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손민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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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화웨이가 유럽 시장 내 퇴출 압박에도 지난해 세계 통신장비 시장에서 1위 자리를 지켰다. 가격 대비 제품 성능이 뛰어나 유럽 내 통신사들이 화웨이 장비를 내려놓지 못한 것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수주 경쟁에서 밀리며 지난해 점유율이 하락한 5위에 그쳤다.
28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화웨이는 세계 통신장비(소·대형 기지국 등) 시장에서 31.3%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다. 점유율이 전년 대비 소폭 감소했으나 여전히 30%대를 달리고 있다. 화웨이에 이어 스웨덴 에릭슨이 24.3%의 점유율로 2위를, 핀란드 노키아가 19.5%의 점유율로 3위에 올랐다. 1~3위 업체의 합산 점유율은 75.5%에 달한다. 4위를 기록한 중국 ZTE의 점유율(13.9%)까지 더하면 90%에 가깝다. 사실상 4개 회사가 세계 통신장비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세계 통신장비 시장에서 6.1%의 점유율로 5위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점유율이 1.6%P 줄었으며, 상위 5개 통신장비 회사 중 점유율 감소폭이 가장 컸다.
화웨이는 유럽 내 국가들이 2019년 미국의 대중 제재 이후 화웨이 장비 퇴출에 동참하고 있지만 시장 점유율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영국은 지난해 10월 화웨이 장비와 서비스를 5G(5세대 이동통신) 네트워크에서 완전히 제거하는 것을 목표로 장비 교체를 진행 중이다. 독일 내무부는 지난해 9월 화웨이와 ZTE가 만든 장비의 사용을 제한할 것을 통신사들에게 권유했다. 루마니아도 이달 초 화웨이가 요청한 5G 네트워크 장비 공급 요청을 공식 거절했다.
유럽 현지 매체인 유로뉴스에 따르면 유럽연합(EU) 회원국 대부분이 화웨이나 ZTE 등을 배제하는 법안을 마련했지만 27개국 중 10개국만 제재를 따르고 있다. 또한 제재에 동참한 10개국에서도 화웨이 장비 철거 작업이 지지부진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는 유럽 지역 내 5G 구축이 저조하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레나타 니콜라이 EU 집행부 부국장은 “5G 보급률이 낮으면 AI(인공지능) 산업이 인질로 잡혀 경제 발전이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화웨이 로고./조선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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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는 중국 내수 시장에서도 승승장구하는 모습이다. 중국 공업정보화부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에만 310만개의 5G 기지국을 설치했다. 이는 2018년(18만개) 대비 17배 넘게 늘어난 수치다.
삼성전자는 유럽 등 해외 통신장비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경쟁사에 밀려 크게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유럽 시장에서 화웨이, ZTE가 퇴출당하며 생긴 빈 자리를 노키아가 한발 앞서 공략했기 때문이다. 유럽 통신사들이 노키아나 에릭슨 장비를 선호하는 데다, 동남아나 남미 등 신흥 지역은 중국 장비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유럽 등 서구 시장에서는 노키아, 에릭슨에 밀리고 중국과 신흥 시장에서는 화웨이와 ZTE에 밀리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한국 내 통신 장비 수요가 크게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이동통신사가 5G 28㎓(기가헤르츠) 주파수를 “수익성이 없다”는 이유로 반납하면서 당장 신규 통신장비 수요도 없다.
송영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ICT전략연구소 미래전략연구실장은 “유럽 내에서도 미국의 영향력이 적은 국가는 여전히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고 있다”면서 “유럽 내 제재 분위기가 확산한다고 해도 가격이 저렴한 데다 품질까지 좋은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삼성전자의 경우 글로벌 통신장비 시장에서 입지가 미미하기 때문에 내수 시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김민국 기자(mansa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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