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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불법촬영 등 젠더 폭력

“내 투표 순간 유튜브서 중계될뻔”…몰카 설치한 40대 유튜버가 한다는 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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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투표소 26곳 불법카메라

서울·부산·인천·양산서 발각
경찰, 40대 긴급체포 후 조사
여야 불문 ‘부정선거 음모론’
대법원 판결 나도 꼬리 물어

전문가 “제도 불신 더 커져
장기간 걸쳐 신뢰 쌓아가야”


매일경제

29일 대구 달서구 유천동 행정복지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구청 직원이 불법카메라 설치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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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총선을 앞두고 사전투표소에 침입해 불법 카메라를 설치한 40대 유튜버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 유튜버는 “선관위의 사전 투표율 조작을 막기 위해 카메라를 설치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주요 선거를 치를때마다 제기되는 ‘부정선거 음모론’이 탁상공론에 그치지 않고 불법 행위로 진화했다는 점에서 후폭풍이 예상된다.

인천 논현경찰서는 지난 28일 밤 9시 10분 경기도 고양시 자택에서 40대 남성 유튜버 A씨를 건조물 침입,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긴급체포해 조사하고 있다고 29일 밝혔다.

A씨는 인천시 남동구 장수·서창동, 서창2동, 계양구 계산 1·2·4동 등 사전투표소 5곳에 몰래 들어가 불법 카메라를 설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카메라는 정수기 주변을 비롯해 투표소 내부를 촬영할 수 있는 위치에 설치됐다. 경찰은 A씨 자택 등에서 몰래카메라 설치 관련 증거물을 압수했다. A씨는 조사에서 “사전 투표율을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조작하는 걸 감시하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A씨가 인천 외에 경남 양산 등 다른 지역 사전투표소에도 몰래카메라를 설치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양산 사전투표소 일대 CCTV에 등장하는 용의자와 A씨 인상착의가 유사하고, 설치 카메라도 동종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경남선관위·양산시에 따르면 지난 18일 경남 양산시 한 행정복지센터 2층에서 출처를 알 수 없는 카메라가 발견된 후 이날까지 행정복지센터 4곳에서 4대의 불법 카메라를 발견했다. 사전투표소인 울산시 북구 농소3동 행정복지센터, 부산시 북구 구포2동 행정복지센터에서도 불법카메라가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매일경제

경찰 관계자는 “A씨가 인천과 양산 외 다른 지역 사전투표소에도 카메라를 설치했을 가능성이 있어 수사 중”이라면서 “공범 유무, 카메라 구입 자금 출처, 구체적인 범행 동기 등을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때도 특정 사전투표소 내부 모습을 촬영해 유튜브에 올린 정황이 확인됐다. 당시 A씨는 카메라 영상 속 투표 인원과 선관위 집계 인원이 다르다며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했다.

A씨는 “사전투표 촬영을 위해서 지난 (2020년) 총선 이후 4년간 지리산에서 피나는 훈련을 했다”면서 “어떻게 하면 선관위의 방해를 뚫고 촬영을 할 수 있는지 수많은 연구와 훈련 끝에 드디어 촬영하는 방법을 알아냈다”고도 했다.

부정선거 음모론은 유튜브 등에서 하나의 ‘장르’가 된지 오래다. 좌파성향 방송인 김어준씨가 2017년 개봉한 영화 ‘더 플랜’을 통해 박근혜 후보가 문재인 후보를 꺾은 2012년 대선 관련 개표 부정 의혹을 제기한 것이 본격적인 시발점이다. 김씨는 전국 개표소에서 투표지 분류기가 인식하지 못한 미분류표 가운데 박 후보 표가 문 후보 표보다 1.5배(K값) 많은 양상이 전국 선거구에서 나타났다며 누군가 개표 분류기를 인위적으로 조작하지 않고선 일어날 수 없는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문재인 후보가 홍준표 후보를 꺾은 2017년 19대 대선 미분류표를 보면, 홍 후보 표가 문 후보 표보다 1.6배 많아 잘못된 주장으로 드러났다.

보수 진영이라고 다르지 않다. 2020년 4·15 총선에서 인천 연수을에 출마했던 민경욱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의원은 민주당 정일영 후보에 밀려 낙선한 뒤 그해 5월 선거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당일투표에서는 민주당 후보에게 7% 이상인 3358표를 앞섰지만, 사전투표에서는 관내 10%·관외 14% 차로 뒤져 최종 2893표차로 졌다”면서 “사전투표와 당일투표에서 선거인수와 투표수가 일치하지 않고, 사전득표 비율이 63:36으로 일관되며, 집계가 실종된 선거구 등이 있어 조작하지 않고선 통계적으로 불가능한 결과가 나왔다”고 주장했다.

2022년 7월 대법원은 민 전 의원이 제기한 총선 무효 소송에 대해 “이 사건 선거에 공직선거법 규정에 위반된 위법이 있다거나 그에 관한 증명이 이뤄진 것으로 봐야 한다는 원고(민 전 의원)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부정선거 의혹을 일축했다. “수많은 사람의 감시하에 원고의 주장과 같은 부정한 행위를 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전산기술과 해킹 능력뿐만 아니라 대규모의 조직과 이를 뒷받침 할 수 있는 막대한 재원이 필요할 것”이라면서 “원고는 부정선거를 실행한 주체가 누구인지조차(중앙선관위인지 아니면 제3자인지, 만약 제3자라면 어떤 세력인지) 증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법부 판단도 음모론앞에선 무용지물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낸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는 2022년 3월 치러진 20대 대선에 이어 지난해 출마했던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도 “조작이 의심된다”면서 ‘음모론’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양극화가 심화한 상태에서 제도 불신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방증”이라면서 “이 문제는 사회적 자본에 관한 것으로 순식간에 개선할 수 없고, 장기간에 걸쳐 신뢰를 착착 쌓아가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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