에 강력한 빛을 쏴 센서의 눈을 멀게 하는 '눈부심(대즐링·dazzling)'이라는 이름의 방해 기술도 개발했다. 이안 보이드 미국 콜로라도 볼더대 항공우주공학 교수의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는 2011년부터 '칼리나(калина)'라는 레이저 기반 저궤도위성 공격 시스템을 개발했다. 직경 약 1.3m 렌즈를 부착한 망원경으로 목표 위성의 센서에 레이저 빔을 정확히 조준한다. 한번에 엄청난 양의 빛을 받은 센서는 일시적으로 작동을 멈추는데, 대즐링 공격을 반복하면 영구적인 손상을 입는다. 이는 칼리나의 최종 목표다.

또 우주 공간에 레이저 무기를 배치하는 방법도 존재한다. 지상에서 공격하는 것보다 목표물과의 거리가 훨씬 가까운 데다 지구 대기권을 통과하는 동안 레이저 출력이 약해질 일도 없어 공격에 효과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상보다 훨씬 낮은 전력량으로도 위성을 완전 무력화할 수 있는 것이다.

◇北 GPS 교란, 韓도 피해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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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 우리 군 최초 군사정찰위성 1호기가 2일 새벽 03시19분(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소재 반덴버그 우주군기지에서 성공적으로 발사되었다. 군사정찰위성 1호기 발사 성공으로 우리 군은 독자적인 우주감시정찰 능력을 확보하였으며, 한국형 3축체계의 한 축인 킬체인 역량을 더욱 강화하게 되었다.(SpaceX 제공)2023.12.2/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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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안전지대는 아니다. 북한은 10여년 간 지속적으로 국내 기반 시설 등을 겨냥해 GPS(글로벌 위성항법시스템)을 교란하는 전자전(電子戰)을 펼치고 있다. 2010~2012년, 2016년에는 러시아에서 들여온 재밍(jamming·전파 교란) 장비를 군사분계선 인근에 배치해 GPS 교란을 시도했다. 재밍은 위성 신호를 왜곡하기 위해 강력한 외부 신호나 잡음을 일부러 주입하는 행위다.

재밍을 방어하지 못할 경우 GPS를 활용하는 모든 민·군용 시설이 정확한 위치 정보를 파악할 수 없다. 또 GPS로 시각 동기(시계)를 맞추는 인프라 시설이 치명타를 입거나 바다를 항해하던 배가 방향을 잃고 엉뚱한 곳으로 운전할 수도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위성항법연구실에 따르면 GPS 신호는 지상에서 약 2만3000㎞ 떨어진 위성에서 받는데, 거리가 먼 만큼 출력 신호가 약하다. 그리 강하지 않은 외부 신호에도 쉽게 교란된다. 만약 주입되는 신호가 강할 경우엔 넓은 영역에 걸쳐 혼선이 생길 수 있다.

실제로 북한이 2011년 1㎾(킬로와트) 전파를 쐈을 때 전남 흑산도 통신망에서도 이상이 감지됐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군 무기에 영향을 줄 경우 문제는 커진다. GPS 수신기가 장착된 미사일이 방향을 잃을 경우, 원하는 목표물에 도달하지 못하고 유실돼 민간에 큰 피해를 칠 수 있어서다.

최성환 전문위원은 "여러 나라의 위성들이 같은 궤도 안에 밀집해 있기 때문에 ASAT 같은 물리적 공격은 감행하기 어려울 수 있다"면서도 "재밍 등 비물리적 공격이나 위성의 성능을 둘러싼 정보력 싸움이 더 활발해질 수 있는 만큼 관련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인한 기자 science.inhan@mt.co.kr 박건희 기자 wiss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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