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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이슈 정치권 사퇴와 제명

황상무 사퇴·이종섭 일시 귀국, 급한 불 끈 여권…민심 전환 효과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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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윤석열 대통령이 20일 서울 영등포구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1회 상공의 날 기념식에서 ‘자유주의 경제시스템에서 기업활동의 자유와 국가의 역할’ 주제로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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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칼 테러’ 발언 논란을 빚은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20일 사퇴했다. ‘도피 출국’ 의혹을 받는 이종섭 주호주대사(전 국방부 장관)도 이르면 21일 일시 귀국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여권의 총선 악재인 두 사안을 두고 국민의힘이 요구한 민심 수습책을 뒤늦게 수용한 모양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다 해결됐다”고 환영했다. 하지만 본질적 의혹 해소와는 거리가 있어 수도권 민심 이반에 제동을 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통령실은 이날 오전 대변인실 명의 공지를 통해 윤 대통령이 황 수석의 사의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황 수석의 부적절한 발언이 보도된 지 6일만이다. 황 수석은 지난 14일 MBC를 포함한 대통령실 출입 기자 일부와의 오찬에서 “MBC 잘 들어”라며 1980년대 언론인 ‘회칼 테러’ 사건을 언급해 여야 정치권과 언론단체 등에서 사퇴 요구를 받았다.

황 수석 사퇴에 부정적이던 윤 대통령은 이날 새벽 마음을 돌린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황 수석이 수도권 민심이 심각하다고 간곡히 (사퇴) 요청을 드렸고 대통령이 결단을 내리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8일 호주로 떠난 이 전 장관은 출국 보름여 만에 일시 귀국한다. 이 전 장관은 조만간 귀국해 외교부·국방부·산업통상자원부 공동 주관으로 오는 25일부터 열리는 방산협력 주요 공관장 회의에 주호주대사로서 참석할 예정이다. 그는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를 받던 중 호주대사로 임명돼 출국하면서 수사 회피용이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공식 일정을 내세웠지만 ‘도피 출국’ 의혹이 여권 총선 악재가 된 상황에서 여당의 자진 귀국 요구에 윤 대통령이 응답한 조치라는 해석이 많다. 대통령실은 그간 “공수처가 소환도 안 한 상태에서 재외공관장이 국내에 들어와 마냥 대기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며 ‘선 소환통보, 후 귀국’을 주장했으나 결국 우회적 방식으로 여당 요구를 받아들였다.

윤 대통령은 ‘용산발’ 악재들을 두고 여당의 결자해지 요구가 공개분출한 뒤에도 대통령실 입장문을 통해 반대 논리를 펴며 선을 그어왔다. 이날 동시다발로 이뤄진 입장 선회에는 총선을 20일 앞둔 시점에 수도권 민심 이탈이 심상치 않다는 여권의 위기의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은 전체 지역구 의석 254석 중 절반(48.0%)에 달하는 122석(서울 48석·경기 60석·인천 14석)이 달려 있는 최대 승부처다. 역대 총선에서도 수도권 성적표에 따라 여야의 희비가 엇갈려 왔다. 지난 21대 총선에서도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은 수도권에서 단 16석을 얻는 데 그쳤다. 이는 전체 총선에서 참패로 이어졌다.

최근 이종섭·황상무 사태가 불거지면서 여권은 다시 ‘수도권 참패의 악몽’을 떠올리는 상황이다.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이 지난 12~14일 전국 18세 이상 1002명에게 물은 결과 서울 지역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은 30%로 전주 대비 15%포인트 폭락했다. 두 사안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되면서 ‘국민 눈높이’에 맞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문이 여당에서 분출돼 왔다.

여당과 대통령실의 충돌이 장기화하는 데 따른 부담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월 말 윤·한(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충돌 사태 이후 잠시 가라앉았던 내홍이 수도권 후보들이 가세한 형태로 덩치를 불려 돌아오면서 제2의 충돌을 우려하는 당내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내부 충돌로 총선에서 패배할 경우 공멸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작용한 것으로 읽힌다.

여당 지도부는 즉각 ‘문제 해결 완료’를 선언하며 수습에 나섰다. 한 위원장은 이날 경기도 안양에서 기자들을 만나 두 사안을 거론하며 “오늘 다 해결이 됐다”면서 “우리는 민심에 순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막말 논란’을 거론하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판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의 여권 요구 수용을 계기로 충돌 사태를 일단락 지으면서 ‘정권 심판론’에서 ‘야당 심판’으로 초점을 옮기려는 모습이다.

여권의 ‘수습책’이 민심의 기류를 바꿀 수 있을지를 두고는 회의적 시각도 나온다. 윤 대통령의 대응이 뒤늦게 이뤄지면서 ‘선제적 대응’ ‘즉각적 민심 수용’의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여당 내에서 ‘이종섭 사퇴’ 요구까지 불거진데다 사안의 본질인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수사 외압 의혹 진상규명은 현재 진행형이다. 이 전 장관이 귀국해 공수처 수사를 받을지도 미정이고, 수사를 받더라도 외압 의혹의 진상을 둘러싸고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중앙선대위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귀국해서 수사협조하는지는 본질이 아니다”며 “윤 대통령은 대사 임명을 철회해 (이 전 장관이) 국내에 머물며 계속 수사에 협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인용된 여론조사는 무선전화 가상번호 추출된 표본에 전화조사원 인터뷰로 이뤄졌다. 표본오차는 95%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은 14.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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