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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이슈 검찰과 법무부

검찰총장 “‘검수완박’으로 범죄자 오고 싶은 나라로 전락, 참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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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이원석 검찰총장이 28일 대검찰청에서 열린 3월 월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검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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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석 검찰총장은 28일 “우리나라가 범죄자가 오고 싶어 하는 나라로 전락한 것은 아닌가 하는 깊은 회의에 빠지게 됐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이날 대검찰청에서 열린 월례 회의에서 450억달러(약 59조원)의 피해를 일으키고 몬테네그로로 도피한 가상 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주범 권도형 전 테라폼랩스 대표가 한국행(行)을 원한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권씨가 도피한 몬테네그로 고등법원은 한국 송환을 결정했지만, 현지 대검찰청이 재검토를 요청하면서 한국 혹은 미국 중 어디로 송환될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권씨는 미국보다 훨씬 약하게 처벌받는 한국으로 오기를 원하고 있다. 이 총장은 이날 “최근 서울남부지검 수사팀으로부터 몬테네그로와 천문학적 가상자산 범죄자의 국내 송환 사법 공조에 관해 보고받고 철저한 수사 준비와 엄중한 처벌, 범죄수익 박탈을 당부했다”고 했다

이 총장은 우리나라가 ‘범죄자가 오고 싶은 나라’로 바뀌는 배경에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총장은 검수완박 법안에 대해 “모험적 사법 시스템 도입 후 2년이 지난 현재 수사기관의 역량을 쏟아부어도 범죄에 제때 효율적으로 대응하지 못해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며 “우리 사법 시스템이 억울한 피해자를 보호하는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범죄자에게 유리하도록 잘못 설계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형사사법 시스템을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쉽게 고치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또 고치면 된다는 정쟁의 대상으로 전락시킨 그 누구도 국민의 피해에 책임을 지지 않았고 망가진 제도를 다시 복구하려고도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 총장은 “70여년간 유지됐던 형사사법시스템이 국민적 우려에도 불구하고 법안 발의부터 공포까지 불과 18일 만에 ‘정쟁의 결과물’로 전락했던 ‘검수완박 입법’이라는 참담한 시기를 되돌아보게 된다”고 했다.

‘검수완박’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이 법안은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지난 2022년 4~5월 강행처리됐다. 민주당은 검찰 직접 수사 범위를 6대 범죄에서 부패, 경제 등 2대 범죄로 대폭 축소하도록 했다. 그 이후 검찰의 수사 개시 권한이 일부 범죄로 제한되면서 수사를 적극적으로 개시하기 어려워졌다. 또 검찰은 사기 범죄 가운데 피해액 5억원 이상만 직접 수사할 수 있게 됐다. 이후 법조계에서는 “검수완박이 사기 범죄에 날개를 달아줬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슬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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