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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이슈 음주운전 사고와 처벌

사람 죽이고 또 음주운전…판사는 어쩔 수 없이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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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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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음주운전으로 사망 사고를 내고 또 다시 음주운전을 하다 붙잡힌 50대가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의정부지법 남양주지원 형사1단독 최치봉 판사는 지난 28일 도로교통법상 음주측정거부 혐의로 기소된 A씨(53)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2월 5일 새벽 경기도 남양주의 한 맥주집에서 소주 1병과 맥주 500cc를 마신 뒤 자신의 차량을 운전해 귀가하는 과정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목격자 신고를 받고 출동, 현장에서 음주측정을 시도했지만 A씨는 경찰 요구에 불응했다.

A씨는 10여년 전 음주운전으로 사망사고를 낸 전력이 있는 인물로, 이날도 집까지 10㎞ 가량을 운전한 뒤 음주운전을 의심하고 따라온 목격자 일행이 붙잡자 계속 도주를 시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계속 도주를 시도하던 A씨는 같은 날 오전 1시 10분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들이 대치중인 신고자 일행을 분리한 뒤 A씨의 신병을 인계받아 3차례에 걸쳐 음주측정을 요구했음에도 이를 거부하다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그러나 A씨 측 변호인은 법정에서 이에 대해 ‘위법한 체포’라고 주장했다.

A씨를 체포한 경찰관들이 신고자 일행에게서 A씨 신병을 인계받으면서 피고인에게 음주운전 혐의로 체포한다고 고지하거나 현행범 인수서 등을 작성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다.

법원은 이 주장을 받아들였다. 무죄를 선고한 최 판사는 선고에 앞서 “음주운전으로 사망사고를 내고도 또다시 음주운전을 한 피고인이지만, 적법한 절차를 지키기 않은 체포 이후에 이뤄진 음주측정 요구였기 때문에 무죄를 선고할 수밖에 없다”며 “이런 사건이 있을 때마다 개인적인 양심과 법관으로서의 양심 사이에서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복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최 판사는 “법관으로서 양심은 적법 절차 원칙을 따르는 것인데 적법 절차 원칙이라는 것은 문명의 시대에서 요구되는 것”이라며 “피고인이 살고 있고 살려고 하는 야만의 시대에서 적법한 절차를 지키는 것이 합당한 것인지는 모르겠다”고 회의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최소 3년 이상의 형을 선고해야 하는 범행으로 무죄를 선고한다고 해서 피고인의 죄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며 “음주운전으로 다시 이 법정에서 만난다면 그때는 단언컨대 법이 허용하는 최고의 형을 선고하겠다”고 말한 뒤 무죄 주문을 낭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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