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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강제징용 피해자와 소송

日 중학교교과서 '종군위안부' 없애고 강제징용 희석…"독도는 일본 영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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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중학생들이 내년부터 사용할 사회과 교과서에서 '종군위안부'라는 표현이 삭제되고 일제강점기 조선인 동원의 강제성이 희석되는 방향으로 내용이 변경된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한국 땅인 독도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교과서가 "일본 고유 영토"라고 기술했다.

중앙일보

일본 문부과학성이 22일 교과서 검정심의회를 열어 2025년도부터 중학교에서 쓰일 교과서 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검정을 통과한 대부분의 사회과 교과서에 독도가 일본 영토로 표기돼 있다. 김현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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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고 단위별로 4년마다 한 번씩 개정되는 일본 교과서에서 일본의 가해 역사를 지우는 역사수정주의적 기술이 나날이 강화되면서 양국 관계개선 분위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강요' 삭제하고 '일했다'로 변경



일본 문부과학성은 이날 오후 교과서 검정 심의회를 열어 2025년도부터 중학교에서 쓰일 교과서 심사 결과를 확정했다. 그중 검정을 통과한 사회과 교과서는 지리 4종, 공민 6종, 역사 8종 등 총 18종이다. 공민(公民)은 헌법 및 정치·경제를 다루는 과목이다.

일부 교과서에선 태평양전쟁 시기 조선인 노동자, 위안부와 관련한 서술에서 일본의 강제성을 흐리는 쪽으로 내용이 변경됐다. 예를 들어 이쿠호샤의 역사 교과서는 징용 문제와 관련한 내용에서 "조선과 대만에도 징병과 징용이 적용돼 일본 광산과 공장 등에서 혹독한 노동을 강요받았다"는 기존 문장을 "조선과 대만에도 일부 징병과 징용이 적용돼 일본 광산과 공장 등에서 혹독한 환경 속에 일한 사람들도 있었다"고 대체했다. '일부'라는 표현을 추가해 징용과 징병의 대상을 축소하고, '강요받았다'는 표현을 삭제해 강제성을 희석하려 했다.

또 데이코쿠서원 역사 교과서는 당시 일본인 조선인이나 중국인을 징용해 "일본 각지의 탄광, 광산에 데리고 가서 낮은 임금으로 과도하게 일을 시켰다"는 표현을 "일본 각지의 탄광, 광산에 끌려가 낮은 임금으로 과도하게 일을 하게 됐다"로 순화했다.

니혼분쿄출판은 "일본은 1910년 군대의 힘을 배경으로 해서 한국을 병합해 식민지로 삼았다"는 기존 문장에서 '군대의 힘을 배경으로 해서'를 삭제했다. 한국 병합이 강압적으로 이뤄졌다는 의미를 축소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다만 이 교과서는 3·1 운동 관련 기술에서는 "조선총독부는 경찰과 군대를 이용해 (3·1 운동을) 탄압했다"는 문장 등을 추가했다.



각의 결정 따라 '종군위안부' 표현 빠져



위안부 관련 기술에서는 '종군위안부'라는 표현이 '위안부'로 수정된 교과서가 확인됐다. 야마카와출판사의 역사 교과서는 태평양전쟁 당시 위안 시설에 대한 설명에서 "조선·중국·필리핀 등으로부터 여성이 모였다(이른바 종군위안부)"라는 내용을 "일본·조선·중국·필리핀 등으로부터 여성이 모였다"고 바꿨다. 위안부에는 일본 여성도 있었음을 부각하고 '종군위안부'라는 표현은 삭제했다.

앞서 일본 정부는 2021년 각의(국무회의)에서 일제강점기 조선인 노동자들과 관련해 '강제연행'이나 '연행'이란 표현 대신 '징용'을, 군대의 관여를 연상시키는 '종군위안부'라는 표현 대신 '위안부'를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견해를 채택한 바 있다. 이후 개정된 교과서들의 경우, 이런 정부 지침에 따라 '강제연행'이나 '종군위안부' 표현이 대부분 삭제됐다.

중앙일보

지난달 8일 독도와 동해(바다)를 경비 중인 동해해양경찰서 독도경비함 3007함에서 승조원들이 민족 대명절 설날을 맞아 함상 차례를 지낸 뒤 해양영토 주권수호를 다짐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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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종 교과서 "한국이 독도 불법 점거"



독도 관련 기술의 경우 대부분의 교과서가 "일본의 고유 영토"라는 표현을 담았고, 한국이 독도를 불법 점거하고 있다고 기술한 교과서의 수도 늘어났다. 독도를 일본의 고유 영토라고 쓴 교과서는 4년 전 17종 가운데 14종이었지만, 올해는 18종 가운데 16종으로 늘어났다. 야마카와출판 역사 교과서는 기존 교과서에서 "일본 영토에 관해 일본 정부는 한국과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식 표현)에 대해 영유권 문제의 존재를 인정하고 있다"라고 적었으나 이번에는 '일본 영토'를 '일본 고유 영토'로 수정했다.

또 18종 중 15종은 한국이 독도를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지리교과서중 채택률이 가장 높은 데이코쿠서원 교과서는 "한국은 해양 권리를 주장하며 일방적으로 공해 상에 경계를 정해 다케시마에 해경과 등대를 두고 불법으로 점거하고 있다"고 기술했다.

이는 일본 문부과학성이 2018년 학습지도요령을 개정하면서 독도에 대한 일본의 영유권 교육을 강화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외교부, "日 진정성 있는 역사교육 해야"



한편 이날 검정을 통과한 것으로 전해졌던 사회과 교과서 2종은 막판에 합격이 보류됐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 교과서는 레이와서적이 검정을 신청했으며 일제강점기 위안부 동원에는 강제성이 없었고, 일제의 한반도 식민 지배가 한국의 근대화로 이어졌다는 일본 우익의 주장을 적극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류 조치가 검정 탈락을 의미하는 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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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보시 고이치 주한일본대사가 22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로 초치되고 있다. 이날 우리나라 정부는 일본 정부가 독도를 자신들의 고유 영토라고 서술하는 등 역사를 왜곡하고 있는 교과서 검정을 통과시킨 데 대해 강력히 항의하며 즉각적인 시정을 촉구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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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는 이날 아이보시 고이치(相星孝一) 주한 일본대사를 초치하고 대변인 명의 성명을 통해 반발했다. 외교부는 "일본 정부가 독도에 대한 부당한 주장과 역사적 사실에 부합하지 않은 주장에 기반해 서술된 중학교 교과서를 검정 통과시킨데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이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및 강제징용 문제 관련 표현과 서술이 강제성이 드러나지 않은 방향으로 변경됐다"며 "일본 정부가 스스로 밝혀온 과거사 관련 사죄와 반성의 정신에 입각한 역사교육을 진정성 있게 실천해 나가기를 촉구한다"고 했다.

교육부도 성명을 내고 "일본 정부는 미래 지향적 한·일 관계를 위해 우리 영토와 역사에 대한 부당한 주장이 담긴 중학교 사회과 교과서 내용을 스스로 시정하기를 바란다"고 요구했다. 교육부는 "이번 교과서의 경우 독도에 대한 부당한 주장과 함께 조선인 강제 동원, 일본군 '위안부' 등 역사적 사실에 대해 축소·은폐하는 내용이 있어 지난 2020년 처음으로 검정 심사를 통과할 당시 시정을 요구했지만 검정 결과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서울=박현주 기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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