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3 (금)

이슈 시위와 파업

확성기로 쩌렁쩌렁… 선 넘은 1인 시위, 시민들 몸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1인 시위는 소음 규제 대상 아냐
집시법 빈틈 노린 악용 사례 속출
"소음과 주거 등 권리와 상충"
전문가 법 개정 필요성 제기


#. 4일 오후 한 시민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했다. 시민은 한 아파트의 조합 설립과 관련돼 문제를 겪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대통령실 앞 건널목을 지나는 시민들을 향해서 확성기로 "대통령님 진실을 밝혀주십시오"라고 크게 소리쳤다. 놀란 시민들은 확성기 소리를 피해 조심스럽게 건널목을 건너야 했다. 다수의 시민에게 피해와 불편을 주는 행동이지만 대통령실 인근 경호 인력의 제지 등 움직임은 볼 수 없었다. 1인 시위여서다.

최근 집회와 시위로 발생하는 시민 불편을 줄이기 위해 경찰이 집회·시위 관련 소음 규제 강화 등에 나섰지만 1인 시위는 여전히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 1인 시위가 법적으로 집회·시위에 포함되지 않아 바뀐 소음 규제가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국회에서는 1인 시위로 집회로 포섭하는 법안을 발의하고 있으나 반대가 존재해 문턱을 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 소음 규제 강화...1인 시위 '예외'

4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경찰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다음달 7일까지 관련 의견을 받는다.

개정안에는 집회·시위 소음 기준을 한층 강화하고, 집회·시위 소음보다 배경소음이 높을 경우 이를 기준으로 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우선 주거지역과 학교, 종합병원, 공공도서관, 그 밖의 지역에 따라 △주간 △야간 △심야로 나눠 적용 중인 등가·최고소음 기준을 5 또는 10데시벨(㏈)씩 하향한다. 개정안에 따라 주거, 학교, 종합병원의 등가소음 기준은 △주간 65→60㏈ 이하 △야간 60→50㏈ 이하 △심야 55→45㏈ 이하로 한층 강화된다. 최고소음도 △주간 85→80㏈ 이하 △야간 80→70㏈ 이하 △심야 75→65㏈ 이하로 바뀐다.

다만 대통령실과 국회, 광장 등에서 벌어지는 1인 시위의 경우 이번 개정안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상 집회와 시위를 2인 이상의 사람이 한가지 목적을 가지고 행동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어서다.

갈수록 1인 시위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관련 규제가 쉽지 않다는 점에 대해 시민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1인 시위가 매일 같이 이어지는 대통령실 인근 삼각지역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는 김모씨(28)는 "출퇴근길에 대통령실 인근을 지나가는데 매일 확성기 소리가 들린다"며 "어려운 분들의 사연보다는 불쾌함이 먼저 떠오를 수밖에 없다. 총선을 앞두고 1인 시위자들이 더욱 늘었다"고 지적했다.

■ "1인 시위 집시법에 포함돼야"

이에 국회에서는 1인 시위를 집시법 울타리로 포섭하는 법안이 발의되고 있다.

경찰 출신의 이만희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집시법 2조 2항에 '1인 시위란 1인이 특정 의견을 대외적으로 표명할 목적으로 불특정한 여러 사람의 의견에 영향을 주거나 제압을 가하는 행위를 말한다'는 내용을 추가한 집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야당은 "집회·시위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때문에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쉽지 않다는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1인 시위에 대한 적절한 규제를 법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현실적으로 집시법 내 규제를 피하기 위해 1인 시위를 악용하는 사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소음 규제 등을 피하기 위해 동일한 장소에서 1인 시위를 연속 진행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사실상 다수의 인원이 집회를 연 것이지만 형식상 1인 시위라서 규제를 피할 수 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최근 집회 시위를 살펴보면 감독을 피하기 위한 1인 시위가 늘고 있다"며 "집회의 자유라는 기본권도 있지만 소음과 주거 등의 권리로 상충하기 때문에 법 개정을 통해 균형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Copyright?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