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현지시각) 이스라엘군이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 있는 이란 영사관 건물을 공습한 현장에서 응급·보안 요원들이 잔해를 조사하고 있다. UPI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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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방위군(IDF)이 시리아 다마스쿠스 영사관을 폭격해 이란 이슬람 혁명수비대 고위 지휘관 2명을 포함해 최소 7명이 숨졌다. 이란이 곧바로 보복을 다짐해 가자 전쟁 중동 확전 우려가 다시 고조되고 있다.
1일(현지시각) 이스라엘군이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 있는 이란 대사관 옆에 있는 이란 영사관을 폭격해 이란 이슬람 혁명수비대 장교 7명이 사망했다고 시리아와 이란 언론들이 보도했다. 폭격 뒤 호세인 악바리 주시리아 이란 대사는 기자회견을 열어 이스라엘군 F-35 전투기가 이스라엘이 점령 중인 골란고원을 통해 날아와 미사일 6발을 발사했다고 말했다. 악바리 대사는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사이 가자 전쟁 발발 뒤 이스라엘이 여러 차례 공격을 해왔다고도 주장했다. 시리아 정부 국방부도 이날 오후 5시 이스라엘군 전투기가 폭격으로 영사관 “건물 전체가 무너지고 안에 있던 사람들 전부가 다치거나 숨졌다”고 밝혔다. 현장 사진을 보면 이란 대사관은 비교적 온전한데 바로 옆 영사관 건물은 잿더미가 됐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성명을 내어 시리아 주재 군사 고문인 레자 자헤디(63) 준장과 모하메디 하디 하지 라히미 준장 그리고 두 지휘관을 보좌하던 장교 5명이 “순교했다”고 확인했다. 자헤디는 혁명수비대 소속 국외 작전 담당 부대인 쿠드스군 소속 고위급 지휘관으로,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숨진 혁명수비대 간부 중 최고위급이라고 영국 비비시(BBC) 방송이 전했다. 또다른 지휘관인 라히미는 그의 부관이라고 전했다.
시리아 이란 영사관 폭격 피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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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은 공식적으로 이번 공격을 자신들이 저질렀다고 확인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뉴욕타임스는 익명의 이스라엘 당국자 4명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이번 공격을 했음을 인정했다고 보도했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공식 논평이 아닌 것을 전제로 “해당 건물이 과거 영사관이었지만 현재는 아니다”며 “지금은 민간인 건물로 위장한 쿠드스군의 군사용 건물”이라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은 가자 전쟁 발발 이후 이란의 지원을 받는 시리아와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시설들을 공격해왔지만, 외교 공관 공격은 이례적이다. 악바리 이란 대사는 “시오니스트 정권(이스라엘)이 이란 국기를 내건 이란 대사관 공관을 타격한 것은 처음”이라고 비난했다. 나세르 칸나니 이란 외교부 대변인은 이번 공격이 외교관 및 공관 보호를 규정한 빈 협약 위반이라고 이스라엘을 비판했다. 이어 “이란은 이번 공격에 대한 대응 조처를 취할 권리를 보유한다”며 보복을 다짐했다. “어떻게 공격자를 처벌할지에 대한 결정도 하겠다”고 말했으나 구체적인 보복 계획을 밝히지는 않았다.
가자 전쟁 발발 뒤 이스라엘과 이란을 중심으로 한 이른바 ‘저항의 축’ 사이의 긴장이 높아졌으나 정면 충돌까지 번지지는 않았다. 저항의 축은 이란, 바샤르 아사드 시리아 정권,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이라크의 시아파 무장세력, 예멘 후티 반군으로 이어지는 중동의 반미 및 반이스라엘 세력이다.
이스라엘이 이란과의 확전 가능성을 무릅쓰고 외교공관 공습까지 나선 배경에는 베냐민 네타냐후 정권의 초조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마스 박멸”이라는 목표를 내걸고 전쟁을 벌인 지 여섯달이 되어가지만 전쟁은 끝이 보이지 않고 가자지구에 억류된 인질 상당수도 귀환하지 못하자 이스라엘 국내 여론은 악화하고 있다. 31일에는 예루살렘의 크네세트(이스라엘 의회) 밖 등에서 10만명(주최 쪽 추산)이 모여 네타냐후 퇴진을 외쳤다. 미국 등 서방에서도 막대한 민간인 피해를 내는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군사작전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네타냐후 정부가 이런 상황에서 군사적 강경 노선으로 분쟁을 확산해 국내외 비판을 돌파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영국 싱크탱크인 채텀하우스 중동 프로그램 책임자 사남 바킬은 “이번 공습은 이란을 향해 고의적 의도를 가지고 한 가장 심각한 긴장 고조 행위”라며 “이스라엘의 전쟁은 하마스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저항의 축’을 공격하여 여러 집단을 약화시키고 억제하기 위해 매우 분명하게 설계됐다”고 파이낸셜 타임스에 말했다. 바킬은 이란이 이스라엘 및 미국과의 직접 충돌을 피하고 싶다는 점을 분명히 해 왔지만 이번 외교 공관 공격이 “이란의 손”을 움직이게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확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뜻이다.
중동 긴장 고조로 국제 유가도 들썩였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83.71달러로 전 거래일(3월 28일) 종가 대비 54센트(0.65%) 상승했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10월 27일(85.54달러)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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